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언니의 리뷰에서..
십년전에 이 책을 읽다가 중간에 덮어버렸다.
책장을 넘길때마다 가시가 박히는 것처럼 아팠더랬다.
그땐 그런 나이였고 그런 나였다.
얼마전 개졍판이 나와 다시 구입을 했다.
며칠을 두고 두고 밤에만 읽었다.
이젠 슬픔조차 가물해진 내 정서의 주름이
얼마나 깊은 골로 패여있을지 확인 해보고 싶었다.
가시처럼 와 박히진 않았다.
때론 참으로 한심하고 딱한 여자라고 은서를 탓했다.
그런 밤 끝에 오늘에서야 책 읽기를 마쳤다.
다 읽고 나서야, 이제서야..
무디게 잊고 있던 내안의 가시들이 꿈틀거린다.
진한 아픔과 깊은 슬픔이 밀려와
당황스럽고 추스르기 버겁다.
이런 슬픔에서 벗어나려고 얼마나 버둥댔던가?
미련스럽게 그걸 잊고 나를 시험하다니..
한동안은 이 책을 펼치지 않으리라.
그러나 이런 슬픔도 오래 가진 않으리.
아침이면 다시 무뎌진 가시들을 품고
다 잊은 듯 억척스레 살아가겠지.
발을 헛 내딛을때마다 꿈틀대는 가시에
화들짝 놀라기를 반복하겠지.
다시 십년이 지나면
가시의 아픔도 나도 완전히 하나가 되어있을까?..
깊은슬픔에 목말랐던 사람.
혹은 슬픔이 넘쳐 깊은슬픔으로 위로 받아야 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07. jy.
그녀의 리뷰가 나에게 소리친다.
'읽지마.넌 감당할 수 없어'
나는 결국 읽고 만다.
몇년째 이 책의 제목이 내게 소리친다.
'읽지마.넌 못 견딜거야'
'읽지마'
나는 결국 읽고 만다.
왜 그랬을까?
내 아픔이 헤집어질 것을 알았으면서 나는 굳이 왜 읽고 말았을까?
그 해 가을..
말도 잃고,기억도 잃고,
내가 누구인지..왜 이곳에 있는지도 모른채
어느날 정신 차리고 보니 병실이었던 그 때...
가족도 알아 볼 수 없고,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누군지도 모르지만 니 이름 석자만 머릿속에 떠오르던
6인 병실 속의 내가 있던 그 해 가을..
나는 결국
이 책을 읽으며 그 해 가을로 가 있었다.
은서,세,완..
내 얘기가 아니었지만,내 사랑 얘기가 아니었지만
그것은 결국 내 얘기였고,내 슬픔이었다.
그렇게도 읽지 마라고 내 맘이 말렸건만
나는 읽고 말았고
지옥 같던 그 해 가을을 생생하게 기억해 버렸다.
내가 왜 이 병실에 있는지 비로소 기억하는 나..
이제는 정말 너를 잊겠다고 다짐하던 21살의 나..
그런 나를 퇴원 전날 아무렇지 않은 듯 병문안 오던 20살의 너..
그 밤, 누가 들을세라 베게로 입을 막고 꺽꺽거리며 죄지은 사람마냥 숨어 울던 나..
정말 잊고 싶었는데..
그 날 숨어 울던 나도
니 이름 석자도 잊고 싶어는데
나는 내가 흘린 눈물 방울 수조차도 다 기억하고 말았다.
다시 시작된 짐승같은 울음들..
왜 너에게 나는 안 되냐는 울부짖음..
차라리
하늘도 같이 울어주면 좋겠건만
겨울밤마냥 짱짱한 별빛들..
그렇지 내가 울부짖는다고 하늘의 별들까지 같이 울부짖을 거야 없겠지..
마음 속으로 신경숙씨에게 편지를 쓴다.
들릴리 없는 투정을 부린다.
'이제 그만 아파하세요.제발 그만 슬퍼하세요'
Y언니가 그런다.
그러나 이런 슬픔도 오래 가진 않으리.
아침이면 다시 무뎌진 가시들을 품고
다 잊은 듯 억척스레 살아가겠지.
발을 헛 내딛을때마다 꿈틀대는 가시에
화들짝 놀라기를 반복하겠지.
다시 십년이 지나면
가시의 아픔도 나도 완전히 하나가 되어있을까?..
한동안 나는 정말 다시 그 해의 울음을 울지도 모르겠다.
결국 나를 슬프게 만드는 것은 너를 놓지 못하는
내 미련임을 알면서도
32살의 나는
21살의 울음에, 슬픔에 헤어나지 못하겠지
그것은..
그 해 내 사랑은..
지난 10년을 웃게 만들고 절망하게 만들던 너는..
내게 축복이었을까? 내 원죄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