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 에비앙
요시카와 도리코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If it`s not fun, why do it?
 
     방송인 노홍철을 보고 있으면 그야 말로 혼이 쏙 빠진다. 따다다다 하고 있는 말을 듣고있으면 멍-해지기도 한다. 그 사람이 방송에서 보여지는 면 이외의 다른 모습을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방송에서 보여지는 면으로만 보자면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그에게 지어준 닉네임 그대로 돌+아이 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런 그 사람의 좌우명이라는 If it`s not fun, why do it? 이란 말을 봤을 때 뭔가 꽝하는 기분이었다. 재미가 없다면 왜 하냐는 물음. 먹고 살기 위해서, 혹은 장래를 위해서는 답이 될 수 없어보였다. 내가 즐거운 일을 하겠다는 그의 좌우명은 조금은 태평하고 팔자 늘어진 소리같이 들리기도 했지만 나 역시 꿈꾸고 있는 길이었다.
 
     그리고 노홍철의 좌우명이 생각나게 하는 유쾌한 가족을 만났다.
     "재미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지."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박해미의 오케이~가 생각나는 듯한 이 말을 핫짱의 엄마 아키는 스스럼없이 내뱉는다. 사실 우리 상식으로는 이게 중학생인 딸에게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지만 아키는 할 수 있다. 우리집은 남들하고 조금 다르니까 이런 소리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젠 뭐든지 '일반적인'라는 말만으로는 통하지 않는 시대가 와 버렸다. 가족 관계도 더 이상 부모 아래 자식이라는 일반적인 코드는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일반적인 코드가 통하지 않는 시대라지만 이 가족, 조금은 엉뚱하다.
     태어났을 때 부터 아빠였지만 진짜 아빠도 아니고 호적상 아빠도 아닌 야구와 펑크족이었던 과거를 비비안 웨스트 우드로 감추는 엄마, 그리고 그런 가족 구성원에 비해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핫짱까지, 말 그대로 콩가루 집안이 따로없다.
     아빠 역할을 하려고 하는 야구는 멍청하지, 제 멋대로이지, 썰렁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엄마를 너무너무 사랑하고, 핫짱까지도 마음 깊이 친 딸 이상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비비안 웨스트 우드로 지난 날을 감추며 가족을 먹여살리는 엄마 역시 뭔가 이상하다. 따질 것은 다 따지면서도 구두쇠 노릇을 하려고 하고 야구를 사랑하지만 야구와 결혼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엄마 역시 야구를 사랑하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고 핫짱도 너무 깊이 사랑해 준다.
     평범해 보이는 핫짱도 절대 평범하지가 않다. 남들이었다면 조금 부끄러워 했을 가족을 부끄러워하기는 커녕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진짜 아빠가 아니면 어떻고, 펑크족이었던 엄마면 어떻냐는 말이다. 내가 사랑하고 내가 보듬어야 할 우리 '가족'인 것을.
 
     사랑으로 똘똘 뭉친 좌충우돌 요절복통 가족들이지만 단지 웃기기만 하고 콩가루만 날리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내면을 살짝 들여다보면 그들은 서로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과 신뢰로 뭉쳐있다. '가족'이라는 이름만 뒤집어 쓴 채, 진정한 가족이 아닌 타인으로 살아가는 요즘의 가족들과는 뭔가 다르다. 엄마는 야구의 자유로운 삶을 방해할까 결혼을 하지 않았고, 항상 핫짱의 선택을 존중해준다. 핫짱 역시 엄마와 야구의 삶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절대적인 신뢰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유쾌한 이 가족사를 들여다보며, 내 가족을 돌이켜 보게 된다. 우린 과연 이런 신뢰로 뭉쳐있는 가족인지. 바람잘 날 있는 가정이란 없다. 누구나 자기 가정만의 문제를 안고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해가며 가족이란 결속력은 커져간다. 하지만 그 결속력에 절대적인 신뢰가 포함되는지는 의심이다. 슬픈 현실이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나 외에는 누구도 믿지 못한다는 요즘이 아니냐는 말이다. 그리고 사실 그 결속력도 날이 갈 수록 점점 희미해져가고 있다. 콩가루 가족이면 어떻고, 말도 안되는 가족이면 어떤가. 사실 이들이야 말로 우리보다 더 가족답고 진짜 가족이 아닌가 한다. 유쾌하면서도 가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끔 하는 책을 만났다. 나도 야구처럼 밝게 책에 인사를 건낸다. 굿모 에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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