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이
김정현 지음 / 학고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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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권유도 7 (장남 : 6, 장남 외 : 9) 


가끔 사람들이 왜 '큰아들혹은 '큰 딸'이라는 용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자녀들에게 해당 단어로 

부르지 않고 어떤 자랑스런 면이 도드라져 보이거나 남들 앞에서 뭔가를 자랑하고 싶은 사항이 있을 경우 

혹은 부모로서 뭔가를 기대하고 싶은 사항이 있을 경우 그 단어가 아닌 '맏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나도 살아오면서 가끔 나의 모친께서 큰 형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맏이라는 용어에 대한 정확한 의미에 

대한 의구심이 들어 항상 궁금했었다그러던 차에 해당 작품을 선정하게 되었고 또 '맏이'라는 단어가 어떤 

유래를 갖고 생성하게 되었는지가 궁금해 어원까지 살펴보게 되었다정말 할 일 없는 인간이다 -


'맏이'의 어원을 살펴보면 우리 몸에서 가장 위에 있는 부위인 '머리'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머리'는 우두머리나 꼭대기으뜸처음을 나타내는 말로 쓰이다 동물 머릿수를 세면서 '마리'로 바뀌었고

여러 형제 가운데 제일 손위인 사람을 부르는 말로 쓰이면서 머리  마리  맏이의 형태로 바뀌었다고 

한다. (네이버 참조)


하지만 내가 작품을 접한 이유는 위에 언급한 이유가 아닌 나의 큰형에 대한 존경심’ 때문에 작품을 선정해 

읽었음을 밝혀둔다.

사실 직장 다니 전에는 '존경하는 인물' 혹은 '인생의 롤 모델'이 무엇이고, 누구냐를 묻는 질문을 받게 되면

학창시절을 통틀어 나는 거의 대답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초등학교 시절, 주변 친구들이 그런 질문을 받고 아무 생각 없이 내 눈에는 그렇게 비춰졌다 

수업 시간에 배운 인물들 예를 들자면 이순신 장군, 대통령, 에디슨 등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당시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정말 싫었기 때문에 그 때부터 생겨난 버릇이 아닌가 생각된다

나도 저학년 때는 부친의 영향을 받아 군인이이라고 이야기한 적은 있다 -

성인이 되어서는 책과 영화를 통해 만난 죽은 시인의 사회로빈 윌리암스가 맡았던 존 키딩 선생이나

멜 깁슨이 주인공으로 나온 위 워 솔저스의 대대장 역할을 보면서 비록 교사나 군인될 수 있는 자격 조건을 

상실한 상태였지만 내가 소속된 조직 속에서 그런 사람처럼 살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황망하게 떠나신 아버님을 산에 모시고 온 그 날 저녁 큰 형님은 동생들을 한 자리에 불러 앉히고는

막내 동생이 50이 될 때까지 당시 나는 대학 4학년이었다 - 누가 누구에게 기대지 말고 각자 알아서 잘 

 살도록 해라

는 명령 아닌 명령을 주시던 형님의 모습에

, 저런 모습이 내가 그리던 정상적인 성인의 모습이다

라는 생각을 어렴풋이 가진 이래 나의 존경하고 닮고 싶은 롤 모델은 큰 형으로 자리잡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지금도 그 점에 있어서는 한 치의 흔들림 없는 생각이며 앞으로도 전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 모습이 왜 나에게 그렇게 큰 영향을 주었는지 나는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지만 아마도 평소 내가 가졌던 

큰형에 대한 생각과 평소 그가 내게 보여주었던 모습이 너무도 일치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시 말해 큰형님은 언행일치가 워낙 확고한 분이셨고 그런 점이 약했던 나는 부족한 나의 그런 면을 

큰형님을 따라 하다 보면 나도 형님처럼 완벽한 사람 나의 기준에서 보았을 때 - 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속에서 나의 롤 모델 아니 존경하는 인물로까지 생각하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해 본다.

누가 이야기했는지 모르지만 가끔 가족과 관련된 작품을 접하다 보면 이런 문구가 눈을 사로

잡는데그 문구는 

신이 바쁘시기 때문에 인간에게 ‘어머니라는 존재를 보내셨다

는 문구다. 이런 문구를 접하면 웬지 모르게 마음이 힐링되는 듯한 느낌을 받고는 한다.

문구가 주는 의미로 인한 것도 있겠으나 아무래도 문구를 읽는 모든 이들에게 '어머니'라는 단어가 주는 

상징성이 더 크게 작용하여 그 문구에 눈길이 한 번 더 가게하고 작품을 고르는데 보이지 않은 힘을 발휘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하지만 나는 여기에 한 문구를 추가하여 

신은 어머니로부터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커버하기 위해 아버지라는 존재도 보내 주셨다

는 문구를 덧붙이고 싶다

신은 바쁘시기 때문에 인간에게 어머니를 보내 주셨고, 그것만으로도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아버지라는 

존재도 보내주셨다

라고 말이다

모든 아버지들, 국적에 관계없이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아버지들은 두 말할 필요 없이 정말 경주마처럼 

바쁘게 살아오신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아버지들도 때로는 힘들고피곤하고, 지칠 때가 있다

그래서 본인들도 어딘가에 기대고 싶고, 누군가로부터 위로 받고 싶고힐링 받고 싶은 연약한 사람들이다.

기대고 싶은 사람?

아버지의 부모님들은 다 돌아가셨을 것이고, 남편을 위로해 주기는 하겠지만 와이프는 글쎄……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 아이들 경우에 따라 눈치가 빨라 일찍 철드는 아이들도 있기는 

하지만 에게 아버지들이 지친 심신을 기댈 수 있을까?

아마도 1%라도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려 줄 수 있는 자식들은 자신의 유전 형질 50%를 물려 받았을 자식 

밖에는 없을 것이다자신의 유전 형질 1%도 섞이지 않은 와이프 보다 50%를 보유한 자식에게 자연스럽게 

의지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것도 유전 형질 보유자의 최대 우두머리인 맏이에게 말이다.

그러다 보니 맏이는 피곤할 수 밖에 없고, 힘들 수 밖에 없으며 부모와 동생들 사이의 감정의 완충재 및 

방파제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집의 진짜 큰 형님은 한국전쟁 당시 강보에 쌓여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성인이 되어 알게 된 어느날 

나의 큰 형님께서 술 한잔하시며    

무슨 운명이기에 장남도 아닌 내가 장남이 되어 살고 있다

라며 씁쓸히 웃어 보이시는 모습에 나를 포함한 동생들은 우리가 무엇을 잘못해 저렇게 한탄 아닌 한탄을 

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긴장을 했었는데시간이 흘러 당시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그것은 아마도 장남으로서,

맏이로서 자신이 감내해야 할 부분과 장남과 맏이로서 책임져야 할 무게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불만에만 집중해 동생들이 느끼지 못하는 실망감을 준 점에 대한 반성과 함께 더 잘해 보겠다는 

의지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고 나는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그 이유는 아래 글을 읽어보면 내가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가정의 맏이들이 다 똑같지는 않겠지만 우리 집 '맏이'되시는 분의 평소 행동거지를 통해 그 분의 갖고 

있는 마음 씀씀이와 행동 특성을 보면 - 우리 집 기준이다 -

 

맏이는 자기 가족에 대한 가슴과 형제들에 대한 가슴 두 개를 갖고 있다

맏이는 눈물은 있으되 동생들에게 절대 보이지 않는다

맏이는 형제에 대한 비판은 눈으로칭찬은 가슴으로 한다

맏이는 형제의 잘못도 자신의 부덕함으로잘 함은 동생의 뛰어남으로 돌린다

맏이는 자신은 아파도 형제가 아프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맏이는 자신의 입맛보다 형제의 입 맛을 더 우선한다

맏이는 형제에게 섭섭함을 가슴에 묻고 즐거움만을 이야기한다

맏이는 형제와 동일한 몫을 나누어도 자신이 많이 가졌음을 미안해 한다

맏이는 훌쩍 커버린 동생의 등판만 바라 보아도 흡족해 하신다

맏이는 동생의 열 번 투정은 다 받아도 자신의 불만은 절대 이야기하지 않는다

맏이는 자신의 편안한 삶에 즐거워하기 보다 형제의 불편함을 안타까워 한다

맏이는 자신의 좋아하는 술 보다 형제가 좋아하는 술을 더 담가 놓는다

맏이는 새 것을 사게 되면 다른 형제도 필요한지를 먼저 생각한다

맏이는 잔 심부름을 시켜도 자식보다 형제를 먼저 찾는다

맏이는 끝임 없이 주고 있음에도 때만 되면 더 해 주지 못해 미안해 한다

맏이는 동생들의 자녀들이라도 맏이 앞에서 혼내면 불같이 화를 내신다

맏이는 동생들의 자녀를 할아버지의 눈으로 바라보시고 흐뭇해 하신다

맏이는 형제에게 받은 섭섭함을 금새 잊어 버리고 자신이 못한 것만 기억한다

맏이는 자신이 형제 누구보다 더 오랜 시간 부모와 함께 한 추억을 미안해 한다

맏이는 자랄 땐 자신의 주장을늙어서는 형제의 주장을 더 신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생들은 맏이가 자신들에게 이렇게 해 주고 있음을 알면서도 더 해 주기를 끝없이 

           바란다

맏이의 또 다른 이름은 '책임감'이 아닌가 생각한다.

신이 내게 우리 형제들의 맏이로 태어나길 소원하는지를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이야기하겠다.


우리 큰 형님의 손톱 밑 때만큼의 능력을 주신다면 모를까 그럴 능력을 제게 주실 의향이 없으시면 다시는 

  그런 이야기 마시라


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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