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독재의 영웅 만들기
권형진, 이종훈 엮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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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 당시에 곧바로 다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들의 목숨을 걸었던 뉴욕의 소방관들이 보여주었던 용기와 규율, 헌신은 찬사를 받을 만합니다. 그렇다고 왜 그들을 '영웅'이라고 불러야 합니까?..(중략)..'영웅'이 존경받을 때마다 저는 도대체 누가 영웅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이 단어를 이렇게 느슨한 의미로 사용한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다음과 같은 브레히트의 경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영웅이 필요한 대지를 불쌍하게 여겨라!'"
 
위 발언은 '테러시대의 철학(문학과 지성사)'에서 하버마스가 한 이야기이다. 이 책의 문제의식은 하버마스가 한 위의 발언과 정확히 일치한다. 우리는 어렵잖게 주변에서 수많은 '뛰어난 개인'들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영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아니, 영웅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만들어지는 것일 뿐.

압제와 물리적 폭력에 의존했던 과거의 군주에 비하여, 오늘날 민주주의시대 독재정권은 상징폭력과 정보조작을 통한 대중의 지지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대중의 지지를 위해 가장 손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바로 '영웅만들기'이다.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만들어진 영웅을 두 부류로 나누어 서술하고 있다. 우선 첫번째는 '일반인 영웅'이다. 이를테면 우리의 이승복이나 중국의 레이펑같은 이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권력은 이러한 영웅을 통해 대중의 따라하기를 유도하고, 그 영웅은 권력에 복종함으로써 권력의 권위는 더욱 향상될 수 있다. 두번째는 '역사적 위인'이다. 여기에는 우리의 이순신이나 비스마르크 등을 들 수 있다. 권력의 이데올로기를 위해 위인은 위인이 활약하던 시대가 아닌 현 시대의 중심 이데올로기의 화신으로 변신하고, 지배자는 위인의 이미지와 겹쳐지며 그 권위를 더하게된다.

물론 글간의 유기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공동작업의 한계가 엿보이기도 한다. 이를테면 페텡이나 성녀 테레사같은 경우 주제와 다소 벗어난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물론 그럼에도 그 부분 또한 읽을만 하다.)하지만, 이 책은 무엇보다 '재미있다.' 뿐만아니라 수많은 자료들과 그에 기반한 날카로운 비판과 분석을 보다보면, 독자로하여금 정말 지금, 여기에 필요한 괜찮은 책이 나왔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게 만든다. 

쏟아지는 정보, 절차적 민주주의 확립 속에서 진실을 찾기란, 실질적 민주주의로의 발전을 이루어 진정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개인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과 평가는 뒤로 한채 그저 한 영웅에 열광하고, 떠받들고, 합리적 비판마저도 매도하며 소수에게 유무형의 수많은 폭력을 행사하는데 너무도 익숙해져버린 오늘의 우리사회, 영웅만들기에 온 사회가 미쳐돌아가는(이건 좀 오반가?)그리 건강하지 못해보이는 우리 사회, 오늘 이 책이 갖는 함의는 적지 않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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