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은 욕망이다!
80년대부터 2000년대를 잇는 옷의 서사!
 
어느 날 얼굴에 흉터가 생긴 한 배우의 이야기
혹은 한 여자의 지독한 사랑 이야기




■ 간략 소개


인간에게 옷은 무엇인가?

“알지? 흉터는 옷의 기원이라는 거.”

백지영의 신작 『내 황홀한 옷의 기원』은 인간의 옷에 대한 욕망의 세계를 다룬 소설이다. 간결하고 정감 있는 문체로, 한 영화배우의 가족사와 1980년대 정치적 상황을 결합해 옷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 문제를 스릴러적 형식으로 그려내고 있다.

 

백지영은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틈틈이 소설을 발표해 오고 있는 신예 작가이다. 200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2011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했다. 첫 작품집 『피아노가 있는 방』을 통해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버림받은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내면을 집요하게 탐색”(고인환/평론가)하여, 이른바 ‘착한 소설’의 역습이라는 평을 받았다. 2018년에는 장편소설 『나의 노열 패밀리』을 통해 “가족소설의 문법을 바꾸며”“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고 질주하는 사회, 그 속에 놓여 갈 길을 암중모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서경석/평론가)를 썼다.


■ 출판사 서평


신작 『나의 황홀한 옷의 기원』은 전작처럼,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인 의·식·주의 문제를 다룬다. 전작에서는 ‘음식’을 다루었고, 신작에서는 ‘옷’을 다룬다. 옷은 욕망을 표현하는 데 적합한 소재이다. 소설에서는 옷을 만들고, 옷을 입고, 옷을 통해 욕망을 나타내고 실현하려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면면이 교직된다. 중심 서사는, 한 배우의 사고에서 시작된다. 한 배우가 해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런데, 수상을 축하하는 파티에서 갑자기 사라진 그는 얼굴에 심한 상처를 입고 나타나고 의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얼굴에 흉터가 생기고 만다. 실종과 상처 자체도 미스터리하지만, 상처를 입힌 후 실과 바늘로 상처를 꿰매놓은 엽기적인 사건이었다. 누가, 무슨 이유로, 한 배우의 생명줄과 같은 얼굴에 흉터를 남겼을까.

작품은 속도감 있는 사건 전개와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에 바탕을 두고 서사가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젊은 독자들과도 잘 맞는 감각적인 소설이다. 실제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이 교묘하게 섞이면서 1980년대를 넘어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에 육박하는 긴장감을 유발한다.(김승구/세종대 교수)

주된 서사는 배우(나중에 얼굴에 흉터를 갖게 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지만, 또 다른 인물의 서사는 말미에 드러나는 이름 없는 여자(어려서부터 얼굴에 흉터를 가진)이다. 얼굴에 흉터를 갖고 있어 늘 고개도 들지 못하고 살지만, 어린 시절 현우가 잡아준 따뜻한 손을 기억해 결국 그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했던 여자의 사랑 이야기. 따라서, 이 작품은 한 배우가 아버지를 뛰어넘고자 하는 이야기가 아닌, 슬픈 상처를 가진 한 여자의 지독한 사랑 이야기일지 모른다.

 

 

미스터리 장르의 정통 규칙에

80년부터 2000년대를 잇는 옷의 서사를 입히다.

 

백지영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소설 구상의 계기가 된 경험을 들려준다. 중학교 때 당시는 물론 지금도 한국 에로 영화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영화를 만든 감독을 아빠로 둔 학생이 있었다. 어느 날 그 감독이 학부형 자격으로 일일교사로 초빙됐다. 유명 감독을 코앞에서 본다는 설렘과 기대가 있었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중학교에 에로 영화 감독이라니.

그때의 일일 강의는 백지영 작가에게 그 시대의 모순적 상황을 상징하는 장면처럼 각인되어 있었다 한다. 하지만, 작가에게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체험이라도, 그런 상황에 반감을 가진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부조리하고 모순된 아버지의 시대에 반감을 가진 소년.

백지영 작가는 요즘의 세대간의 불신을 보며 이 작품을 구상하였다. 아버지의 세대를 부정하고 뛰어넘으려 하지만, 현 세대가 전 세대와 무관할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쓰였다.

의·식·주 중에서, 옷은 다른 것과는 다른 특성이 있다. 배부르면 음식은 더 이상 먹지 않고, 집도 여러 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드물지만, 옷은 있어도 또 갖고 싶어하고 딱히 필요 없어도 동경한다. 따라서 인간의 욕망이라는 감정을 무엇보다도 잘 드러내는 것이 바로 옷이다.

 

줄거리

 

배우 정현우는 권력자들이 얽힌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를 통해 해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는다. 하지만 수상 축하파티에서 그는 갑자기 사라졌고, 얼굴에 심한 상처를 입고 나타난다. 의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얼굴에 흉터가 생기고 만다.

얼굴에 흉터가 생긴 후 그의 인생은 달라진다. 어렵게 캐스팅된 영화는 번번이 실패하고 연기력까지 의심을 받는 처지가 된다. 그의 후원자인 디자이너 줄리아와 재력가인 그의 아내 신애가 그의 재기를 위해 노력하지만, 그의 추락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다큐멘터리 감독에게서 그와 그의 아버지를 다룬 프로를 만들고 싶다는 연락이 온다. 영화감독이었던 그의 아버지 정인호는 데뷔작이 인정받기도 했지만, 이후에는 에로물을 주로 찍었으며, 감독으로의 삶보다는 여자들을 배우 시켜준다며 꾀어 데리고 다니는 한량에 가까운 삶을 살았다.

그런 아버지에 관해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다는 감독의 말이 현우는 내키지 않았지만, 아내 윤신애는 다큐멘터리가 그를 재기시킬지도 모른다는 꿈에 부푼다. 다시 그의 인생에 끼어든 아버지. 하지만 아버지의 영화 인생은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윤색되고 현우는 그런 상황이 혼란스럽다.

건달처럼 살아가던 아버지는 어느 날부터 방에 들어앉아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이후 좋은 영화를 만들겠다며 돈을 끌어들이던 아버지는 엄마의 친정에까지 손을 벌리고 친정과 의절을 하고 살던 엄마는 분노했다. 엄마의 분노에 아버지는 일생일대의 걸작을 만들기 전까지는 돌아오지 않겠다며 집을 나갔다. 하지만 그렇게 나간 아버지는 주검이 돼 돌아오고 집에는 아버지가 영화를 만든다며 진 빚 때문에 빚쟁이들이 들이닥쳐 모든 걸 가져갔다.

현우가 사랑하는 엄마는 옷을 만드는 사람으로 재봉틀에 앉아 있을 때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집안에 들이닥친 빚쟁이들은 엄마의 재봉틀까지 가져가고 재봉틀을 빼앗긴 엄마는 결국 집을 나갔다. 이후 고아가 된 현우는 가난과 수치만을 물려준 아버지를 원망하며 떠돌다가 지방의 한 술집에서 심부름을 하던 중 우연히 알 파치노의 영화를 보고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자신은 아버지와는 다른 영화인 즉 정말 좋은 작품을 남기는 배우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현우가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그 영화를 찍은 것도 아버지와 다른 삶을 살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늘 그가 하고 싶어하는 일은 적극적으로 도와주던 후원자 줄리아는 그 영화를 찍는 것을 반대했다. 줄리아가 반대한다는 사실에 오히려 아내 신애는 자신이 자본을 끌어들여 적극적으로 영화를 완성하고 결국 현우에게 남우주연상이라는 쾌거를 안겼다. 하지만 그 영화로 인해 결국 상처를 입고 현우는 그렇게 경멸하던 아버지를 끌어들여 재기를 노리는 처지가 되었다.

드디어 다큐멘터리가 방영되고 현우는 뜻밖에도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소재가 된 사건에 아버지가 개입돼 있음을 알게 된다. 아버지와는 다른 진정한 영화인이 되겠다고 생각했던 현우는 깨닫는다. 좋은 작품으로 아버지를 뛰어넘을 것이라 생각한 건 오만이었음을.

(작품의 말미에서, 현우의 얼굴에 상처를 입히고 그 상처를 실과 바늘로 꿰매 흉터를 남긴 이가 누구인지 밝혀진다. 또 현우의 영화 출연을 반대했던 후원자 줄리아의 과거 행적도. 또, 아버지 자신이 만들려 했던 영화가 실제 아버지의 일이었음도.)

     

추천의 글

 

간결하고 정감 있는 문체로 일상의 사건들을 맛깔나게 그려내던 백지영의 새 소설을 기대하며 읽어보았다. 이 작품은 인간에게 옷이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한 영화배우의 가족사와 1980년대 정치적 상황을 결합해 스릴러적 형식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 과정에 실제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이 교묘하게 섞이면서 1980년대를 넘어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에 육박하는 긴장감을 유발한다. 이 작품은 속도감 있는 사건 전개와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에 바탕을 두고 서사가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요즘 젊은 독자들과도 잘 맞는 감각적인 소설이다.

?김승구(세종대 교수)

 

작가가 된 후, 정갈한 단편을 발표해 오던 그녀가 두 번째 장편을 내놓습니다. 저자의 아름다운 심성이 장편의 서사 안에 어떻게 교직되어 있을까. 문장을 너머 그 뒤를 흐르고 있는 저자의 가슴에 귀를 기울여 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한수산(소설가)

 

저자 소개

백 지 영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세종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곰탕」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11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했으며, 세종대에서 문학과 영화 등을 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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