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시 - 눈을 감으면 다른 세상이 열린다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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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년대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기억되는 하나의 키워드가 있을 것이다. '개구리 소년'. 1991년 개구리를 잡으러 간다고 집을 나간 다섯명의 소년이 실종되었다. 그당시 경찰은 대대적인 수사를 펼쳤지만 그들에 대한 그 어떤 단서도 잡지 못했다. 그 당시 개구리 소년들과 비슷한 연령 때에 있던 초등학생들은 학교와 가정으로부터 외출시와 비상시에 대한 철저한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매년 실종청소년들의 수가 늘고 있고, 대중매체에서는 심심찮게 '아이를 찾아주세요'라는 광고를 접할 수 있다. 그 아이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한번쯤 이런 물음에 사로잡혀 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나 역시도 한 때 이 아이들이 사라져 간 그곳에 대해 상상을 해 보았다. 돌아올 곳을 잃는다는 것, 그것은 신비감을 조성할 수도 있지만 결국은 두려움에 

     야시에는 두 개의 다른 공간이 등장한다. '바람의 도시'에 등장하는 고도라는 곳과 표제작이기도 한 '야시', 무한대의 상상 속에서 우린 하지만 그럴법하기도 함에 더 오싹해진다. 다른 공간은 결코 우리와 떨어져 있지 않다. 그것은 우리의 세계 어디쯤에 살짝 붙어있어서 모르는 사이 우리를 그 낯선 곳에 데려다 놓는다. 하지만 순간의 방심으로 들어선 길은 다신 돌아나올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이기도 하다. 그래서 '고도'를 한번 경험한 주인공은 또 다시 고도로 들어가게 되고 고도를 등에 지면서도 뭔가 아쉬워진다. 이는 주인공과 함께 들어가 고도에서 죽음을 맞은 나의 친구 가즈키에게도 통하는 이야기이다. 가즈키는 호기심으로 고도에 들어섰지만 결국 그의 운명대로 고도의 물건이 된다. 우린 늘 잠깐의 호기심으로, 방심으로 또 다른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고 그것은 우리의 운명이 된다.

     그것은 '야시'에서도 통용된다. 야시에 한번 다녀온 사람들은 바람과 곤충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야시가 서게 될 거야, 그들은 사람들에게 속삭이고 그들은 다시 야시에 간다. 사야만 하는 무언가를 찾아서, 어쩔 수 없는 운명이 그들을 다시 야시로 이끄는 것이다.
     섬뜩하면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는 매력적이다. 책과의 만남 역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처럼 운명적이다, 라고 믿는 내게 이 이야기 자체가 하나의 '고도'이자 '야시'였다. 한차례 이야기의 폭풍이 밀려간 후 눈을 감으면 책에서 만난 장소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나무로 가득한 그곳에서 난 렌이 끄는 수레를 따라 걷고 있었고, 야시를 돌아다니며 내게 필요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갈 수 없는 어딘가, 그곳은 갈 수 없기에 더 몽환적이고 두렵지만 자극적이다. 이야기를 믿는다면 당신도 오늘 야시로 떠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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