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의 아라비안 나이트
리처드 F. 버턴 지음, 김원중.이명 옮김, 마르크 샤갈 그림 / 세미콜론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샤갈의 작품에는 동화 같은 매력이 있다. 다양한 미술운동이 있던 시기에 어느 쪽에도 가담하지 않고 독자적인 길을 걸었던 샤갈은 현실과 이상의 혼합을 화폭에 담아낸다. 그런 샤갈에게 아라비안 나이트의 판화를 제작하는 일은 즐거운 작업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다양하면서도 보편적인 사람의 모습을 담고 있는 아라비안 나이트 속에는 샤갈의 그림과 같은 현실과 이상이 혼합되어 있다. 그러니 샤갈과 아라비안 나이트의 만남은 다소 절묘하다.
 

     세에라자드는 천하루밤 동안 이야기를 한다.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끝이 없어 보인다. 이야기를 통해 우린 수많은 여행을 하고 수많은 환상에 빠진다. 그 이야기 중 네 편이 샤갈에 의해 선택되어 또 다른 모습으로 태어났다. 우린 그 그림과 함께 조금 더 매력적인 여행을 보장받는다.

     책에 수록된 네가지 이야기는 관능적인 매력을 뿜어낸다. 흑단으로 만든 말을 타고 하늘을 날다가 바다 속 깊은 곳으로 우리를 이끈다. 바다 속에는 인간과 비슷한 형태로 살아가는 인어들이 있고 인간과 인어는 우정을 맺기도 하고 사랑을 맹세하기도 한다. 그 사랑을 타고 우린 바다에서 나와 세상을 유랑한다. 행운의 왕은 세에라자드에게 이런 황홀한 이야기를 들었고 행운의 독자는 이런 황홀한 이야기를 매혹적인 그림과 함께 만나게 된다. 이로서 이야기를 통해 눈과 귀가 호화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다. 

 

     유한한 생명을 지닌 인간은 이야기가 있어 존재한다. 모두가 저마다의 이야기를 지녔고 그 이야기 역시 세에라자드의 이야기처럼 끝이 없을 듯 끝을 낸다. 아라비안 나이트 안에는 인간의 꿈과 이상과 현실이 들어있다. 

     헤럴드 블룸은 다섯살에서 열다섯살 사이에 읽은 글들을 70세까지 읽었다고 했다. 그 글들은 루이스 캐럴부터 셰익스피어까지 다양하고 나이를 불문하고 독자를 매혹시킨다. 아라비안 나이트도 그런 글들처럼 나이를 불문하고 다양한 독자들을 끊임없이 유혹한다. 그것은 이야기가 단지 이야기로 시작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진정성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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