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조각들 - 타블로 소설집
타블로 지음 / 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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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멀티테이너 시대. 한 분야에 만족하지 못하는 연예인들이 늘어나면서 그들은 자신들의 주요분야가 아닌 다른분야로 발을 넓히고 있다. 그것은 단지 가수가 연기를 하는 범위에서 그치지 않고 영화감독, 작가, 사진작가 등 그야말로 다양하다. 하지만 그들이 써내는 책들에는 어딘가 모르게 신뢰가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타블로는 조금 달랐다. 그것은 그의 학벌탓이 아니었던 것은 분명하고 그가 속해있는 그룹 에픽하이의 신인시절 내가 우연히 공중파에서 본 하나의 장면 탓이었다. 그 때 프로그램에서는 에픽하이의 숙소를 보여주고 있었고 음악을 들으며 떠들고 있는 다른 멤버들과는 다르게 타블로는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러다 조용하라는 한 마디.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의 직감은 저것은 분명히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고 그의 생활 일부분이었다. 그 후 난 타블로라는 가수에게서 가수 이상의 것을 기대하게 되었고 그가 소설집을 출간한다고 했을 땐 기존에 연예인들이 책을 낸다고 했을 때 들던 이상한 반항감과는 다른 기대를 품게 되었다.

 

     최근에 난 영미문학과 많이 친해진 편이다. 이 전에는 왠지 모르게 영미문학과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고 참으며 한권의 책을 읽을 때는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끼어입는 것처럼 불편했다. 그러나 그들의 문화에 관심을 갖고 알게 되다보니 그들의 문학과도 많이 친해진 느낌이 들었었다. 하지만 그건 영국문학에 한정된 것이었나보다. 타블로의 글에서는 내가 그동안 불편하게 느꼈던 미국문학의 향기가 진하게 배어나왔다. 그것은 단지 그가 쓴 글이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과는 별개로 뭔가 이기적이고 짙지만 깊지 않게 상징성을 띄고 있다는 것이 그랬다.

     하지만 그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은 것은 그가 영어로 썼던 자신의 소설을 직접 한글로 옮겼다는 것이었다. 그 글을 쓴 의도는 전적으로 작가만 알 수 있다. 아무리 평론가나 독자들이 글에 대해 분석을 하고 연구를 해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것이라 완전한 의도는 글쓴이의 심중에만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자신이 쓴 책을 다른 언어로 번역할 때 가장 적합한 사람은 바로 그 책을 쓴 그 사람이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의견이었다. 물론 그것이 쉬울리는 없다. 하지만 타블로는 그것을 해냈고 그래서 조금 더 그의 감성을 잘 전달할 수 있었으리라 본다. 그래서인지 그의 소설은 그의 음악과 매우 닮아있었다.

 

     이번 소설집은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지 않았으나 난 그가 계속해서 글을 썼으면 한다. 물론 작사를 하고 있기에 글 쓰는 작업의 일부는 실행중이라고 할 수 있으나 그것에 그치지 않고 그가 처음에 좋아했던 소설을 쓰는 일을 멈추지 않았으면 한다. 만족스럽지 않았던 것은 내 개인적 감상에서 그치고, 난 그가 우리 문학을 조금 더 풍성하게 하는데 이바지 할 수 있을거라는 기대도 놓치 않았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그가 계속 노력한다면 한국의 레이먼드 카버를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아주 살짝 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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