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북 - 젊은 독서가의 초상
마이클 더다 지음, 이종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타인의 책장만 보면 흘깃거리는 버릇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소장한 책으로 그 사람을 짐작해 보기도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난 종종 누군가의 집에 처음으로 방문을 하면, 다른 것보다 그 집의 책장에 먼저 눈이 가는 편이다. 어떤 책이 꽂혀있는지를 살펴보면 그 사람의 관심, 취미등을 알 수 있어서 백마디를 나눈 것보다 그 사람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게 된다. 물론 그 사람의 책이 아니라 그 사람의 가족들의 책일 경우도 있어서 쉽게 단정지으면 안 되는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간혹 아는 사람들의 책 기록장을 살펴보며 그 기록장 안에서 내가 읽은 책들을 헤아려 본다. 같은 책을 읽었다는 것만으로도 조금 더 친숙해지는 기분, 무언가 대화의 거리가 생긴 기분이 좋다.

 

     서평으로 퓰리처 상까지 받았다는 저자의 프로필을 살펴보며, 이 사람이 대단한 독서가일 것이라는 짐작은 했다. 그리고 이 사람의 책장이 궁금해 지는 것이다. <Before sunset>에 나오는 헌책방 같은 분위기일까, 혹은 정돈 잘 된 고풍스러운 서가일까... 이 사람은 거기서 어떻게 앉아 책을 읽을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 읽는 장소는 통창이 있는 한적한 커피숍, 혹은 햇살이 가득 비추는 날의 우리집 거실 소파. 앉는 것이 아니라 소파에 몸을 맡긴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포즈로 소파에 파고 들어가 햇살 속에서 책을 읽고 있으면 나른하게 책 속 세계로 여행을 할 수 있는 기분이 더 없이 좋다.

    

     사람이 책을 만나고 빠지는 시기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중독처럼 책에 빠져들었다. 책 속 내용으로 상상해 보면, 작가가 '책을 읽어야지' 혹은 '책은 재밌구나'에 의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책이 마치 저자에게 한권씩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최근 부모가 억지로 책을 읽게 하는 아이는 책에서 되려 멀어진다,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또 내가 아는 한 중학생 아이만 해도 어렸을 때부터 지나치게 책을 읽으라는 압박을 받은 결과 현재 약간의 난독증 증세를 보이고 책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두려워하고 있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저자의 어린 시절은 풍요롭지 못했고 그 결과 책을 사줄 정도로 집안이 여유롭지도 못했으며 저자의 아버지는 저자가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다. 자신이 집착할 정도로 좋아하는 일에 타인이 방해를 하면 그것에 대한 열정이 더더욱 불타오르는 법. 저자 역시 더 책에 빠져들게 된다. 물론 저자의 일생에는 그를 책읽는 삶으로 자연스레 인도해 준 몇몇 선생님이 있다. 난 그 선생님들의 지도 방식에 감탄했고 내게도 그런 선생님이 한 분 계셨음을 떠올렸다. 단, 우리는 그들의 삶처럼 사제 관계가 친밀하지 못했을 뿐.

     마이클 더다의 이 책 속에는 그가 읽은 책들이 많이 기록 되어 있다. 이 책은 서평 책은 아니다. 그가 읽은 책에 대해서는 제목과 그의 일상에 끼친 아주 간단한 영향들이 적혀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읽은 책 리스트를 훔치고 싶은 충동이 들게 한다. 이 독서광의 리스트에 아직 내가 읽지 못한 책이 어마어마하게 많음을 반성하고 그의 독서량을 질투하게 되는 것이다.

 

     책을 다 읽고나니, 책은 온통 dog-ear로 가득했다.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되풀이 해보고 싶은 부분이나 혹은 기억해야 할 부분이 있는 페이지 끝을 접어놓고 하는 내 버릇이 책을 온통 접어두게 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또 다시 만나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독서를 하는 시기는 40세까지이고 그 이후는 그동안의 독서를 되풀이 해 보는 시간이라고 저자와 더불어 옮긴이도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40세까지는 그 후에 다시 읽을만한 책들을 쌓아두는 시간일 것이다. 이 책은 아마 그 시간에 함께 쌓일 것 같다. 물론 한 사람의 생을 다루고 있고, 자서전의 형식을 띄고 있기 때문에 중간중간 지루한 부분도 없지만은 않다. 하지만 책이 그의 인생에 미친 영향들을 보고 있자면, 고쳐야만 하는 내 책 편식 습관과 앞으로 내가 가야 할 독서의 방향들이 조금은 보이는 것도 같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권해보고 싶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책임에는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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