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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은 책상이다
페터 빅셀 지음, 이용숙 옮김 / 예담 / 200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책상은 책상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일생이다.
10살 어린 남동생에게 다른 건 해주지 못하지만, 책 읽는 습관을 갖게해주고 싶어 재미있는 책 부터 자주 만나게 해주려 한다. 어려운 책이 아니라, 환타지 동화나 쉽게 읽을 수 있는 단편들부터 시작해서 책에의 관심을 유도하려고 하는 편이다. 그런 중 동생의 학교에서 나누어 준 필독, 추천도서 목록을 꼼꼼히 살펴보게 되었고, 그 중에서도 특히 이 책이 눈에 띄었었다. 그동안 타인의 서평으로 몇번 접하고선 관심을 갖고 있던 책, <책상은 책상이다>였다. 동생과 함께 책을 만난다는 것은 또 다른 재미이다. 난 늦게나마 서평쓰는 재미를 알게 되었지만 동생에게는 이왕 책 읽는 재미를 알게 해주는 겸, 서평 쓰는 재미도 갖게 해줄 마음으로 책을 읽은 후 짧게 나마 감상을 쓰기를 독려하곤 한다. 그러다 보면, 내 시선으로는 발견할 수 없었던 책의 매력과 의문을 동생의 감상에서 보게 되곤 무릎을 치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동생과 함께 할 책으로 리스트에서만 오랫동안 웅크리고 있던 이 책을 꺼내들었다.
기발한 상상력과 따스한 유머, 책 표지에서 말하고 있는 이 짧은 문구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말 기발한 상상력과 따스한 유머이다. 흔히 타국의 유머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다.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라는 말장난을 외국어로 표현하게 될 때의 곤란함과 표현 후에도 별 재미를 못 느끼게 될 것임은 뻔한 예상인 것처럼, 외국어로 표현된 말장난이 우리말로 번역 되었을 때 그 재미가 얼마나 감소될지는 뻔한 일이다. 하지만, 이 책에 표현 된 유머는 그런 유머가 아니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주인공의 황당한 일화를 제시하며 독자가 가볍게 웃을 수 있도록 해 준다.
7개의 짧은 이야기들은 짧지만 따뜻하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 역시 뭔가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고 있지만, 애처로우며 안타깝다. 어쩌면 그들이 겪고 있는 문제점들이 우리 모두가 겪게 될 문제점같이 느껴진다. 7개의 이야기 속에 나타난 사람들은 나이가 많은 남자들이다. 지구가 둥근지 확인해 보려 집 대문에서부터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걸어나가려 하는 사람과 모든 것을 달라지게 하고 싶어 사물의 이름을 바꾸어 부리기 시작한 사람, 아메리카를 발견한 웃기지 않은 광대, 세상에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발명하는 진정한 발명가, 세상 모든 사물을 요도크라고 부르는 거짓말쟁이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는 거짓말쟁이, 기차를 타지도 않으면서 기차를 완전히 알기 위해 기차 시간표를 외웠으나 기차역의 계단 수를 알지 못했기 때문에 계단 수를 완전히 알기 위해 기차를 타기 시작한 암기왕, 아무것도 더 이상 알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알기로 한 남자, 조금은 과장되고 모순되는 이들의 삶이 이들을 사회로부터 고립시킨다.
하지만, 이 모습들이 우리의 모습이라고 하는 것들은 우리 역시 나이를 먹어가며 세상에 고립되어간다 느낄 것이며, 사회와의 의사소통에 점점 문제가 생겨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기에 작가는 따스히 주인공들을 감싸며 이해하려고 한다. 주인공들은 소외되고 고립된 사람들이지만 자신들이 믿는 진실을 끝까지 놓지 않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야기 속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따뜻하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알아내기 위해 앞으로 걸어간 노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나 세상에 있는 것들을 발명하는 사람을 진정한 발명가라 인정해 주는 사람, 요도크 아저씨를 말하는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손자까지 그 괴짜같은 사람들을 기억하거나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사람을 이야기 속에 넣음으로서 작가 자신의 시선을 보여주고 우리의 시선 역시 그들을 이해시키려 한다. 그런 작가의 노력 덕에, 잔잔한 미소와 함께 사회에 단절감을 느끼며 소외받고 있는 그들을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책상은 책상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일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