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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너를 선택했는가 - 낭만적 사랑에 빠진 남녀의 뒤로 숨긴 속마음을 분석한, 우리가 미쳐 몰랐던 짝짓기의 심리학
볼프강 한텔-크비트만 지음, 장혜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짝짓기의 심리학, 동물도 아니고 사람에게 짝짓기라니 뭔가 찜찜한 면이 있지만 그래도 틀림없이 매혹적인 말이었다. 사랑에 빠진 남녀의 뒤로 숨긴 속마음을 분석했다니... 그 말은 즉, 이 책을 조금만 분석해 보면 무덤덤한 나도 낭만적 사랑에 빠지는 법을 알 수 있다는 말인가? 종종 텔레비전 속의 뜨겁다 못해 데일 것 같은 연애 이야기를 보면 타인을 향한 지나친 열망에 모든 것을 버리는 그들의 모습이 한심해 보이면서도 내게도 한번쯤 저런 누군가가 찾아오기를 바라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특히 요즘 '넌 정말 혼자 살 팔자인가봐.'란 말을 종종 들었고, 이게 오뉴월에 서리 내리는 소리도 아니고 때가 한창인 꽃처녀가 들어야 할 소리인가,하며 참 착잡하기도 했었던 차였다. 그런 내게 이 책의 제목과 그 밑에 상큼하게 붙어있는 부제는 미심적으면서도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선택' 하는 것이냐, 받는 것이냐 이 두가지 기로에서 종종 자존심을 건 세기의 대결이 이뤄지기도 하고 죽쒀서 개주듯 남 좋은 일만 하기도 하고 때론 이 선택의 승자가 되어 사랑을 쟁취하기도 하니 사랑에서 '선택'은 필히 중요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없다.
그동안 사랑을 다룬 문학작품들에서 사랑에 빠진 남녀는 서로의 마음을 얻기 위해 조금 멀리 서서 빙빙 멤돌다가 어느 한 순간 스파크가 몰려오면 동시에 사랑을 고백하고 그 열렬한 열기 속에 휘말리곤 했다. 그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열기 속에서 그들이 상대를 알아가며 자신을 알아가고 또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도 바로 그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랑하고 싶으면, 우선 네 자신을 제대로 알고 네 자신을 아낄 줄 알아라!'
예전에 어떤 사람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혼자 있는 시간 동안 나 자신을 더 멋지게 가꾸며 다가올 사람을 기다리겠다고. 그 땐 그 말이 멋있다고 느껴지면서도 언뜻 '니 몸 값을 높이겠다는 거냐?' 라는 삐뚠 시선도 거두진 못했었다. 하지만 그의 말이 맞았다. 내가 더 괜찮은 사람이 될 때, 나와 더 맞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은 크다. 그것은 단지 돈, 외모, 학벌의 문제가 아닌 나 자신에게 얼마나 당당하고 솔직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이 책은 바로 그곳에서 시작한다. 나 자신을 알고 받아들이는 일. 그 일에 서투른 사람들은 종종 사랑에도 실패했고, 저자를 찾아와 상담한 사례들에는 그런 예들이 많다. 하지만 늘 음모론을 제기하는 나는 이번에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란 어차피 우리가 예기하지 못한 채 찾아오는 감정의 소용돌이인 것을, 굳이 심리학적인 분석까지 받아가며 맞춰가려 노력해야 하는 건지에 대한 의문. 아직 사람의 뇌에 대한 연구는 완성된 것이 아니라 나아가야 할 부분이 수없이 많은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단지 심리학자의 말에 의해 휘둘리며 또 다시 잘못된 자아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 그래서 난 이 책이 조금 아쉬웠다.
물론 사랑이란 누군가에 의지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만들고 찾는 것이라지만 이 책이 초반에 독자를 이끈 '짝짓기의 심리학'에선 조금 벗어난 셈이니, 그것에 초점을 맞춘 독자로서는 아쉬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건 확실하다. 자신을 사랑하고 바로 볼 줄 아는 것, 그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자신을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정말 뭘 모르는 소리이다. 문득 이런 노래가 생각난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한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