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갈릴레오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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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일년만에 도착한 한국은 더위가 기승이었다. 바로 전 날까지 쌀쌀한 기운에 긴 가디건을 입고 다녔기에 이십오년간 알던 날씨에 바로 적응할 수가 없었다. 생전 잘 켜지 않던 선풍기를 옆에 두고 잠을 자도 푹 잠이 들지 못한 채 한두시간만에 일어나 뜬 눈으로 밤을 보냈다. 그렇게 끼고 살던 책 조차 오랜만에 손에 잡으니 마음처럼 읽히지 않았다. 그러던 중 돌아오자마자 참석하겠다고 신청해 놓은 책모임의 주제가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것을 생각해냈다. 겁쟁이 중 겁쟁이라 호러물도 스릴러물도 딱 질색하지만 추리물은 괜찮지 않았던가. 그리고 히가시노 게이고가 기존에 보여주던 흡입력 정도면 내가 다시 책에게 돌아가는 좋은 자극제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책장이 넘어갔고 탐정 갈릴레오가 기대했던 데로 날 책에 끌어들였다.

     <용의자 X의 헌신>에서 그 이름을 내게 알린 구사나기와 유가와. 그들의 시작은 바로 이 책이었다. 다섯개의 단편으로 되어 있지만 셜록 홈즈 시리즈처럼 그 중심에는 구사나기와 유가와가 있다. 형사인 구사나기는 늘 물리학자인 유가와의 힘을 빌어 사건을 해결하지만 사건의 해결에는 사건에 대한 구사나기의 열정과 집념도 함께 들어있다. 단편들이라 조금 허술한 구성도 없지는 않고, 유가와의 물리학적 설명이 문외한인 내게 쏙쏙 들어오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동안 히가시노 게이고가 그랬듯 독자를 책으로 끌어들이는 힘은 엄청나다.

     책을 읽다가 책을 들고 시골에 내려갔고 시골에서의 잠 못 드는 밤을 이 책과 함께 했다. 할머니가 깨실까 까치발로 마당에 나가 여름 밤 바람과 채 가시지 않은 후덥지근함 속에서 책을 읽으니 모기들의 집중공략을 받았지만 그들도 이 책에 빠지는 것은 막지 못했다. 알듯 모를듯 작가와 형사와 물리학자와 함께 범인을 발켜가는 스릴, 책을 덮자마자 옆에 놓아둔 또 다른 책에 시선이 갔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또 다른 추리소설, 또 다시 구사니가와 유가와가 나오는 <예지몽>. 새벽이 깊어갔다. 하지만 난 어쩔 수 없이 책에 끌려 그 책을 집어들고 책에 마음을 쏟지 못하는 깊어질 것만 같던 병이 의외로 금새 나은 것을 느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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