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빅
가네하라 히토미 지음, 양수현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아미빅 : 1. 아메바의, 아메바로 인한

2. 아크로바틱한 자기중심주의가 뇌를 침식해 일어나는 상상력의 붕괴

 

     가네하라 히토미와의 첫 만남은 <뱀에게 피어싱>(문학동네, 2004)을 통해서 였다. 그 때 난 그저 가끔씩 답답할 때마다 책을 뒤적이는 성실치 못한 독자였을 뿐이다. 하지만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난 처음으로 작가에게 시샘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그 때 난 그 감정이 어떤 것인지도 알지 못했지만 그저 그 책을 읽으며 나와 같은 해에 태어난 작가가 가지고 있는 흡입력에 배가 아팠다. 다소 가학적인 구석이 있는 피어싱과 문신에 대한 묘사는 읽는 도중 인상을 찌푸리게도 했지만 그것들이 한 권의 책 내에서 소유하고 있는 힘은 상당히 뛰어났다. 그 책을 읽은지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책 속에 있던 몇몇 이미지는 생생하다. 난 그것이 내가 꽤 좋은 작가를 만났고 꽤 괜찮은 책을 읽은 증거라고 여긴다.

 

     그리고 또 다시 가네하라 히토미를 만났다. <아미빅>은 기존에 읽었던 가네하라 히토미의 문체와 많이 닮아 있으면서도 많이 달라져 있었다. 조금 더 개인의 내면에 충실하며 의식의 흐름을 묘사해 낸다. 물론 지나친 의식의 흐름에의 집중은 때론 독자에게  혼란을 주기도 한다. 특히 책 속에 있는 착란 상태에서 주인공이 쓴 글들은 행간의 구별이 없어(처음부터 작가가 의도한 상황이지만) 책을 읽는 초반에는 독자조차 혼란스럽게 만든다. 하지만 이 모두가 주인공의 혼란스러운 심리를 묘사하기 위함이었음을 이해하는 순간 그 글들은 멋진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세상과 철저히 자신을 분리하면서도 분열되는 것에 공포를 느끼는 주인공은 그간 가네하라 히토미 작품의 주인공들이 그렇듯 다소 비정상적으로 보인다. 또한 음식을 거의 섭취하지 않음으로서 자신의 몸을 끊임없이 학대하고 거기서 오는 공허를 쇼핑이나 착란 중의 글쓰기로 풀어내는 모습은 다소 기이하다. 하지만 이를 외면할 수 없는 것은 이 책의 주인공 역시 책의 말미에서는 정상적인 모습의 자신이 오히려 더 착란 속의 모습이 아닌가 하는 자아비판적인 속내를 들어내듯 우리 역시 우리 안에 수많은 비정상적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지만 책 속 주인공은 외면적으로는 자아에 대한 끊임없는 만족을 표현한다. 주인공은 자신이 특별한 인간임을 끊임없이 내세우고 있지만 실은 그것조차 그녀의 고독과 괴로움에 대한 표현이기도 하다. 이를 독자가 알아챌 수 있는 것은 우리 역시 자신이 그래도 조금은 괜찮은 인간일지도 모르는 위안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네하라 히토미의 소설은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른다. 그것이 그녀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기도 하고 그녀의 소설을 끊임없이 갈구하게 만드는 힘이기도 하다. 조금 더 깊은 인간에 대한 탐구. 조금 더 발전한 그녀의 소설을 통해 그녀의 다음 소설 역시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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