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다를 수 없는 나라
크리스토프 바타이유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10월
평점 :
얇은 책을 들었을 때의 기분에는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가볍네? 하며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 하나는 어라? 하며 무겁게 읽게 되는 책. 이 책은 후자였다. 절대 그 두께와 무게를 얕보아선 안되었다. 18세기 프랑스 인들이 죽음을 불사른 항해 끝에 도착한 낯선 나라, 베트남이 내 눈 앞에 펼쳐졌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베트남이고, 그 시대의 그 나라는 내가 더더욱 알 리가 없건만 작가가 책에서 풀어내는 간결한 문장들은 그 곳을 현재로 가져다 놓았다. 난 책 이란 순간이동 장치를 타고 18세기 베트남에 떨어진 이방인이 되었다.
프랑스 선교단은 갖은 고난과 질병 끝에 베트남에 도착한다. 하지만 제목이 말하지 않는가? 다다를 수 없는 나라라고. 책의 원제가 어쨌든 간에 -개인적으로는 책 제목이 원제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입장이지만 이 책의 제목은 참 그럴싸하다- 제목이 말하는 다다를 수 없다는 것은 책 전반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그들이 포교를 하고 싶었던 베트남에 도착했지만 혁명을 피해 프랑스 왕국으로 도망친 베트남 왕자가 그들에게 원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고 결국 그는 프랑스에서 외로운 죽음을 맞이해야 했으며 왕자가 떠남과 죽음 사이에서 목표와 다른 삶을 살았듯 선교단들도 그들의 목적과는 다른 삶을 살았다. 초반엔 그들에게 신앙이 남아있었고 그것을 원주민들과 함께 했지만 신앙보다 강한 것은 삶이었다. 그들은 그들이 원했던 나라에 결국 다다르지 못했지만 그들이 만들어 갈 삶에는 다다를 수 있었다. 자신들을 속박하던 것에서 결국 자유로워졌고 또 다른 자신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들을 낯선 땅에 보낸 자국은 어떠했는가, 시간은 결국 어느 존재도 다 잊혀지게 만들었듯 그들은 망인이 되었고 그 어디에도 그들에 대한 것은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어떤가, 돌아갈 곳 없는 그들은 그들이 만든 나라에서 휴식하게 되었으니까.
너무 많은 말들은 때론 사람을 피곤하게 할 뿐 그 어떤 것도 전해주지 못한다. 그리고 때론 아주 짧은 것들 속에서 긴 여운 속에서 우린 우리의 삶을 보석같이 빛내 줄 무언가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 무언가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느낄 뿐. 이 얇고 여백 많은 책 한권이 그것을 느끼게 했다. 한 나라 안에서 국민으로 살아가며 사회의 외면을 받는 듯 사는 사람들, 어쩌면 그들에게는 돌아갈 곳도 없고 정착하고 싶은 곳 마저 오아시스 같은 허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어쩌랴, 우리가 할 수 있는 곳은 이 곳에서나마 삶을 만드는 것, 그 것 밖에 없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