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빵 굽는 냄새가 공기를 타고 코 끝을 간지럽히면 그 냄새는 자연스레 눈 까지 잡고 냄새의 근원을 찾게 만든다. 어느 한 쪽에선 달콤하고도 고소한 빵 굽는 냄새가 진동하고 있을 때, 또 어느 한 쪽에선 그 냄새조차 피해 갈 어리석고 잘못 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모두들 행복하고 웃을 수 있는 세상이라면 좋겠지만 이 역시 음과 양의 조화인 듯 한 쪽이 웃을 때 어딘가에선 울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세상이고, 그것이 인간의 삶인지라 우린 그 굴곡의 시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들이다. 그 시간을 빠져나올 수 있다면. 누구든 그 유혹을 거부하겠는가. 하지만 세상 모든 일에는 득과 실이 있는 법이라 그 유혹의 끝엔 생각지 못했던 또 다른 희생이 기다리고 있다. 어쨌든 세상은 그저 좋은 대로만 살 수는 없는 균형의 공간이기에.

 

     그래도 힘을 내라,고 말해주는 곳이 있다. 책 한권 속에 살며시 자리 잡고 맛있는 빵을 구워내고 있는 위저드 베이커리가 그 곳이다. 빵집을 찾는 이들은 단순히 빵만을 먹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들의 내면에서 속삭이고 있는 유혹들, 하지만 인간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그 유혹들을 마법의 힘으로 현실로 끌어내고자 한다. 그렇다고 제빵사가 흑마술을 쓴다고 보면 곤란하다. 그는 늘 자신의 마법이 첨가 된 빵을 구매하는 사람들한테 말한다.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일들이니,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하라고. 그리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자신이 짊어져야만 한다고. 그러나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그들은 자신이 내린 결정으로 생긴 결과에 또 다른 마법을 기대한다. 하지만 기적이란 한 번 오는 것도 꿈 같은 것이라 다시 요령을 바랄 때 그것은 불가능하다. 제빵사는 그것을 말한다. 인간사에는 얻는만큼 희생되는 것도 분명히 존재하는 법이라고. 책 속 화자 나는 그런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아픈 기억과 상처 받은 영혼을 치유 받는다. 그의 마법이 아니라 누군가는 나를 위로해 주고 믿어준다는 따뜻한 마음으로부터. 사실 그런 것 아닐까? 세상에는 마법이 아니라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자신이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주는 그런 존재가 필요한 것 뿐일지도 모른다. 그 쉬운 것들을 우린 어쩌면 이렇게 갈구하며 사는 것일까.

 

     청소년 소설이라고 하지만 읽는 내내 따스함과 뭉클함이 존재 한다. 유년기의 큰 상처는 엄마의 자살에서 온 것이 아니라 누구도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는 데에서 온 것이었다. 그것이 얼마나 큰 것임을 짐작할 수 있기에 나도 함께 그의 어깨를 도닥여 주었다. 마법의 환타지와 함께 사람에게 힘을 주는 긍정적인 메시지가 가득했다. 자신이 한 일에 책임을 져야 하며 그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의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말들이 포춘쿠키 안의 메시지처럼 책을 읽는 내내 반짝 거렸다.

     이 책을 영화화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찰리와 초콜릿공장같이 멋진 영화가 탄생할 것 같은데. 그런 영상을 상상할 수 있게 하는 맛이 깊은 책이었다. 읽는 내내 빵이 구워지는 냄새가 코 끝을 간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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