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가의 석양 - Always
야마모토 코우시 지음, 한성례 옮김 / 대산출판사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사람 vs 사람 , 한 없이 따뜻한 그 사이.

 

     모처럼 참 따뜻한 이야기를 만났다. 따뜻한 이야기 속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절로 인다. 참 따뜻하고, 참 편안하다. 그 이야기 속에 마음이 쉬어갈 수 있었다.

     올해 초, 지인의 소개로 만났던 <나의 아름다운 정원>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내가 겪어보지도 못한 그 시대를 그린 그 책을 읽으며 난 그렇게도 따뜻해 했다. 그리고 이 책 역시, 도쿄타워가 완공되던 시점인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내가 살아보지도 않은 시대, 그리고 내가 가보지도 않은 공간, 하지만 그 곳에서 그 시대에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다. 과거는 마냥 그리운 것일까, 아니면 정말 그 때는 지금보다 따뜻했을까.

 

     컴퓨터 화면에 얼굴을 들이박고 대화를 하는 사람들, 컴퓨터와 친구가 되어 오락을 하는 사람들, 어찌 됐든 현대에 사는 우리가 보기에 이 세상은 편리하기는 하나 삭막하다. 왠지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 잿빛 도시에 살고 있는 기분. 이런 도시에서 보는 과거는 늘 파란 빛이고 늘 선명하다. 옛날 TV는 흑백이었고 지금의 TV는 컬러 와이드 비전이지만 왠지 우리의 환상 속에서 현재는 흑백이고 과거는 총천연 칼라 파워를 지니고 있다. 과거에서 본 더 과거도 그리하였을까? 그리고 미래에 본 지금은 칼라가 될 수 있을까?

    

     4월부터 3월까지의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사실은 훨씬 긴 시간의 이야기들이다. 시작된 4월에 있던 스즈키 오토는 어느새 3월이면 굴지의 중견기업이 되어 있고, 류노스케가 우연히 데려와 함께 살게 된 준노스케는 이야기와 애니메이션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짧은 이야기 같지만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인생이다. 어쩜 이리 우리와 닮았을까, 그리고 카와시마는 오랜만에 그 때 그 도시로 가 그 모든 것을 되돌아본다. 불과 몇년 전 이야기 같지만 이젠 커다란 고층 빌딩이 생기고, 그 맛있던 라면 집이 아닌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가 빼곡하게 들어선 그 때의 그 곳. 어떤 기분일까. 너무도 변해버린 추억의 장소와 만나는 기분은.

 

     참 아름다운 이야기이면서도 애틋한 기분이었다. 그러면서도 생각이 든다. 역시 가장 따뜻한 것은 사람과 사람간의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하는. 중앙난방이 나오고 한 겨울에도 반팔로만 살 수 있는 아파트도 좋지만 찬 바람이 휙휙 몰아치는 단칸방에서 가족이 서로의 체온을 난로삼아 따스히 끌어안고 자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오히려 더 따뜻할 수 있지 않을까. 살을 빼야 한다고 굶고 요가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모두가 탄력있게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컴퓨터나 소형 게임기가 없어도 재미있었고 웃을 수 있지 않을까. 그동안 내가 꿈꾸었던 과거의 삶들이 이 책에 온전히 묻어난다. 확실히 지금의 우리는 행복하지는 않다라는 막연한 추측이 마음을 휘감는다. 사람과 사람, 그 사이가 가장 따뜻하다는 것을 알고 그 때를 그리워하지만 이미 너무 많은 것에 익숙해져 돌아갈 수 없는 우리가 왠지 마약 중독자같다는 생각이 이 더운 여름, 더위와 싸우는 것이 당연하다고 마음 먹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에어콘으로 눈이가는 내 마음이 하고 있었다.

     이런 잿빛 도시에 사는 난, 그런 시대를 경험해 보지 못한 나도 이런 따뜻한 이야기를 해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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