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즈를 위하여 - 새롭게 읽는 공산당 선언
황광우.장석준 지음 / 실천문학사 / 200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몇 년 전 나로부터 '공산당선언'을 선물받았던 후배의 이야기 "생각보다 상당히 어렵던데요? 솔직히 이해가 잘 안가는 부분이 많았어요." 그 친구는 참 솔직했던것이, 나 또한 대학 2학년때쯤? 공산당 선언을 보곤, 많은 부분 이해를 해내지 못했지만, 다들 인용하고 다들 이해하는것처럼 보이기에 걍 나도 나 나름대로 해석하고 넘어갔던 기억이 있다.

이처럼 공산당선언이 알려진 것 만큼, 생각한 것 만큼 쉽지만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대다수의 도시출신 대학생들에게는 '노동자'하면 깔끔하게 양복 차려입고, 안경 쓰고, 컴퓨터 앞에서 몇시간씩 버티고 앉아있는 화이트칼라를 연상하기 때문일 것이다. 확실히, 21세기에 대학이란 틀속에서 생활하고있는(혹은 했던) 우리들은 보편계급인 노동자와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정말이지 너무도 고마운 책이다. 물론 체험을 통해 얻어낸 지식을 관념적인 지식으로 커버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하며, 관념적인 지식은 그 자체로 굉장히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대학을 관두고 노동현장에 뛰어들었던 저자가 갓 대학에 들어온 새내기들에게 이야기하는 수필같은 필체는, 너무도 담담하고 솔직하게, 그리고 알기 쉽게 우리의 노동현장을, 그리고 맑스의 '공산당 선언'을 요점에 맞추어 친절하게 설명한다. 이러한 '수필'이 이 책의 1부이다. 이 1부를 읽고 '공산당 선언 원문'이 실린 2부를 보면 이해 안되는 부분이 그렇게 많았던 '선언'이 한줄도 안빼고 모두 쉽게쉽게 이해가 된다. 마지막 3부는 공산당 선언 내용 중 몇가지 생각해 볼 문제들 (자본주의의 '국가'문제, 소유의 '사회화'문제, '폭력'혁명 문제, '역사'문제와 몇가지 사조들-복고적이거나 포스트모던한 경향-에 대한 비판)을 잘 정리해 서술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저자들의 '솔직함'이다. 어느정도 정치적으로 공정한(?) 단어들을 사용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중립적인양 감추고 스스로에게 과도한 권위를 부여하여 우회해서, 하지만 실질상으로는 강압적으로 설득하려 할 법도 한데, 직선적인 문체로 거침없이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황광우씨의 수필(?)은 독자를 때로는 부끄럽게, 때로는 반발하게 만든다. 저자의 말마따나 과거 대학생들의 필독서가 E.H.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였다면 이제는 '공산당 선언'이어야 하며, 그 '공산당 선언'이 필독서여야 하기에 '레즈를 위하여'야말로 진정 필독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빨리 만났으면 정말 좋았겠다 싶은 책. 관심이 있으시건 없으시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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