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후르츠 캔디
이근미 지음 / 달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더이상 칙릿은 영미권 소설들만의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칙릿들이 선보이고 있지만, 아직 우리의 칙릿은 초기 단계라서인지 달콤하려만 할 뿐, 치열한 무엇이 없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 여성들에게는 단지 '사랑'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자기를 꾸밀 명품 브랜드도, 옆 자리를 빛낼 멋진 남자도, 자기를 내세울 명품 타이틀 모두가 필요하다. 이 세가지를 모두 성취하고픈 그녀들, 얼마나 치열한 사람들인가. 그러나 그런 그녀들의 기호를 우린 그동안 너무 '달콤'에만 맞춰왔다. 그런 흐름 속에 이 책 <어쩌면 후르츠 캔디>는 꽤나 달콤 살벌하다.

 

     연애에 초점을 맞춘 소설에는 개인적인 성공이 무너져 아쉬웠고, 개인적 성공에 초점을 맞추면 소설이라기보다 자기계발서의 느낌이 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후르츠 캔디 깡통 속에 눈을 감고 손을 넣어 아무 것이나 골라 먹어도 달콤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처럼 다채롭고 골고루 맛있다. 주인공 '조안나'는 젊음 하나로 대기업에 들어오지만 취직은 하나의 관문일 뿐 절대 끝일 수 없다. 그 속에서 오해와 오해로 엮인 다양한 관계에 봉착하고 그것을 이겨나가는 것은 자신의 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타인과의 관계, 그것이 어찌 중요하지 않겠냐만은 그 모두와 자신을 함께 조화시킬 수 있는 건 여지없는 개인의 몫이다. 이 책은 이 책의 타겟이 될 젊은 여성들에게 그것을 확실히 각인시킨다. 성공하고 싶은 당신, 떠나라! 어디로? 사회 속으로. 누구의 힘으로? ONLY, 자기 자신의 힘으로!

 

     광고업계를 배경으로 한 소설 답게 소설 속에는 다양한 광고 타이틀이 등장한다. 요즘의 젊은이들이라면 기억하고 있을 법한 광고들이 낯설지 않고, 그 광고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져 가는 과정이 재미있다. 물론 약간의 씁쓸함도 감출 순 없다. 우리의 젊음이 이렇게 한 줄의 글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라니. 그러나 달콤함은 어쩔 수 없다. 흔히들 칙릿은 쉽고 재미있어서, 책 읽기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즐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 되는 것 아니냐고. 지금의 출판시장에 그런 흥미를 끌어주는 것만으로도, 혹은 책 읽는 독자를 늘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칙릿은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고. 그러나 이왕이면 조금 더 살벌하게 '만족도'도 높여줬으면 하는 바람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런 바람에 이 책은 어느정도 일조를 한다. 하지만 여지없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떠올리게 하는 아쉬움은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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