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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재테크 행복한 가계부 - 행복한 돈 이야기
제윤경 지음 / Tb(티비)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솔직히 내게 계발서를 읽는 것은 곤욕이다. 계발서가 우연히 손에 잡히게 되면 한숨부터 나온다. 계발서는 내 입에는 지나치게 안 맞는 한끼 식사이다. 소고기 패트가 들어있는 햄버거를 잘 못먹는 내게 가득 차려나온 소고기 이층 패트짜리 햄버거와 마주할 때의 느낌과 같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울며 햄버거 먹기로 먹다보면 뭔가 내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이 책과의 만남 역시 그랬다고 솔직히 고백해야 겠다. 계발서는 쥐약이고 돈 개념도 거의 무지한 내가 돈에 관련된 계발서를 만났다. 최악의 궁합이다. 하지만 이 책을 다 먹고 난 지금, 인상 쓰면서도 이 책을 끝까지 만나고 한장 한장 손에서 떠나보내며 놀라움으로 커지는 눈과 함께 고개를 끄덕거렸던 내게 '다행이다'는 혼잣말을 한다. 이 책을 통해 지금이라도 심각한 불치병으로 치닫을 뻔 했던 문제들을 알게 되어 다행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재테크로 인해 돈에 욕심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계획하는 일상적인 실천을 도와준다는 것이다. 자신의 현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것, 그것이 이 책이 준 첫번째 과제이다. 난 나도 뻔히 인정하는 돈맹이자 사회 전체의 문제거리들 중 하나인 금융맹이었다. 또 하나의 고마운 점은 내 단점을 정확히 지적함으로써 그동안의 내 생활이 부끄러워지게 나를 만들어 준다는 데 있다. 어쩜 그동안 이리도 무지하고 살았던 것인지 내 무지를 반성하며 더 나은 생활을 한 번쯤 모색해 보게 도와준다. 그리고 그동안 우리가 무관심하게 놓고 있었던 우리 권리 중 하나 소비자의 권리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시간이 마련된다. 잘 모른다는 이유로 금융기관의 횡포 아닌 횡포에 놀아나고 있던 우리의 권리들. 안내 전화만 바쁘다는 이유로 끊어 버리고 카드 하나만 만들어 달라는 발품파는 아주머니에게 등 돌리는 것이 우리의 권리를 지키는 것은 아니었다. 나보다 조금 더 안다는 이유로, 나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을 위해 우리의 권리를 묵살해 버리는 그들에게서 우리의 권리를 찾아와야 겠다는 생각이 꿈틀거린다. 하지만, 말을 냇가까지 끌고 갈 수는 있으나 물을 먹일 수는 없다고 했다. 생각에서 그치면 안되고 우리 스스로 물을 떠 마셔야 한다. 이 책은 물가 까지 우리를 끌고가는 역할은 아주 충분히 수행하고 있으니.
경제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갖고 이 책을 만나면 좋겠다. 중도금이나 양도금 등의 친숙한 용어에 대한 얄팍한 지식마저 없다면 조금은 생소하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책에 겁을 내서는 안 된다. 겁을 내야 할 것은 자신의 지나친 무지이다. 돈에 관심이 없고 연연해 하지 않는 것과 경제에 관심이 없는 것은 다르다.
나는 돈맹이다. 그것도 귀찮이형 돈맹. 정말 뜨끔하게도 은행은 늘 업무시간 이후에 이용해서 불필요한 수수료를 지출하고, 거래 은행까지 가는 게 귀찮아서 수수료를 지급하고 가까운 은행에서 출금을 한다. 더 뜨끔하게도 매사에 돈돈하며 연연해하는 것도 싫고, 돈 관리에까지 부지런해야 하는 것이 피곤하다고 여기지만 돈에서 여유롭고 싶은 내 행동은 결국 돈이 새고 월말이 갈 수록 돈에 연연하게 만든다.
하지만 돈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인지 다행이도 대박에도 관심이 없는 편이다. 로또 한 장 사 본적 없고, 투자나 주식 재테크에도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저 성실히 일해 내 앞가림 할 만큼 벌어 쓸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주의였다. 하지만 다행이도 대박에 관심이 없었지만 그 외에도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은 전혀 다행이 아니었다.
돈에 크게 욕심이 없다는 것, 그래서 현명하지 못한 소비 생활을 한다는 것은 결코 자랑이 아니었다. 내가 조금만 더 신경을 쓰면 훨씬 더 좋은 상황들이 내 눈 앞에 펼쳐질 게다. 돈이 어렵다고, 돈이 무섭다고, 돈이 별 거아니라고 핑계를 대지 말자. 돈을 밝힐 필요는 없지만 돈에 밝아질 필요는 분명히 있다.
- 책 속에서 만난 한 마디.
현실을 직시하고 제한된 소득을 절약하여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사람은 돈에 밝은 사람이다. 돈의 노예까 되는 사람은 돈을 밝히는 사람이지만 돈의 속성을 알고 돈을 관리할 줄 아는 사람은 돈에 밝은 사람이다.(p.55)
급하고 중요한 일과 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 중 대부분의 사람들은 늘 급하고 중요한 것만 챙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성공은 위해서는 급하지는 않으나 중요한 일을 가장 먼저 해야 한다.(p.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