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옷은 무엇인가?

“알지? 흉터는 옷의 기원이라는 거.”

“흉터가 옷의 기원이라고요?”

“맞아. 인류학자들에 의하면 인류 최초의 옷은 핏자국이야. 원시인들은 싸움에 이긴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고 핏자국은 승자임을 나타냈으니까. (……) 그런 그들에게 흉터는 어땠을까. 역시 존경의 대상이었지. 흉터 또한 승자이자 용기를 증명하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문신이나 흉터를 갖기 위해선 고통이 뒤따랐어. 바디페인팅은 영구적이지 못했을 테고. 그래서 사람들은 영구적이면서도 고통 없이 용기를 증명할 방법을 찾았지.”(백지영 장편소설 <나의 황홀한 옷의 기원>(알렙), 본문, 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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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은 욕망이다!

80년대부터 2000년대를 잇는 옷의 서사!

어느 날 얼굴에 흉터가 생긴 한 배우의 이야기

혹은 한 여자의 지독한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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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은 욕망이다!
80년대부터 2000년대를 잇는 옷의 서사!
 
어느 날 얼굴에 흉터가 생긴 한 배우의 이야기
혹은 한 여자의 지독한 사랑 이야기




■ 간략 소개


인간에게 옷은 무엇인가?

“알지? 흉터는 옷의 기원이라는 거.”

백지영의 신작 『내 황홀한 옷의 기원』은 인간의 옷에 대한 욕망의 세계를 다룬 소설이다. 간결하고 정감 있는 문체로, 한 영화배우의 가족사와 1980년대 정치적 상황을 결합해 옷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 문제를 스릴러적 형식으로 그려내고 있다.

 

백지영은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틈틈이 소설을 발표해 오고 있는 신예 작가이다. 200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2011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했다. 첫 작품집 『피아노가 있는 방』을 통해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버림받은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내면을 집요하게 탐색”(고인환/평론가)하여, 이른바 ‘착한 소설’의 역습이라는 평을 받았다. 2018년에는 장편소설 『나의 노열 패밀리』을 통해 “가족소설의 문법을 바꾸며”“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고 질주하는 사회, 그 속에 놓여 갈 길을 암중모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서경석/평론가)를 썼다.


■ 출판사 서평


신작 『나의 황홀한 옷의 기원』은 전작처럼,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인 의·식·주의 문제를 다룬다. 전작에서는 ‘음식’을 다루었고, 신작에서는 ‘옷’을 다룬다. 옷은 욕망을 표현하는 데 적합한 소재이다. 소설에서는 옷을 만들고, 옷을 입고, 옷을 통해 욕망을 나타내고 실현하려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면면이 교직된다. 중심 서사는, 한 배우의 사고에서 시작된다. 한 배우가 해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런데, 수상을 축하하는 파티에서 갑자기 사라진 그는 얼굴에 심한 상처를 입고 나타나고 의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얼굴에 흉터가 생기고 만다. 실종과 상처 자체도 미스터리하지만, 상처를 입힌 후 실과 바늘로 상처를 꿰매놓은 엽기적인 사건이었다. 누가, 무슨 이유로, 한 배우의 생명줄과 같은 얼굴에 흉터를 남겼을까.

작품은 속도감 있는 사건 전개와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에 바탕을 두고 서사가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젊은 독자들과도 잘 맞는 감각적인 소설이다. 실제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이 교묘하게 섞이면서 1980년대를 넘어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에 육박하는 긴장감을 유발한다.(김승구/세종대 교수)

주된 서사는 배우(나중에 얼굴에 흉터를 갖게 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지만, 또 다른 인물의 서사는 말미에 드러나는 이름 없는 여자(어려서부터 얼굴에 흉터를 가진)이다. 얼굴에 흉터를 갖고 있어 늘 고개도 들지 못하고 살지만, 어린 시절 현우가 잡아준 따뜻한 손을 기억해 결국 그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했던 여자의 사랑 이야기. 따라서, 이 작품은 한 배우가 아버지를 뛰어넘고자 하는 이야기가 아닌, 슬픈 상처를 가진 한 여자의 지독한 사랑 이야기일지 모른다.

 

 

미스터리 장르의 정통 규칙에

80년부터 2000년대를 잇는 옷의 서사를 입히다.

 

백지영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소설 구상의 계기가 된 경험을 들려준다. 중학교 때 당시는 물론 지금도 한국 에로 영화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영화를 만든 감독을 아빠로 둔 학생이 있었다. 어느 날 그 감독이 학부형 자격으로 일일교사로 초빙됐다. 유명 감독을 코앞에서 본다는 설렘과 기대가 있었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중학교에 에로 영화 감독이라니.

그때의 일일 강의는 백지영 작가에게 그 시대의 모순적 상황을 상징하는 장면처럼 각인되어 있었다 한다. 하지만, 작가에게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체험이라도, 그런 상황에 반감을 가진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부조리하고 모순된 아버지의 시대에 반감을 가진 소년.

백지영 작가는 요즘의 세대간의 불신을 보며 이 작품을 구상하였다. 아버지의 세대를 부정하고 뛰어넘으려 하지만, 현 세대가 전 세대와 무관할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쓰였다.

의·식·주 중에서, 옷은 다른 것과는 다른 특성이 있다. 배부르면 음식은 더 이상 먹지 않고, 집도 여러 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드물지만, 옷은 있어도 또 갖고 싶어하고 딱히 필요 없어도 동경한다. 따라서 인간의 욕망이라는 감정을 무엇보다도 잘 드러내는 것이 바로 옷이다.

 

줄거리

 

배우 정현우는 권력자들이 얽힌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를 통해 해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는다. 하지만 수상 축하파티에서 그는 갑자기 사라졌고, 얼굴에 심한 상처를 입고 나타난다. 의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얼굴에 흉터가 생기고 만다.

얼굴에 흉터가 생긴 후 그의 인생은 달라진다. 어렵게 캐스팅된 영화는 번번이 실패하고 연기력까지 의심을 받는 처지가 된다. 그의 후원자인 디자이너 줄리아와 재력가인 그의 아내 신애가 그의 재기를 위해 노력하지만, 그의 추락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다큐멘터리 감독에게서 그와 그의 아버지를 다룬 프로를 만들고 싶다는 연락이 온다. 영화감독이었던 그의 아버지 정인호는 데뷔작이 인정받기도 했지만, 이후에는 에로물을 주로 찍었으며, 감독으로의 삶보다는 여자들을 배우 시켜준다며 꾀어 데리고 다니는 한량에 가까운 삶을 살았다.

그런 아버지에 관해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다는 감독의 말이 현우는 내키지 않았지만, 아내 윤신애는 다큐멘터리가 그를 재기시킬지도 모른다는 꿈에 부푼다. 다시 그의 인생에 끼어든 아버지. 하지만 아버지의 영화 인생은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윤색되고 현우는 그런 상황이 혼란스럽다.

건달처럼 살아가던 아버지는 어느 날부터 방에 들어앉아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이후 좋은 영화를 만들겠다며 돈을 끌어들이던 아버지는 엄마의 친정에까지 손을 벌리고 친정과 의절을 하고 살던 엄마는 분노했다. 엄마의 분노에 아버지는 일생일대의 걸작을 만들기 전까지는 돌아오지 않겠다며 집을 나갔다. 하지만 그렇게 나간 아버지는 주검이 돼 돌아오고 집에는 아버지가 영화를 만든다며 진 빚 때문에 빚쟁이들이 들이닥쳐 모든 걸 가져갔다.

현우가 사랑하는 엄마는 옷을 만드는 사람으로 재봉틀에 앉아 있을 때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집안에 들이닥친 빚쟁이들은 엄마의 재봉틀까지 가져가고 재봉틀을 빼앗긴 엄마는 결국 집을 나갔다. 이후 고아가 된 현우는 가난과 수치만을 물려준 아버지를 원망하며 떠돌다가 지방의 한 술집에서 심부름을 하던 중 우연히 알 파치노의 영화를 보고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자신은 아버지와는 다른 영화인 즉 정말 좋은 작품을 남기는 배우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현우가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그 영화를 찍은 것도 아버지와 다른 삶을 살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늘 그가 하고 싶어하는 일은 적극적으로 도와주던 후원자 줄리아는 그 영화를 찍는 것을 반대했다. 줄리아가 반대한다는 사실에 오히려 아내 신애는 자신이 자본을 끌어들여 적극적으로 영화를 완성하고 결국 현우에게 남우주연상이라는 쾌거를 안겼다. 하지만 그 영화로 인해 결국 상처를 입고 현우는 그렇게 경멸하던 아버지를 끌어들여 재기를 노리는 처지가 되었다.

드디어 다큐멘터리가 방영되고 현우는 뜻밖에도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소재가 된 사건에 아버지가 개입돼 있음을 알게 된다. 아버지와는 다른 진정한 영화인이 되겠다고 생각했던 현우는 깨닫는다. 좋은 작품으로 아버지를 뛰어넘을 것이라 생각한 건 오만이었음을.

(작품의 말미에서, 현우의 얼굴에 상처를 입히고 그 상처를 실과 바늘로 꿰매 흉터를 남긴 이가 누구인지 밝혀진다. 또 현우의 영화 출연을 반대했던 후원자 줄리아의 과거 행적도. 또, 아버지 자신이 만들려 했던 영화가 실제 아버지의 일이었음도.)

     

추천의 글

 

간결하고 정감 있는 문체로 일상의 사건들을 맛깔나게 그려내던 백지영의 새 소설을 기대하며 읽어보았다. 이 작품은 인간에게 옷이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한 영화배우의 가족사와 1980년대 정치적 상황을 결합해 스릴러적 형식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 과정에 실제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이 교묘하게 섞이면서 1980년대를 넘어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에 육박하는 긴장감을 유발한다. 이 작품은 속도감 있는 사건 전개와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에 바탕을 두고 서사가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요즘 젊은 독자들과도 잘 맞는 감각적인 소설이다.

?김승구(세종대 교수)

 

작가가 된 후, 정갈한 단편을 발표해 오던 그녀가 두 번째 장편을 내놓습니다. 저자의 아름다운 심성이 장편의 서사 안에 어떻게 교직되어 있을까. 문장을 너머 그 뒤를 흐르고 있는 저자의 가슴에 귀를 기울여 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한수산(소설가)

 

저자 소개

백 지 영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세종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곰탕」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11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했으며, 세종대에서 문학과 영화 등을 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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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구들 위에서 나고, 산담 두른 작지왓(작은 돌이 깔려 있는 밭)에 묻힌다.”

예로부터 전해지는 이 말 속에는 ‘돌에서 왔다가 돌로 돌아가는 사람들’이라는 자신들의 어려운 처지가 나타나 있다. 제주 사람들이 평생 돌과 함께 거칠고 팍팍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많은 부분이 달라지고 변하였지만, 제주 선조들이 사는 집은 돌로 시작해서 돌로 마무리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울타리, 올레, 울담, 산담, 밭담, 심지어 바닷가에 고기를 잡기 위해 둘러놓은 원담까지 모두 돌로 이루어졌다. 각종 살림 도구 역시 돌을 이용하여 의식주를 해결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돌로 마을의 허한 기운을 채워주는 방사탑을 쌓기도 하고, 죽은 자들의 넋을 지켜주는 동자석을 빚기도 했다.

임철우의 소설 『돌담에 속삭이는』에 이런 구절이 있다.

“돌담에 영혼이 깃들어 있어, 제주 섬에 가면 부디 돌멩이 한 개라도 무심히 밟고 지나지 말라. 돌담의 돌멩이 한 개라도 무심히 빼내어 허물지 말라.”

제주의 돌은 제주인들의 한숨과 눈물의 상징이며, 세월의 무게를 함께 견디어 온 증거임을 전해 주는 말이다.

- 《제주, 당신을 만나다》(15-17쪽)(홍죽희 여연 지음, 김일영 사진, 알렙 펴냄)










제주, 당신을 만나다

저자 홍죽희, 여연

출판 알렙

발매 2020.10.05.

네이버 책에서 보기 : https://bit.ly/3lU9co9

예스24 : https://bit.ly/3dsqLIN

교보문고 : https://bit.ly/318AxdY

알라딘 : https://bit.ly/2T2te33

인터파크 : https://bit.ly/3k1uW0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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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죽희, 여연 지음 / 김일영 사진 / 알렙 펴냄



동갑내기 두 여인이 제주의 신을 찾아 순례길에 오릅니다. 한라산 기슭에서, 마을마다 있는 신당에서, 그리고 제주의 돌과 나무와 바다에서 ‘제주의 신들’과 만납니다. 두 벗은 함께 걸으면서 ‘심방’이 되어 갑니다. 신당을 찾는 순례길 그 자체가 한판 ‘굿’입니다. 『제주, 당신을 만나다』는 걸으면서 심방이 되어가는 두 벗이 한라산과 제주 바다에서 만난 신의 이야기를 다시 인간에게 들려주는 ‘영게울림’입니다. 책을 펼치자마자 ‘소미’들의 ‘연물 장단’이 들리고, 푸른 대나무에 장식한 ‘기메’처럼 사진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두 여인의 ‘영게울림’을 들으면서 우리 자신도 제주의 마을이 되고, 삶의 역사가 되고, 마침내 하로산또가 되어갑니다.

―박성인, 가장자리 농원지기



■ 출판사 서평


하로산또와 미륵신이 들려주는 제주 신화 테마 기행

제주의 한라산 자락에는 하로산또가, 바닷길에는 미륵신이 좌정하고 있다. 한라산의 하로산또는 한라산에서 솟아나 바람신으로 사냥신으로, 산신백관 풍수신으로 시대 흐름에 따라 혹은 지역에 따라 모습을 달리 하였다. 그리고 미륵신은 먼 바다 물길을 따라 제주섬으로 넘어와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어루만져 주며 바닷가 해안길에 좌정하였다.

따라서 바닷가 마을에 좌정하고 있는 ‘미륵신’ 이야기와 한라산에서 솟아난 ‘하로산또’ 이야기를 아우르면 제주 신화의 전 면모를 살필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50대 두 벗이 자신의 삶을 본풀이하듯 풀어놓은 읽기 쉬운 에세이기도 하다. 여행객들에게는 신당을 통해 제주의 또 다른 참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길라잡이이며 제주 신화를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더없이 유용한 연구 자료가 될 수 있다.

저자들은 한라산 기슭에서, 마을마다 있는 신당에서, 그리고 제주의 돌과 나무와 바다에서 ‘제주의 신들’과 만났다. 두 벗은 함께 걸으면서 ‘심방’이 되어갔다. 신당을 찾는 순례길 그 자체가 한판 ‘굿’이다. 『제주, 당신을 만나다』는 걸으면서 심방이 되어가는 두 벗이 한라산과 제주 바다에서 만난 신의 이야기를 다시 인간에게 들려주는 ‘영게울림’이다. 책을 펼치자마자 ‘소미’들의 ‘연물 장단’이 들리고, 푸른 대나무에 장식한 ‘기메’처럼 사진이 펼쳐진다. 그리고 두 여인의 ‘영게울림’을 들으면서 우리 자신도 제주의 마을이 되고, 삶의 역사가 되고, 마침내 하로산또가 되어간다.

제주신화연구소에서 제주 신화 스토리텔링에 관심을 두고 오랫동안 신당 답사를 해온 저자들의 소박한 바람은, 제주 곳곳에 남아 있는 신들의 성소인 신당을 보존하는 데 보탬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하고, 앞으로도 당신화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더욱 필요하다.

이 글은 선인들의 삶의 이야기이기도 한 제주 신화와 문화유산인 신당이 잘 제대로 보존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어나간 발걸음의 기록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주 신화 테마길을 열었다. 그리하여 제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한 번쯤은 성숲을 걸으며 앞서 걸어간 선인들의 삶을 생각해 보길 바라는 소박한 염원을 담았다.

동갑내기 저자인 여연과 홍죽희는 국어 교사로, 영어 교사로 재직한 경험에다 제주의 역사와 문화, 신화에 관한 관심에 있어서 닮은 점이 많다. 여연의 이전 책은 각각 출판산업진흥도서(『제주의 파랑새』, 2016)와 세종도서(『신화와 함께하는 당올레 기행』, 2017)에 선정된 바 있다.

사진 작가 김일영 역시 제주도 중산간 마을과 신당을 찾고 기록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제주의 성숲 당올레』(2020)를 펴내고, 사진전시회를 열기도 하였다.

신당을 찾는 순례길, 제주 바다와 산에서 만난,

당堂과 신神들의 소소한 이야기

이 책은, 바닷가 미륵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기록한 홍죽희의 글(1부)과 한라산에서 솟아난 신 하로산또를 기록한 여연의 글(2부), 그리고 그 여정을 함께한 김일영의 사진으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주로 바닷가 마을에 좌정하고 있는 미륵신 이야기이다. 바다에서 건져올린 미륵돌을 모시고 나서 부자가 되었다는 윤동지영감당 이야기, 잠수(해녀)와 어부들의 생사를 넘나드는 바다의 삶을 어떻게 미륵신앙으로 극복했는지 생각해 보는 신촌 일뤠당과 함덕 서물당, 토속적이고 해학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화천사 오석불 이야기가 뒤를 잇는다. 한라산 자락으로 가서 산신미륵을 만나고 나서, 한라산에서 산신이 내려와 거대한 암반을 신체로 삼은 하가리 큰신머들 새당도 둘러보았다.

2부는 한라산에서 솟아난 신 하로산또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산신이 좌정하고 있는 신당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사냥의 습성을 버리지 못해 부인으로부터 쫓겨나는 소천국 이야기와 강풍이 휘몰아치고 폭우가 쏟아질 때마다 신의 노여움을 떠올리게 하는 광양당신 이야기를 앞에 두었다.

그리고 아버지 소천국과는 달리 사냥신이면서도 또한 문장도 뛰어나고 늠름한 기상으로 마을을 지켜주는 하로산또 형제 이야기와 바람신이면서 바람을 제대로 피운 바람웃도에 대한 이야기가 뒤를 잇는다. 요즘 말로 거의 천재에 해당하는 재능을 보여주면서 도교의 신선을 떠올리게 하는 산신백관 하로산또들을 만나보고, 바다와 강남천자국을 평정한 영웅신 궤네기또 이야기도 음미해 보는 기회를 가졌다. 마지막으로 도두봉 허리에 자리잡은 오름허릿당의 존재감 없는 하로산또를 되살리고 나서 꼭대기에 올라 탁 트인 제주의 바다를 조망하였다.

이 글은 딱딱하고 거창한 학자의 담론이 아니다. 또한 무게 있는 신들의 이야기만도 아니다. 신들의 이야기를 씨실 삼고, 앞서 제주 땅에 뿌리 내렸던 선인들의 이야기와 그 삶을 이어받은 우리들의 이야기를 날실 삼아 스토리텔링을 시도해 보았다. 여기에 제주의 산과 들을 그야말로 귀신에 씐 듯 훑고 다니며 건져 올린 사진 작품들을 배경 무늬로 깔았다.

제주에서는 ‘신화’를 ‘본풀이’라고 한다. ‘본풀이’는 신의 본(本)을 풀어낸다는 의미의 제주 말이다. 제주 신화의 ‘본풀이’는 심방들이 굿을 통해 풀어내는 신들의 이야기여서, 이 구술된 자료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기 힘들다. 저자들이 들려주는 신들의 이야기는 신당 답사라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일반인들이 공감하기 쉽게 풀어진데다, 자연스럽게 저자들의 개인사가 곁들여지게 되어 누구나 쉽게 이들의 이야기 산책에 동행할 수 있다. 발이 편한 신발, 물병 하나, 곧 사라질지 모르는 신당을 기록할 휴대폰 카메라만 있으면 말이다.

제주, 당신을 만나다

저자 홍죽희, 여연

출판 알렙

발매 2020.10.05.

네이버 책에서 보기 : https://bit.ly/3lU9co9

예스24 : https://bit.ly/3dsqLIN

교보문고 : https://bit.ly/318AxdY

알라딘 : https://bit.ly/2T2te33

인터파크 : https://bit.ly/3k1uW0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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