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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 A
조나단 트리겔 지음, 이주혜.장인선 옮김 / 이레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내겐 개인적인 공포를 조성하는 몇 가지 의문과 상상들이 있다. 그 중 가장 큰 것은 거대한 우주 속 내 존재의 크기를 가늠해 보는 상상과 더불어 나를 둘러싼 세상 속에 감춰진 진실의 무게에 대한 의문이다. 전자는 내가 생각을 멈춰 버릴 수 있는 것이지만 후자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때론 길 잃은 사람처럼 내게 시도때도 없이 공포를 조성해 댄다. 예전에 지인들과 모인 자리에서 우연히 몇 년전의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그 사건은 살인이나 강간등은 아니었지만 미성년자가 자진 해 저질렀다는 점에서 꽤나 충격적이었고 난 그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했었다. 이 아이들이 과연 다시 사회에 나왔을 때, 사회가 그들을 그냥 받아들여 줄지. 서점에서 이 책을 우연히 발견했을 때, 나도 모르게 손이 갔던 것은 이 책이 그 때의 내 물음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리도 다시 한 번 책을 통해 사회의 엄청난 벽과 편견과 마주했다.
보이 A. 그에게도 이름은 있다. 진짜 이름과 만들어진 이름. 하지만 그에게는 만들어진 이름이 더 편리하다. 아무도 그의 과거를 알 수 없을 거라고 믿었을 때 까지는. 그를 보는 사람들은 A는 악하다고 쓰여있는 안경을 쓰고 있다. 그래서 그의 진면목을 알아왔어도 그의 과거 앞에선 그를 외면하게 된다. 그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세상 속에 혼자라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다. 행복은 잠깐. 과거를 잊고 새롭게 살아보고자 하는 그를 세상은 계속 괴롭힌다. 나쁜 놈이었으니 계속 나쁜 놈으로 살라고 세상은 강요한다. 하지만 그것을 거부하고 싶은 그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적어도 새롭게 사귄 친구들은 알아줄 것 같았다. 우리 사회에 진실이란 무엇일까? 거짓도 진실도 때에 따란 진정한 진실이 될 수 있고 진정한 거짓이 될 수 있는 것이 이 사회의 모습인데, 가장 중요한 것은 부처의 가르침대로 자비, 예수의 가르침대로 사랑, 끊임없이 절대자에게 빌고 갈구하고 목숨보다 믿음을 바치는 그들이 왜 그것들을 따르지 않는단 말인가? 한 때의 실수로 그는 사람을 죽였다. 하지만 그를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은 그를 죽였다. 예수가 말하지 않았던가, 너희들 중 죄가 없는 자 이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 그에게 돌을 던지는 당신들은 죄가 없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인가?
하지만 나도 알 수가 없다. 내가 친구라 믿었던 사람이, 내가 사랑이라 믿었던 사람이 알고보니 범죄자였을 때 내가 어디까지 그를 신뢰할 수 있을지.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믿던가, 의심하던가, 무관심하던가 그 세가지 방법 뿐 아니었던가. 그런데 우린 너무 쉽게 그 첫번째 것은 버리고 두번째 혹은 세번째 방법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의심의 순간과 불신의 벽에 가로막히고 만다. 하지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따르듯 우리는 우리가 당한 그것들을 똑같이 아니면 곱절로 타인에게 또 제공한다. 마치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 당연한 사회에 살고 있는 시민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우리는 우리 안에 오만과 편견으로 쌓여있는 눈의 시력이 어느 정도인지 그것을 측정해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수많은 보이A들이 나아갈 세계란 아예 없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