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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개미지옥 - 2007년 문학수첩작가상 수상작
서유미 지음 / 문학수첩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2007년 작가 서유미에게는 최고의 한 해가 아니었을까? 문학수첩 작가상에 이어 제 1회 창비 장편 소설상까지 수상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독자들은 그런 이력을 가진 작가가 궁금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화려한 이력을 지닌 작가, 이 책을 만난 건 단지 책에 대한 호기심 뿐이 아니라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기도 했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에서도 칙릿이 문학계의 한 흐름이 되어가고 있는 듯 하다. 기존 작가들 중에서도 그 흐름으로 갈아 탄 모습을 볼 수 있고 새로 출간되는 책들 역시 그런 흐름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 많다. 특히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신인작가 공모전 등에서 칙릿은 두드러지는데 칙릿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려운 출판계를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독자를 더 끌 수 있는 가독성 높고 흥미로운 소설을 찾는 것이 무리가 아니란 생각이 들지만 작품성 있는 신선한 시도를 원하는 일부 독자들에게 이런 칙릿은 다소 가벼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화려한 이력에 기대했던 독자에게 <판타스틱 개미지옥>은 또 하나의 칙릿이라는 점에서 다소 실망스럽다. 아니, 칙릿을 표방했다고 해도 매끄러운 문장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로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면 이 신인작가의 미래를 기대해 볼만 할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같은 해 문학동네 작가상을 받은 <달의바다>(정한아, 문학동네, 2007)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 책에 박수를 보낸 것은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젊은 사람만의 독특한 감성으로 새로운 창조를 했다는 점에 있었다. 그 책은 유행에 휩쓸리지 않아도 충분히 높은 가독성과 재미를 추구할 수 있음을 보여줬는데 그 책을 상기한다면 이 책을 비롯한 최근의 문학상들은 다소 실망스럽다.
백화점이라는 현대문명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그 곳에 있는 인물들은 충분히 다양했음에도 톡톡 살아나지는 못했다. 입체적일 수 있는 인물과 사건들이 평면적으로 전개 되어 책의 후반에 가서는 그 놈이 그 놈 같은 혼란에도 잠깐 봉착했다. (작가의 경험 부족 탓인지 독자의 지능 부족 탓인지는 굳이 가리지 않겠다.) 인물과 사건이 평면적으로 보인 이유는 인물들이 다양한 심리상태를 가지고 있지 못하고 지나치게 극단적인 면이 많다는 점이라고 보는데 한 사람이 얼마나 다양한 감정을 가질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이는 반드시 작가가 작가로 살아남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본다.
글을 쓰기는 어렵고 그 글을 비판하기란 쉽다. 하지만 한 줄의 글을 쓰기 위해 고민하고 땀 흘렸을 작가의 노력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인내심을 요구한다는 장편소설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신인작가가 지루하지 않은 장편소설을 써 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인지 조금 더 깊이있고 맛있는 책을 읽고 싶은 것도 독자의 큰 바람이다.
물론 장점도 많은 책이었다. 20-30대의 소비욕구와 그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기업들의 다양한 광고가 현대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얼마나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작가는 재미있게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더 발전한다면 정이현의 느낌이 나는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소설도 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작가와 작품보다도 현재 문학상에 대해 아쉬움이 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독자의 욕심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