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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지식인을 묻는다
강수택 지음 / 삼인 / 2001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학생에 비유한다면, 이 정도 될 것이다. '너무 착하고, 너무 모범적이고, 공부도 너무 잘하고, 하지만 덕분에 다소 심심하고, 다소 재미없고, 어느정도 예측가능한'.
책의 첫 페이지-언제 발행했는지, 발행인이 누군지, 펴낸곳이 어딘지가 쓰여진 그곳-에 보면 이런 설명이 쓰여져 있다. "이 책은 2002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되었으며, 2002년 가담학술상을 수상했다. 이 책의 전자도서는 2003년 문화관광부 우수 전자책으로 선정되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이러한 수상들은 당연한 일로 느껴진다. 모범생한테 모범상주는게 당연한 일인 것처럼.
책의 구성은 '싱겁다'싶을 정도로 명확하다. 우선 지식인론에 대한 문제의식을 언급하고 용어 정리-지식인, 인텔리겐차 등등의 사회, 정치적 함의에 관한-를 간단히 한 후 우선 서양의 지식인론을 언급한다. 지식 사회학의 거두(?)인 만하임을 시작, 그람시와 사르트르를 언급하면서 '근대적 지식인론'에 대한 설명을 끝내고, 이어지는 푸코, 리오타르, 바우만에 대한 설명으로 '포스트모던 지식인론'에 대한 설명을 끝낸다. 이후에는 우리 사회 지식인론의 역사를 고찰하는데 1950년부터 시작해서 오늘날까지, 우리사회 엔간한 지식인론-심지어 참으로 기상천외하다아니할 수 없는^^;;;'신지식인론'이나'선비론'까지-을 다 언급하고 설명해내고 있다. 그리고 끝으로 마지막 장에서는 저자의 지식인론인 '시민적 지식인론'에 대한 설명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그럼 저자가 '시민적 지식인론'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포스트모던의 문제의식을 받아들이면서도, 지식인의 종언을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는 것이다.(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저자가 바우만의 지식인론을 서술할 때 '굉장히 호의적이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나만 그런 느낌이 드는건가) 이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하버마스의 '소통행위론'을 끌어들여오는데, 개인적으로는 하버마스의 이론을 너무도 어렴풋이 아는터, 이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도 자격도 능력도 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저자가 이러한 개념을 끌고 들어옴으로써 지식인을 또하나의 '계급'으로 파악해 '엘리트주의적인 경향'으로 빠지게 되는 함정을 가볍게 뛰어넘었다는 생각은 들었다. 아울러, 단순히 지식인 '론'에 그치지 않고 지식인이 해 나아가야 할 역할-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지식인의 종언'까지 나아간 포스트모더니즘의 지식인 비판에 의해 더욱 풍성해지고, 그만큼 필요한 분야는 더욱 많아진 것으로 보여진다-을 하나, 둘 설명하며 무엇보다 '실천'을 강조한 것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이외에도 이 책의 장점을 이야기한다면, 무엇보다 저자의 '성실성'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지식인에 대한 수많은 문건과 관련 학자들의 저서에서 나온 지식인론을 정리해낸 저자의 능력과 노력에 대해 정말이지 고맙다는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다. 혹 '지식인학'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 교과서로 나는 별 생각없이 이 책을 꼽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