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없는 사람
커트 보니것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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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텔레비전에서 어떤 연예인이 말했다. 안티는 관심이 있다는 증거이며, 그들이 관심조차 없는 사람에게 비판을 할 리는 없다고. 전적으로 동의한다. 비판은 관심에서 출발하며 특히 그 비판이 날카롭다면 그 이면에는 분명히 애정이라는 것이 수반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커트 보네거트는 자국인 미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사람이다. 그 애정에서 출발한 미국 사회에 대한 비판은 후세를 위한 걱정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것들을 그저 서술만 한다면 그것은 작가가 아니라 기자일 뿐이다. 두 직업 모두 글로 먹고 산다는 것에선 동일하지만 작가에게는 그것을 표현해 내는 자신만의 또 다른 눈이 존재하는 것이 틀림없다. 커트 보네거트는 자신의 관점에 유머를 섞는다. 이 유머를 보며 독자는 코미디언이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줄 때 터트리는 웃음을 발산하지는 못한다. 그 유머 안에 얼마나 냉철한 사회를 향한 시선이 들어있는 지는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웃음 대신 독자는 작가의 눈을 통한 또 다른 관점을 얻는다. 그것도 딱딱하지 않게. 멋지지 않는가. 그래서 우리는 커트 보네거트 같은 작가를 훌륭하다고 말한다.

 

     인터넷에서 책 제목을 치면 나오는 책 소개에서 말하자면 -작가는 이런 방식을 좋아하진 않을 것 같지만- 이 책은 5년간 작가가 미국의 잡지에 연재했던 글을 모은 것이자 그의 마지막 책이다. 5년 이라는 시간동안 세상은 변했지만 작가의 바람과는 점점 더 다르게 변해간다. 전쟁은 게임처럼 느껴지고 변화는 로켓처럼 느껴진다. 그 속에서 모두가 정체성을 잃었고 처음의 방향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그가 살아 온 미국, 그곳도 분명 놀랄만치 위대한 지도자가 있었고 그들이 이끌어 갈 희망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들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증오로 시작된 억측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 낸 학살만이 남은 것 같다. 하지만 불모지에도 잡초는 자라듯, 우리에겐 음악이 있고 책이 있다. 그리고 유머도!

그는 전쟁광처럼 보이는 조국에 맞서 나라 없는 사람이 되지만 이야기한다. 결국 그들에게 힘을 불어준 데에는 우리도 포함된다는 것을.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진실이 무엇인지를 평생 가봐야 알 수 없기에 가능한 것이다.

 

     생각해봤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글을 연재하면 어떻게 될까. 물론 인터넷 상에서는 익명으로 자유로이 까발리고 떠들어댈 수 있겠지만 이미 대중에게 알려진 한 작가가 언론을 통해 이렇게 비웃어 대면 그 댓가는 어떻게 돌아올까. 구세대에 맞서고 싶어하는 신세대들은 그를 영웅 추대하듯 들어버릴 테고 그 후 그 사람의 앞 길은, 안녕. 보이지 않는 힘은 그의 앞 길에 어둠과 혼돈을 선사할테고 제정신으로 세상을 흔들어야 할 언론은 제정신으로 대중을 제정신 아니게 흔들어 놓을 것이다. 자, 이쯤해서 커트 보네거트 식으로 한마디 해 보자. 이래서 우리나라에 노벨문학상이 안 들어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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