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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몽 ㅣ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2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9년 4월
평점 :
여름 밤은 계속되고 있었다. 낮에 비한다면야 더위가 많이 사그러졌지만 피부에 달라붙는 습하고 뜨거운 기운은 계속됐다. 여전히 잠은 오지 않았고 풀벌레는 그런 내 마음을 알고있다는 듯 여름밤의 콘서트를 열고 있었다. 그리고 히가시노 게이고도 잠이 들지 않는 날 배려한다는 듯 날 놓지 않았다. <탐정 갈릴레오>를 읽자마자 당연하다는 듯 펴들게 된 이 책에서 그는 조금 색다른 사건과 해결을 보여준다.
<탐정 갈릴레오>에서도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는 것들이 사건의 증거로 제출되었지만 이 책에서는 조금 더 노골적으로 그것들이 들어난다. 하지만 유가와는 말한다. 신비적인 현상들도 과학적으로 접근하다보면 진실이 보이기 마련이라고. 세상에는 아직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많이 있고 이를 둘러싸고 신과 과학의 대립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지만 작가는 결국 유가와의 입을 빌어, 그리고 후엔 점점 이를 따라가게 되는 구사나기를 통해 과학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런 주장들이 결코 터무니 없지 않고 그럴 수 있겠구나 라는 설득을 전해주고 있을 즈음, 마지막 단편 <예지몽>을 통해 그렇다고 해도 결국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도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은 열어둔다.
작가라는 것은 그럴 것이다. 세상 모든 일에 눈과 귀를 열어야 하고 완전한 중립은 없다지만 중립에 서고자 노력하며 양 쪽의 이야기를 모두 포괄하여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막판 반전을 통해 자신의 괜찮은 작가가 아닐 수 없음을 자부하고 있는 듯 하다. 이래서 이 작가 책을 읽는다니깐, 하는 뒷통수 맞은 기분. 나쁘진 않다.
섬뜻한 살인사건이지만 유가와와 구사나기와 하나씩 파헤쳐나가며 조금씩 여름의 열을 식혀본다. 그러다 보니... 여름밤이 짧다. 책에서 눈을 떼자 금새 해는 뜨고, 날은 더 더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