우울한 코브 마을의 모두 괜찮은 결말 디 아더스 The Others 1
크리스토퍼 무어 지음, 공보경 옮김 / 푸른숲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시리즈 물을 모으기 좋아하는 꽤 촌스러운 취미를 가진 내게 최근 대형(?) 출판사들에서 내고 있는 시리즈 물들은 참 치사스럽다. 아니, 이렇게 괜찮은 책들을 '시리즈'란 이름 아래 낼 거라면 내가 직장 있고 돈 있을 때 낼 것이지 손가락 쪽쪽 빨며 서점에서 책 구경하느라 목 빠지고 허리 휠 지경인 이 때 내는 거냐고. 이런 투정을 부려봤자 어느 하나 들은 체 하진 않겠지만. 그 중에서도 최근 M 사의 M 시리즈에 이어 내 귀를 솔깃, 어깨를 들썩, 심장을 쿵덕이게 할만한 시리즈가 또 시작되었으니 그 이름 P 사의 디 아더스 시리즈. 시리즈는 역시 1권부터 읽는 것이 제 맛이라고 그 중 화려하게 오프닝을 장식한 책은 미국 작가 크리스토퍼 무어의 <우울한 코브 마을의 모두 괜찮은 결말>이다. 그것 참, 제목부터 마음에 든다. 미국 소설을 크게 좋아하는 편이 아닌 내가 그동안 정주고 마음 줬던 미국 현대 소설은 죄다 이런 제목이었다. 예를 들면,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같은. 사람도 이름 값을 하고 책도 제목 값을 하는 듯 이 책도 엄청나게 시끄럽지만 정말 괜찮은 유머를 가지고 있어서 간만에 정주고 마음 주게 생겼다. - 이래서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는 말이 생겨나나 보다.

 

     일단 의문 하나, 크고 작은 사건들로 늘 시끌시끌 할 때 우울증이 올까, 아니면 아무 사건 없이 잠잠할 때 우울증이 올까. 뭐. 말할 것도 없이 후자가 아닐까. 전자에는 우울증이 올 시간이 없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우울증에 쉽게 노출되는 지도 모른다. 밖은 시끌시끌한데 난 아무 사건 없이 잠잠하게 사는 것 같으니까. 코브 마을도 잠잠한 동네다. 8년간 큰 사고도 없었고 큰 사건도 없었다. 요즘엔 농촌, 어촌, 산촌 할 것 없이 때 되면 한 번씩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일어나던데 코브 마을은 인공위성으로도 찍히지 않을 동막골 같은 곳이 아닐까 상상해 본다. 그렇지 않고서야, 8년 이라니. 하지만 그 고요 속엔 우울이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사건이 터진다. 그것도 연속으로 빵빵빵. 이래서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는 옛 말이 틀린 데 하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의문 둘, 사랑은 모든 것을 치유한다는 문학 전체에 깔린 그 메시지는 정말일까? 과연 사랑은 모든 것을 치유할까. 사랑으로 울고 웃고 지지고 볶고 하는 것보면 치유 받는 이면에 상처 받는 사람도 있는 것 같은데 그 상처는 또 다른 사랑으로 치유 되고 사랑의 범위를 에로스가 아닌 인류애 적인 것으로 넓게 본다면 사랑에 받은 상처가 결국 사람으로 치유되는 것이 사랑은 모든 것을 치유한다는 말을 합리화 시킬 수 있을까? 에잇. 그렇게 믿고 싶다. 그래야 세상은 조금이나마 살 만 하니까. 그리고 코브 마을 사람들은 결국 사랑으로 치유 받는다. 우울증의 끝에 온 이상 생명체가 뿜어내는 에로스적 섹시 기운을 빌려 자신들도 사랑을 찾아 또 다른 진정한 관계를 형성해 나갈 기운을 얻는 것이다. 이쯤 되면 모두 괜찮은 결말이긴 하다.

 

     이 책이 골 때리는 건 작가의 엉뚱발랄한 상상력 때문이다. 영화 '괴물'에나 나올 법한 괴물이 나와서 사람들을 잡아먹으면서도 에로스 기운을 뿜어낸다. 등치만큼이나 그 기운이 엄청나 그 기운 아래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사랑을 하게 된다. 집단 성교가 아닌 점만 빼면 '향수'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를 정도이다. 또 인물 간의 묘하게 엉킨 관계는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 속에서 두드러진다. 하나하나 뚜렷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한 상황 안에서 북치고 장구치고 하며 괜찮은 결말을 향해 에헤라 디야 나아간다.

     아, 1권이 이렇게 괜찮은 건 더더욱 치사스럽다. 난 이제 어쩔 수 없이 디 아더스 시리즈의 2권을 봐야 하지 않겠냐는 말이다. 우울한 코브 마을의 괴물이 뿜어 낸 에로스에 전염 된 사람마냥 형만한 아우 없다는 옛말이 부디 틀려주길 바라며 갈대처럼 정주고 마음 줄 또 다른 상대를 찾아 봐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