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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법은 아름다운 노래
에릭 오르세나 지음, 정혜용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제목이 막 끌려서 읽게 되는 책이 있다.
이 책이 그랫다.
단어 하나하나가 노래를 부르며 읽어달라고 손짓하는 게 느껴졌다.
프랑스 문법을 가르치기 위해 쓰여진 책이지만
프랑스어를 넘어 '언어' 자체에 애정을 가지고 쓴 글이라
문법이 정말 아름다운 노래로 다가왔다.
"태풍은 너희에게 그랬듯이 이 섬 주민들에게서도 말을 모두 휩쓸고 가버렸단다.그런데 다시 말을 배우기 위해 우리를 찾아오는 대신에 침묵 속에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던 거야.섬 주민들은 더 이상 그 무엇의 이름도,그 누구의 이름도 부르지 않았지.너희들도 한번 사물의 입장이 되어보혐.풀과 파인애플,염소의 입장이 되어보라구.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보니 그들은 슬픔에 잠겨서 점점 말라갔지 그러다가 죽은 거야.관심을 받지 못해서 죽었지.사랑받지 못해 하나씩 둘씩 죽어갔지.그 사람들은 태양열에 바싹 말라갔어.곧 그들에게는 가죽만이,포장지처럼 얇은 갈색 피부만이 남게 되었고,그마저도 바람에 쉽사리 쓸려가버렸단다."
얼마나 많은 모국어의 속살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져 가고 있는가. 나만 하더라도 좀더 유식하게 보이지 않을까 싶어 의식 중에 무의식 중에 외래어들을 섞어 써댔고 그 와중에 우리가 불러주지 않아 死語가 되어버린 내 모국어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말은 곧 그 사람의 정신이고, 말은 그 나라 문화를 나타내는 것이다.<뿌리깊은 나무>를 읽으며 일순간 타올랐던 내 모국어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 프랑스 문법을 다룬 소설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타오르기 시작한다.내가 한 번씩 사랑을 담아 내 모국어를 사용해 줌으로써 내 나라의 문화와 정신을 지킨다는 걸 다시 한 번 생각케 해 준 책읽기,관시리 뿌듯한 책읽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