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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 어진 현자 지셴린이 들려주는 단비 같은 인생의 진리
지셴린 지음, 이선아 옮김 / 멜론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곱게 늙는 것, 그것은 아마 모든 이들의 소망이다. 훗날 나이가 들었을 때 사람들이 내 얼굴에서 내가 살아온 시간들을 읽을 수 있고 그 흐름 속에서 고품을 느낄 수 있는 것. 그것이 아마 곱게 늙는다는 것의 뜻일 것이다. 그리고 여기 말 그대로 곱게 늙은 한 학자가 있다. 90살이 되어서도 새벽 네시에 일어나 펜을 잡는다. 눈은 침침하고 귀는 잘 들리지 않고 다리는 말을 듣지 않아도 그의 정신은 영롱하다. 모두가 그의 한 마디에 깨닫게 된다. 이 사람의 시간은 이리도 맑게 흘렀구나. 하지만 그의 인생에도 고비가 있었고 아픔이 있었다. 이제 그는 그 시간들을 돌이켜 보며 후세들에게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늙은이의 훈계나 가르침이 아니라 젊은이들과 나누고픈 또 다른 시간이다.
90세기 후반에 90세가 된 그는 21세기 초반까지 이 책에 담아 낸 글을 썼다. 90년이란 세월을 보내며 그가 느낀 인생에 대한 이야기들이 진솔하게 풀어진다. 이제 그의 나이의 1/3가량 밖에 살지 않은 젊은이들은 이렇게 삶에 대해 배우게 된다. 필요한 것이라고는 귀를 기울이는 것 뿐이다. 그 작은 행위로 인해 배울 수 있는 깨달음은 너무도 크다.
행운이 찾아왔을 때는 불행이 올 것을 생각하여 지나치게 기뻐하지 말라. 또 불행이 왔을 때는 행운이 찾아올 것을 생각해 지나치게 낙심하지 말라.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은 또한 장수의 비법이기도 하다. (p.35)
마지막으로 홍콩의 『공정보公正報』에서 보도한 기사를 인용하겠다. "부자富者가 예의를 갖추면 고상한 사람이 되고, 가난한 사람이 예의를 갖추면 수모를 당하는 일을 면할 수 있다. 아버지와 아들이 예의를 갖추면 자애와 효도가 넘치고, 형제 사이에 예의를 갖추면 화목하고, 부부 사이에 예의를 갖추면 정이 깊어진다. 그리고 사회 구성원들이 예의를 갖추면 조화로운 사회가 된다. (p.61)
그가 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삶의 지표가 되어 다가온다. 한 때 늘 곁에 두고 마음이 힘들 때마다 펼쳐 보았던 책이 있었다. 이 책이 또 하나의 그런 책이 될 것이라는 데에는 추호의 의심도 들지 않는다. 그가 말하는 것은 명쾌하다. "평정심을 유지하며 늘 오늘이 시작인 듯, 또 오늘이 마지막인 듯 살아라."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살려 노력했던 노학자의 이야기를 들으면 노력이라도 해 봐야 한다는 작은 열정이 꿈틀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 나라와 세계에 대한 걱정도 놓지 않는다. 그러나 알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면 이 세상에 희망이란 있는 것임을.
나의 미래 모습을 상상해 본다. 내가 원하는 삶이란 늘 그런 모습이었다. 그동안 읽고 온 책 중 두고두고 읽고 싶은 책들과 더불어 물 흐르듯 시간을 받아들이는 것. 그렇게 살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았지만 자신은 없었다. 과연 그런 모습이 될 수 있을지. 지금 그 미래에 대한 자신이 없다면 나는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 인생의 끝에서 그가 쏟아낸 말들을 벗삼아 이젠 한 걸음씩 자신 있는 그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머리말의 표제어가 두고두고 가슴에 울린다.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