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과 모험의 고고학 여행
스티븐 버트먼 지음, 김석희 옮김 / 루비박스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시간을 캐는 모험, 고고학 속으로.

 

     고고학이란 꽤나 매력적인 학문임에 틀림없다. 지나간 시간을 복원해 우리 이전에도 누군가 살아왔으며 우리 이후에도 누군가 살아갈 것임을 우리에게 상기시킨다. 이 땅이 우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그러니 우리에겐 이 땅을 '소비'할 권리가 없고 '아낄' 의무가 있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듣기 위해선 우리가 과거를 끊임없이 발굴해야 하며 그 발굴엔 어쩔 수 없이 희생과 상처가 따른다. 그래서 고고학은 다소 역설적인 학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갈 수 없는 곳에의 신비는 예로부터 계속 지속되었기 때문에 우린 아직도 발굴되지 않은 과거의 시간을 갈망하고 탐구하려 한다. 그렇게 신비와 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다소 낯설고 어려워 보이는 것이 고고학이기도 하다.

 

     이 책의 처음 '추천의 말' 부분에는 버트먼 박사가 명쾌하며 알기 쉽게 글을 쓰는 작가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을 만나게 되면 그 말이 결코 거짓이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 고고학이라는 학문과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린 우리가 신비와 매력을 느꼈던 '과거'로의 여행을 하게 된다.

     책은 26개의 과거 여행을 담고 있다. 물론 그 안에는 약간의 기본적인 고고학이란 학문으로서의 접근도 담겨있지만 마치 할아버지의 옛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정겹고 재미있다. 고고학이 어려운 것이 아닌 그저 우리의 옛날이었음을 실감하게 되고, 그들이 걸었던 길을 마치 인디아나 존스가 된 기분으로 파헤쳐 보게 된다. 이런 고고학은 당연히 종교와 지리와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류에게 큰 영향을 미친 몇몇 종교에 대한 지식과 정보도 알 수 있게 되고 세계 유적지의 지리적인 요건들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되니 일석 삼조 이상의 정보를 갖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정보를 갖게 되는 과정이 결코 어렵지 않으니 고고학에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막연히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고 낙담하던 사람들은 아주 반갑고 쉽게 고고학으로 들어가는 문이 생긴 셈이다.

 

     챕터도 길지 않고 중요한 부분만 재미있게 그려져 있어서 짧은 이야기를 듣듯 재미있게 책을 읽어나갔다. 특히 전설로만 알고있던 이야기들을 파헤치는 '미노타우르스의 전설'이나 '아서 왕 이야기'들은 흥미를 끌기 충분했고 내가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던 '중국 진시황제의 무덤'에서는 기존의 정보 외에 또 다른 것들을 알 수 있어서 보다 유익했다.

     하지만 늘 고고학 관련 서적을 읽을 때면 아쉬움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우리가 가보지 못한 시간을 발굴하고, 그 시간 속에서 미래를 꿈꾸게 되지만 발굴이란 이름 하에 있는 어쩔 수 없는 약탈 행위를 목격하는 것은 썩 반가운 일은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미래라는 이름 하에 과거를 약탈하고 있는 약탈자인지도 모른다.

     "모든 인간은 자기가 사랑하는 것을 죽인다." 라는 오스카 와일드의 말이 고고학에는 어쩜 이리도 마침맞을까.

 

 

     + 밑줄 긋는 앨리스

     과거가 '옛날'인 까달은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이 자리에서 과거를 돌아보기 때문일 뿐이다. 옛사람들에게 과거는 언제나 활기차고 새로운 현재였따.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언젠가는 '옜사람'이라고 불리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덧없는 인생을 사랑하고 이들과 함께 나누고 있지만, 언젠가는 몇 마디로 요약된 무미건조한 모습으로 교과서에 실릴 것이다.

     현재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하지만 과거는 역사적 원근법으로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다. 과거는 시작과 중간과 결말이 완비되어 있고, 그 원인과 결과는 언제든지 해부될 준비를 갖추고 있다. 그렇게 때문에 과거는 현재보다 오히려 이해하기 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만큼 직접적이거나 활기차지는 못하다. 그러나 과거도 한때는 현재였다. 우리가 과거의 고유한 특징들을 과거에 되돌려 주기만 하면, 과거의 자연스러움과 생기를 과거에 되돌려 주기만 하면, 우리도 과거를 볼 수 있다.

     옛날의 우리 얼굴을 보려면 훈련이 필요하다. 겨울바람 속에 서서, 한때는 무성했지만 지금은 죽어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에서 힘을 얻어야 한다. 풍성한 봄은 오로지 죽은 나뭇잎에서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p.13-14)

 

     고고학자-'시간을 캐는 사람'-란 금이 아니라 시간 자체의 보물을 찾아다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한때 지구상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 지상에서 오래전에 사라졌지만 되찾을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이 고고학자의 임무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읽을 수 있으려면, 유적을 조심스럽게 발굴하고 조각난 책장을 모두 모아서 끈기있기 서책을 복원해야 한다. 어떤 책장도 내버릴 수 없고, 어떤 일화도 문맥에서 떼어내면 안된다. (p.126)

 

     오늘날에도 우리가 그들 앞에 서면, 그들은 그 검은 눈으로 우리를 유심히 마주보며 요구한다. 자기들은 박물관에 진열된 먼지투성이의 전시품이 아니라 과거 세계에서 온 진짜 사람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달라고. (p.18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