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을 끄는 예술, 시사주간지 슈피겔” 전에서는 지난 50년에 걸쳐 슈피겔이 의뢰하거나 출판한, 60여 작가 100여 편의 표지 일러스트레이션이 소개됩니다. 이번 전시회는 현대사에서 국제 정치와 경향에 대한 특별한 통찰은 물론 일러스트레이터들과 편집자들이 슈피겔 표지 그림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의 전시회 소개글 중에서
3월 5일부터 25일까지 중앙일보 빌딩 1층에서 열리는 전시회입니다. 관람료도 무료라고 하니, 서울 사시는 분들은 휙 다녀오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시사적인 이슈들이 시각적으로 어떻게 구현되었더랬는지, 저도 일하다 농땡이 부리고 싶은 날에 구경 가볼 생각입니다. (일요일엔 관람할 수 없다고 하니 주의하시고, 자세한 내용은 http://www.kfcenter.or.kr/ 참조하셔요. 밑줄 왜 안 지워져. 몰라잉.)
덧붙여 광고 하나. 저희 출판사에서 지금 북디자이너를 찾고 있어요. <슈피겔> 부편집장은 "표지는 잡지가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단박에 설명하면서도 독자들이 흥미롭다고 여길 수 있는 어떤 특별한 매력을 지녀야 한다"고 했다는데요. 이 사람처럼 책에서 디자인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알고 있으며, 북디자인에 대한 철학을 갖고 있는 분이 지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좋은 디자이너를 알고 계신 분, 또는 자신이 북디자이너인 분은 관심 가져주세요. ^^
단행본 디자인 경력이 1년 이상 있고,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이어야 합니다. 저희 사정을 조금 말씀드리자면요. 지금은 저희 출판사 내부에 디자이너가 없어서, 100% 외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그런데 프리랜서 디자이너들은 표지 디자이너와 본문 디자이너가 구별되는 경향이 있어요. (표지를 만드시는 분은 보통 한 달에 열 개 이상씩도 표지만 만드시고요. 본문은 디자인뿐만 아니라 편집자가 준 교정지를 가지고 글자를 고치는 작업의 비중이 크므로, 피아노 치듯 우다다다 자판을 빠르게 활보할 수 있는 손가락들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이 하십니다.) 하여 지금은 책 한 권을 만들 때 표지 디자인과 본문 디자인을 각각 다른 분께 의뢰하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본문 디자인을 표지와 조금 더 통일성 있게, 조금 더 잘 할 수 있는데 하고 아쉬움을 느낄 때가 많아요. 물론 저희 책은 주로 본문에 이미지가 거의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그 아쉬움이 아주 많이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회사 소속 디자이너가 계시게 되면 조금 더 애정을 쏟아주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지금까지 출간된 저희 책들의 디자인에 꽤 만족하고 있어요. 자화자찬을 하려는 건 아니지만, 저희 책들을 만들어주신 디자이너들이 모두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북디자이너들 꼽을 때 수위로 언급되는 분들이므로 아마 뭉뚱그려 말한다면 객관적으로도 수준이 높은 편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 수준은 더 높이려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그러므로 아고라의 디자이너가 되시는 분은 일단 본문 작업 위주로 일을 하시면서, 서서히 표지 디자인에 도전을 해보시는 형태로 일을 하시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일을 하시는 분이든 회사든 디자인이 기술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희는 디자인은 완벽한 정신 노동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므로 저희의 출간 방향에도 어느 정도 동의하시고, 저희 책들을 이해하고 좋아하실 수 있는 분이어야 할 듯합니다. 만약 책도 안 읽고 막 디자인부터 하려고 하는 분이나, 대충 이미지만 만들면 되는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 앞에서는 저희가 엉엉 울어버릴지도 몰라요.
저희가 해줄 수 있는 건 별로 말 안 하고, 원하는 것들만 잔뜩 늘어놓았군요. 그래도,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주세요. (이 글로 인해 너무 많은 분들이 저희의 까탈스러움을 눈치 채지 않으셨기를. 뭐, 올해엔 착해질 생각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