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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 제135회 나오키 상 수상작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들녘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군가한테 필요한 존재라는 건 누군가의 희망이 된다는 의미야.(p.105)
한 때는 일본문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가벼운 문체가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 문학을 만나며 특유의 매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일본 문학은 어딘지 모르게 독특하며 기발하고 상쾌하다. 조금 어렵거나 복잡한 책에 지쳐있을 때 목캔디 하나를 입에 문 기분이다. 일본문학도 어렵고 복잡한 것도 많이 있지만 요즘 트렌드가 되는 문학들을 만나다 보면 한 숨 돌릴 수 있는 기분이 되기에 요즘은 일본 문학에 저절로 손길이 간다. 아마, 젊은 이들 사이에서 일본 문학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이런 점 때문일 것이다.
나오키상을 수상한 책은 앞서서도 몇 권 만나보았다. 어렵고 심오한 책만이 상을 받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나오키상을 수상한 책들은 하나같이 가독성도 높고 그 발상이 신선한 것들이었다. 그러면서도 가장 중요한 핵심을 놓치지 않고 있는 것, 내게 나오키상은 그런 이미지였다. 그렇기에 이 다다 심부름집에 대한 기대도 상당했다.
책 자체로 보면, 만화같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제목도 그렇고 겉 표지부터 그런 첫인상에 한 몫한다. 책 표지는 책의 첫인상을 좌우하기에, 책 표지로 난 장르를 파악하곤 한다. 이 책의 표지로 판단한 이 책은 보나마나 코믹물이었다.
하지만 막상 이 책을 만나보면 그것이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다. 조그마한 심부름집을 하는 다다, 그리고 어느 날 다다의 심부름집에 얹혀 있게 된 교텐, 그렇게 그들의 기묘한 동거생활이 시작된다. 심부름집을 하며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 속에 꼭 필요하지 않은 것 같은 꼭 필요한 일을 하는 다다는 교텐의 등장이 반갑지만은 않다. 오히려 주인 잃은 귀찮은 개같은 존재일 뿐이다. 하지만, 그런 교텐과의 생활 속에 서서히 다다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아픔을 드러내고 싶어진다. 그렇게 다다는 자신의 아픔을 치유받는다. 그리고 돌아갈 곳이 없던 교텐에게도 돌아갈 곳이 생긴다. 그들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 서로의 희망이 되어주고 있었다. 사실은 모두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기존에 우리가 가지고 있던 심부름집의 이미지는 좋지 않은 것들이었다. 불륜 현장을 잡기 위해 뒷조사를 해준다거나, 거액을 받고 살인청부까지 일삼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렇게 고마운 심부름집이라니. 하지만 우리 손으로 할 수 있는 소소한 일들까지 이런 심부름집의 도움을 부르는 현대인의 잘못된 생활방식이 조금은 안타깝기도 했다. 편하면 그만이라는 것인가, 특히 자식의 문제까지도.
하지만 그렇게 다다의 심부름집은 모두에게 필요한 존재이자 모두의 희망이 되어간다. 이런 각박한 세상 속에 희망 같은 심부름집이라, 상상만 해도 전화기에 손이 가지 않는가. 뭔가 꼭 필요한 일을 일부러 만들어 다다와 교텐을 불러보고 싶다. 그들은 나의 희망이 되고, 고객이 꼭 필요한 그들에게 나는 희망이 되도록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독자들의 다다 심부름집이 되어줄 것 같다. 건강한 웃음과 함께 이 사회 속에 아직도 희망이 남아있음을 또 나 역시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어줄 수 있는 가능성을 선물해주기 때문이다. 난 정말 누군가의 희망이 되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