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런 책이 있다. 책 내용이나 인상깊은 구절보다는 이미지가 오래 각인되어 남는 경우. 책 내용이나 인상깊은 구절이 오래 남아도 그 책은 내게 좋은 책이 되지만 이미지가 오래 각인될 경우에도 그 책은 내게 잊지못할 책이 된다. 내게 <뱀에게 피어싱>은 그런 책이다. 상실감을 극복하기 위해 밥을 먹지 않고 술만 마시는 루이, 그녀의 모습은 꽤 오래 마음에 남았다. 외로움, 고립감을 떨쳐버릴 수 없어 약간의 알콜이 주는 환각상태에 빠져들어야 하는 그 기분이 왜 이 책을 읽은 몇년 후까지 마음에 강하게 남아있었던걸까. 어쩌면 나도 루이만큼 외로운 사람인지도 모른다. 다시 이 책을 집어든 것은 가네하라 히토미의 최신작 <아미빅>을 보고 정서적인 근원이 어딘가 이 책 <뱀에게 피어싱>과 비슷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회와 결여되어 있지만 끊임없이 외로운 마음이 표출되는 주인공들은 안쓰러웠고 나약했다. 외유내강이 아닌 전형적인 외강내유의 인간. 그것은 책들의 주인공만이 아니라 나 역시도 마찬가지 였기에 그들에게 더 신경이 쓰이고 마음이 간지도 모르겠다. 스플릿텅, 그것은 아마와 닮고 싶은 마음 탓은 아니었을 것이다. 루이는 아마를 그만큼 사랑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마와 연결되고 싶은 마음, 그것은 어둠에 매력을 느끼면서도 세상의 빛을 자신도 모르게 갈망하고 있는 마음과도 닮았다. 하지만 아마가 죽고난 후 루이는 자신이 그를 사랑한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상실감에 시달린다. 어쩜 우린 이다지도 연약한 사람들일까. 이 책에서 나오는 인체개조의 형태는 사회와 단절되었다고 느끼면서도 사회에서 인정받고 싶은 젊은이들의 자기표출 방법으로 보인다. 그리고 요즘 우리 사이엔 단지 스플릿텅이라는 다소 거친 방법 외에도 얼마나 많은 인체개조가 시행되고 있는가. 젊은이들은 자신을 인정받으려 끊임없이 인체를 개조한다. 각종 다이어트, 성형수술 그리고 이 책에서 보여지는 과도한 피어싱의 형태가 우리 주위에서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왜 우린 이리도 모순적인 형태로 보여지게 될까. 어둠에 매력을 느끼면서도 빛을 갈망하게 되는. 그것은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함께 관계맺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 이 책은 참 슬프고 잔혹스러울만큼 책 속 주인공과 독자를 괴롭히면서도 눈을 뗄 수 없는 매력을 제공한다. 마치 우리가 삶 속에 느끼고 있는 그 무언가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