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요즘 무슨 음악 듣고 계세요?
Kessakusen 걸작선
유니버설(Universal)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모리야마를 좋아하지만, 역시 걸작선이라는 제목은 조금 심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아직 새파랗게 젊은 작가가 고작 5년간의 음악을 묶어놓고는 걸작선이라고 이름을 짓다니. 오만한 거 아닌가? 걸작선이라는 이름은 적어도 몇 십 년은 음악을 한 거장이 자신의 생애를 돌아보며 묶어낸 앨범에 어울리는 타이틀이 아닌가.

 그리고 앨범을 들은 후에 그 생각이 바뀌었냐고? 전혀 아니다. 여전히 나는 걸작선이라는 이름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 이유는 완전히 반대다. 그것은 앨범에 수록된 곡들이 나빠서라기보다는 앞으로 이 젊은 가수가 만들어낼 더 좋은 노래가 무궁무진할 것이라는 생각에, 벌써 이 제목을 사용하면 아깝잖아! 라는 기분에서다.

 空盤과 雲盤, 두 개의 CD로 이뤄진 이 베스트 앨범은 아름답다. 내가 음악에 대해 잘 알지 못하여 멋지게 이 작가에게 ‘누구누구를 뛰어넘는 음악이며 어느어느 분야의 최고’라는 식의 극찬을 써넣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나 음악에 대해 잘 몰라도 할 수 있는 칭찬들은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칭찬들을 이 글에 모두 쏟아 부을 생각이다.

 조금이라도 템포가 느린 곡이 나오면 하품부터 하던 소녀가 갑자기 포크송을 듣기 시작하는 것은 단순한 일은 아니다. 어느 날, 음악을 듣고 이 세상이 갑자기 그동안 못 보던 새로운 빛과 향기, 촉감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은 더욱 대단한 일이다. 기타 하나 목소리 하나로 조근조근 이야기하듯 노래하는 곡에서부터 먼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같이 힘찬 노래까지, 모리야마의 노래는 하나같이 빛으로 반짝거린다. 예술에 빛을 불어넣고 생명을 부여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빛이 다른 사람의 가슴으로 전해져 희미하면서도 분명히 느낄 수 있는 파문을 남기는 일은 이제 이 시대의 몇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재주일 것이다. 이 자주 웃고 조용히 노래 부르는 청년에게는 그런 힘이 있다. 그는 나에게 음악을 선물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감각을 선물했다. 요즘 소설을 쓸 때 자주 그의 노래가 나에게 선사해준 ‘새로운 감각’을 떠올리며, 그 감각을 소설로 다른 사람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하늘이 이 청년에게 주신 재능을 질투하고 또 흠모하며, 또 그의 노래를 낮은 목소리로 따라 부르게 되는 것이다.

 그가 보는 세상이 어떤 것일까 부럽기 짝이 없다. 바람과 빛과 소리, 온갖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서 보는 것만으로도 설레겠지. 그 세상에서는 외로움과 쓸쓸함까지도 고요한 아름다움이 되어 반짝인다. 내가 언제나 쓰고 싶은, 보고 싶은 그런 세상이다. 그런 세상을 살아가며 그런 세상을 노래하는 모리야마가 부럽고 또 부럽다. 그러나 어쨌든 그런 그를 이 세상에 보내 내게도 그 세상의 맛이나마 보게 만들어준 신에게 감사하는 마음까지 들 정도로, 그는 소중한 존재이다. 오늘도 이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흠뻑 젖어든다. 아. 아름다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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