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어 보이
닉 혼비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끊임없이 무기력해지던 때가 있었다. 난 가족을 위해 뭔가 해야 했고, 뭔가 되어야 했고, 뭔가 꿈꿔야 했다. 아니, 그래야 한 것이 아니라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양 손은 텅텅 비어있었고 그 자책감을 감당하지 못했다. 그렇게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서 난 내가 되기로 결심했다. 내가 되어야 난 숨쉴 수 있고 내가 숨쉬며 힘껏 사는 것이 모두에게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난 지금까지도 내가 되고 있고, 가끔은 내 그런 생각들이 철없고 무책임한 자기합리화였을지도 모른다는 또 다른 자책을 하게 되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자책의 시간보다는 만족의 시간이 더 많음에 다행이다. '내가 되기' 그것은 당연한 것처럼 들리지만 썩 당연한 일만은 아니다.

 

        그리고 여기에도 내가 되지 못한 두 사람이 있다. 어른 한명, 아이 한명. 어른이되 어른같지 않은 윌과 아이이되 아이같지 않은 마커스는 우연히 서로를 알게 되고 어느순간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다. 그 누가 어른과 아이는 친구가 될 수 없다고 했던가. 이 책은 어쩌면 아이들이라고 얕잡아 본 어른에게, 어른이라고 다 지루하다고 생각한 아이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놔 줄 수도 있을 듯 하다. 세상에서 젤 속 편한 어른인 것같은 윌과 세상살이 고민은 다 짊어진 것 같은 마커스는 너무 다른 서로를 마음에 들지 않아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서로에게 다가가고 마음을 열고 결국은 자신을 발견한다. 타인과의 진정한 소통 속에서 이들은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마커스는 윌에게 마음을 터 놓고 의지하며 아이가 되어간다. 조숙한 것이 뭐가 나쁘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마커스에게 그것은 축복이 아니라 고통이었다. 자신의 아픔을 감당하기 위해 아이는 애써 어른이 되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을 마커스는 윌과 엘리를 통해 알게 된다. 감정에 솔직할 수 있고 뭐든 해볼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아이여서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윌은 마커스를 통해 진정한 어른이 된다. 진정한 어른이란 자유의 방종이 허가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유에 진정한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하는 것임을 마커스를 통해 보게 된다.

        우린 누구나 혼자 살 수는 없다. 그것은 결혼 관계의 유무가 아니라 사람 관계를 의미한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알게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한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다. 그것을 윌과 마커스를 통해 깨닫게 된다. 닉 혼비의 글은 명쾌하고 유쾌하다. 책을 통해 내 주변을 돌아본다. 나의 관계, 그것은 어쩌면 내가 괜찮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인가에 관한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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