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파 해법 수학 5-1 - 2011
최용준 외 지음 / 천재교육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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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얼마 전에 교내 수학경시대회가 있었다.
그동안 아이는 혼자 수학을 공부해왔다.
선행이라고는 전혀 하지 않았고, 여름방학 때 2학기를 조금 준비한 게 다였다.
그래도 학기 중에 문제집을 난이도를 달리 해서 세 권을 꾸준히 풀어
나름대로 문제해결력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학경시대회를 보고 와서 하는 말은 이랬다. 
나, 선행을 좀 해야 할까봐. 
아이가 선행을 어디까지 생각하고 하는 말인지는 몰라도
제 스스로 필요성을 느낀다고 하는 말이라 나도 곰곰이 생각해봤다.
경시대회나 올림피아드 문제 수준을 풀어본 건,
작년 겨울방학 때 영재교육원 문제집 두 권이 다였다.
아이가 선행을 굳이 얘기한 건, 문제해결력이 자기 한계에 부딪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누군가는 깊이 있는 선행은 심화도 아우른다는 말을 했다.
무조건 앞으로 나가는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앞서 나간 진도는 심화의 문제를 조금 더 쉽게
풀어낼 수 있는 힘을 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조금 더 일찍 한 학년 수학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선택하게 된, 5학년 첫 문제집이다.
혼자서 공부하기에 적당하다.
문제수는 그동안 꾸준히 써왔던 센수학과 비슷한 양이다.
문제의 난이도도 골고루 배치된 것도 비슷하다.
수학 선생님을 하는 지인이 작년 말쯤 이 문제집이 혼자 공부하기 좋다며 추천해주었다.
아이도 혼자 진행해야 하는 문제집이라 나름대로 애착을 가지고 선택하는 편인데
꽤 마음에 들어했다.  

만족스러운 공부는 결과 이전에 과정에 있다.
스스로 문제집을 펼쳐 조금씩 앞으로 나가는 아이의 시간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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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꾼들
윤성희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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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이 무겁고 삐걱거리는 겨울이라 한의원에 갔다.
엄청 대기시간 긴 곳이라 이 책을 들고서 첫장부터 읽다가 
내 이름 부르는 소리에 서둘러 들어가느라 뚝 끊었다.
그런 류의 뚝 뚝 끊는 일을 몇 차례 겪다가 다시 소설을 들었는데
앞부분 이야이가 하도 뒤엉켜서 누가 그랬다는 거지, 하고 혼자 헤맸다. 
그러면서 마르케스의 <백년간의 고독>처럼 이리저리 누구의 얘긴지도 모르고
헤맬까봐 조금 걱정이 됐다.  

한데 기우였다. 
식구들의 이야기에 한번 몰입이 되고 나니
아, 삼촌이 그랬지, 고모가 그랬어, 할머니는, 또 외할머니는,
하고 정리가 되었다. 
삼촌이니 고모니 하는 이름 없는 호칭도 적응이 되었다.
소설 한 권에 뭐 이리 적응씩이나 하나, 싶었던 마음도 없어지고,
나는 작지만 소중하고 어리둥절하지만 나름 영리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동화되었다.  

하긴 이 작가의 단편도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물고, 돌돌 말아진다.
그래서 단편을 읽어도 돌돌 말려진 이야기를 쭉 펴내면
적어도 중편은 될 거다, 하고 혼자 이 작가의 특징을 정리하고 있었다.  

나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삶을 생각할 때가 종종 있는데,
그때마다 나는 아버지를 잘 알고 있나, 의문스럽다.
지금 살아계신 엄마도 마찬가지. 
그러면서도 엄마의 삶을 잘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제 만나고 온 고목 같은 피부가 되어버린 시어머니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은 마찬가지.
특히나 시어머니는 딸에게는 아니나, 내게는 어떤 유년을 보냈는지,
굳이 얘기하신 적이 있는데, 그때도 나는 흘려들었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삶은 오롯이 소중한 것, 유일한 것, 이다.
하지만 자식들은 누구 하나 온전히 들여다보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내가 지금 금이야 옥이야 기르는 아이도,
사실은 날 자세히 모를 거야, 아니, 하나도 모를지 모른다, 는
생각에 서글퍼진다.  

이 작가는 다만 허허 소리나 내는 할아버지에게도 이야기를 넣었으며,
하다못해 스쳐지나가는 편의점 직원에게도,
아니, 물 건너 만난 어느 후미진 곳에 사는 인생에게도,
나와 닮은 꼴인 인생을 넣었다.
하긴 모든 생명 있는 것에는 인생이 있다. 
그렇게 보면, 가을에 산 상추에서 만나 우리 집 창틀에서 고치를 만들어
푹 자는지 숨을 거뒀는지 알 수 없는 애벌레도, 이야기는 있다.
그 많은 이야기가 고치의 실처럼 자아져서 내 주위가 만들어진다. 
조금도 허투루 내치거나 잊어도 되는 맘놓고 미워해도 되는 삶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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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깊은 그림책 4
다비드 칼리 지음, 세르주 블로크 그림, 안수연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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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네!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네!
한데 실제로는 시간이 흐르면서 이해가 되었고,
도무지 잊을 수 없는 인간이라 생각했던 사람이 잊혀졌고,
또 아무 감정 없이 되었다. 그걸 용서가 되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그림책에서는 적이 곧 나와 똑같은 존재란 걸 일러준다.
나와 전혀 다른 사고방식으로, 전혀 다르게 존재하며, 심하게는
같은 인간이 아닌 개체 정도로 이해되는 적, 이
실은 나 같은 사람이며, 심지어 나라고도 말한다.
그러니까 적은 실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속에서 양산해낸 것일 수 있다.  

앞뒤 상황 없이, 걔들 왜 그런 거야, 라고 물었지만
이유는 분명 있다.
그걸 분석하고 따지자는 말이 아니라,
걔들도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으며,
나도 걔들과 같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걸 생각해봐야 한다는 거다.  

저쪽에서 치고 나왔다고 해서 따끔하게 응징해야 한다는 식으로
문제를 풀어가면 안 된다.
왜 저쪽에서 치고 나왔는지,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응징이 응징을 낳게 되어 결국 어리석은 참호에서
눈 어두운 두더지처럼 상상의 적을 키우게 된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보는 그림책이라지만,
그래서 무척 쉬운 이야기지만,
아이가 적, 이라는 개념을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을까.
오히려 어른인 내가 그 개념을 깊이 생각하며 우리의 기이한 모순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하지만 이처럼 깊이있는 성찰을 수월하게 풀리는 매듭처럼 명쾌하게 하는
그림책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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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정원의 붉은 열매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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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적절한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 이 감정이 부풀어오르는 지점을 정확하게 누르고 싶은데
마치 까만 과녁만 놔두고 변두리만 꾹꾹 눌러대는 식이었다.
소설을 읽다보면 아, 바로 그런 표현을 원했어, 라고
속시원해지는 걸 내가 원하고 있다는 걸 발견한다.
내가 그때 왜 그 모양으로 멈추었는지,
내가 그때 왜 우울한 것도 아니고 불쾌한 것도 아닌 감정으로 돌아서야 했는지,
모르지 않으면서도 정확한 모양새로 알아내지 못했던 그것들을,
알게 되는 소설에서, 나는 탄복한다.
다른 이들은 어떻게 소설을 읽는지 몰라도, 나는 그랬다.  

권여선의 소설은 꼭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단어와 문장을 집어넣어
한숨과 감탄과 성찰을 끄집어내는 문학, 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와 나는 엄연히 다른 사람인데도
그가 얘기하는 지점에, 나도 언젠가 엉거주춤 서 있었던 적이 있었어, 라고 회상하게 된다. 
내 삶을 돌아보는 건, 거기서 시작된다.
내 감정이 그때 파이고 꺾여 지금의 내 감정이 구부러져 자라났다는
생각도 찬찬히 하게 된다.  

소설은 대놓고 정의를 내리거나 알려주지 않는다.
나 같은 사람, 나처럼 방황하고 머뭇거리는 사람을 보며
나를 생각하게 된다.
특히나 권여선의 소설은, 그랬다.
나를, 내 감정을, 내 지난 날을 돌아보게 하는, 묘한 힘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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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별 2 - 아라 5970842 푸른숲 어린이 문학 18
이현 지음, 오승민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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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2권이 훨씬 재미있다고 했다.
왜?
사건이 무척 많아.
아이의 말 그대로 엄청난 상상력이 이 속에 포화상태로 들어가 있다.  

1권에서는 호기심 많고 모험심 넘치는 로봇, 나로의 이야기였지만
2권에서는 조금은 소심한 로봇, 아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소심하고 우유부단하다지만, 이야기의 폭발은 아라에게서 터진다.
판단력이 혼란스러울 정도로 선택의 분기점이 아라에게서 찍힌다.  

어릴 때 나는 선택이 쉽지 않은 성격이었다.
누군가 내게 이런 경우엔 이렇게 해라, 하고 말해줬으면 싶을 때가 많았다.
한데 그런 바람이 생기는 상황은 어른이 되어도 마구 터졌다.
내가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 내가 붙들고 있는 신이 
내 눈에 보이도록 방향을 지정해주었으면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그건 내 길이 아니었을 거란 생각을, 이제는 한다.
물론 지금도 선택이 빠르거나 온전치 못해서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지만.  

마음이 생긴다는 건, 욕망도 함께 생긴다는 것과 동일한 말인가 보다.
사람의 욕망이 종말의 단초가 되듯,
로봇도 그 욕망이 사람에게 조금도 뒤지지 않는 상황이 되었으니까.
결국 무수한 욕망의 증폭 속에서 어떤 가치관을 갖느냐, 가 중요하다.

아이들에게는 이 동화가 무척 어려울 수도 있겠다.
스토리로만 보자면 마냥 흥미롭지만
깊게 들어가면 종잡을 수 없을 만큼 어려운 가치관을 사고해야 할 테니까.  
하지만 우선은 이야기를 따라가며 결말을 상상하는 즐거움은 크다.
게다가 그 어려운 선택의 가치관은 지금부터 조금씩 만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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