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관음 1
하이옌 지음, 김태성 옮김 / 아우라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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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들의 부정적인 의견을 들으면서도 난 중국이란 나라의 미래에 대해 생각할 때면 앨빈 토플러의 예측에 동의하게 된다. 불과 50년이 지나기도 전에 중국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부상할테고 지금 우리에게 영어라는 언어의 중요성과 영미문화권의 이해의 중요성만큼 중국어와 중국문화에 대한 중요도는 높아질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할 때면 늘 안타까워지는 것은 중국어 관련 학과가 대학에서도 늘어나고 있고 많은 학생들이 중국으로 유학을 가고 있음에도 아직 우리나라에는 중국문학에 관련 된 책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조만간 중국작가 중 노벨문학상 작가가 나올 거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하늘보고 하늘천도 모르는 중국어 까막눈이라 번역서가 나오지 않는 이상 중국문학은 접할 수 없기에 중국문학의 출간 소식은 반갑기만 하다. 

     이 책은 이미 중국에선 100만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에 영화로까지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책이나 영화나 생소한 것은 마찬가지다. 고등학교 때 친구가 대학생 언니가 빌려놓은 것을 몰래 봤다며 이야기 해 준 성인영화의 제목으로 오해하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 느긋한 주말 아침, 펼친 한 장은 기어코 한 권, 두 권 쓱쓱 읽혀 버렸고 내가 모르던 중국의 한 모습을 본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사실 책의 내용이 꽤 신선하다거나 자극적인 것은 아니다. 젊은 날의 치기와 열정으로 가득 찬 무모함이 빚어내는 사랑과 갈등은 이미 오래 된 소재이기 때문에 이젠 뭐 이런 책들 때문에 내가 사랑에 냉정한 여자가 되어버린 것이라고 탓할만큼 진부하게 느껴지는 면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간 많이 겪어보지 못한 중국 소설이기에 중국 남서부 지방의 묘사와 소수민족들의 풍습을 그린 것들에는 흥미를 느낄 수 밖에 없다. 외국문학의 좋은 점은 우리가 가보지 못한 그 나라를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다는 데에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 묘사가 섬세하면 섬세할 수록 독자는 눈 앞에서 직접 본 것처럼 만족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서 그려진 중국에 대한 것은 꽤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주인공 양루이와 안신의 사랑이 아름답다고 보여지기 보다는 무모하다고 보여지는 것을 보면 나도 꽤 세상에 물이 들을 때로 들은 모양이다.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남자와 자신을 사랑하면 불행해진다고 그 사랑으로 부터 도망가려는 여자. 왜 이 모습을 보며 난 가슴 찡하지 못하는가. 이건 모두 내 감수성의 문제다. 하지만 통속적인 소설이었다면 이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지는 않았을 것이다. 분명 책에는 내가 설명하지 못할 어떤 매력이 숨어있었다. 아직은 중국소설이 가진 특유한 매력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좀 더 많은 중국 문학이 국내에 소개 되어 다양한 매력들을 만나고 그것들을 통해 중국소설의 매력에 좀 더 진하게 빠질 수 있는 기회가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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