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먹다 - 제13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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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권유도 8


이런 작품은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사 보아야 할 작품이라고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솔직히 처음 작품을 접했을 때에는 뭐가 뭔지 주인공이 누구인지, 등장 인물과 그것을 담담히 

진술하고 있는 주인공과의 관계는 어떠한지 몇 장을 넘기면 앞 페이지에서 언급된 촌수 관계가 

헷갈려 도저히 진도를 나갈 수 없어 책 읽기를 포기하기를 서너 차례

요번에는 아예 옆에 흰 종이를 놓고 가계도를 그려 가며 헷갈리지 않고 읽으려 노력에 노력을 

기우렸다.

(뒷 편에 실린 심사위원들의 소회를 읽어 보니 대다수의 심사위원분들 역시 나와 같은 혼란 속에

작품을 읽었다고 한다. 그런 줄도 모르고 작품을 접한 초기에 나의 머리 나쁜 것만 한탄했었다. 참 억울하다)


작품은 소단위별로 화자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어 특정한 주인공은 없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래도 굳이 주인공을 들라면 김태겸의 아내 '묘연'과 그의 아들 '희우' 그리고 '난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 '사대부가의 여인' '하녀'의 동병상린적 보살핌 그리고 '사대부가의 손자와 후실 소생의 딸

사이의 기구한 사랑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라 해석하고 싶다.


따라서 작품을 보면 4개의 큰 축으로 이루어진 사랑 이야기로 해석하고 싶다.

첫째 사대부가의 딸(묘연)과 후실 딸(하연)과의 애틋한 동병상린적 보살핌

둘째 최 약국의 전처(후인)의 딸(향이)에 대한 여문의 사랑

셋째 후인(최 약국 전처)과 후평(일하는 사람)의 사랑

넷째 희우(묘연의 아들)와 난이(하연의 딸)의 사랑

 

뭔 놈의 문학 작품을 이리도 자근자근 씹어서 해석하나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잘게 부수기가 수월치 않다

내가 독후감을 쓰려 이렇게 네 부류의 사랑으로 작품의 내용을 해석하고 있으나 작품 전반에 

흐르고 있는 내용은 "후실 딸인 하연이와 그 자식에 대한 애틋한 정과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할 것이다. 그것을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는 대목(31)

 

[어머니와 선이(하연의 모친)가 동무이자 자매였듯이 나와 하연도 자매이자 동무였다

거의 나 혼자 말하고 대부분을 나 혼자 결정하곤 했지만 '하연'은 십 오 년 동안 기꺼이 내 

그림자가 되어주었다. 어머니도 선이를 보듯 '하연'을 보듬었다

내 이름의 ''자를 똑같이 돌려 '하연'이라 이름짓겠다 끝까지 우긴 것도 어머니였다.]


만 보더라도 사대부가의 딸(묘연)이 하연에 대해 갖는 정이 어떠한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정이 더욱 공고해져서 표출된 것이 바로 하연의 해산 장소에 관한 것이다.

하연이 몸을 풀기 위해 찾아 간 곳이 다름 아닌 바로 묘연이 시집 간 시댁이었다.

- 어머니인 '선이'는 죽었음 -

친 자매라도 사돈댁을 찾아가 몸을 푼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웠을 터인데 '하연'은 스스럼 

없이 찾아갔고 '묘연'은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하연'이 낳은 아이(난이)를 집 안 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거두어 키워

주기까지 한다. 그들 사이는 친 자매 이상의 정을 나누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더욱 더 중요한 것은 하연의 딸인 '난이'가 성장하면서 묘연의 아들 '희우'와의 금지된 사랑을 

꿈꾸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고 있지만 이를 탓하거나 징계치 않고 오히려 자신의 아들을 다른 

곳으로 장가를 보내면서 조용히 일을 처리하는 대목에서는 묘연과 하연은 묘연의 아버지로부터 

받았을 상처를 치유해 주려 노력하는 장면이 아닌가 생각한다.

어떤 세월인데 감히 후실의 딸이 사대부가의 아들을 넘보려 한 것을 용서하고 또 미천한 여인의 

몸에서 낳은 아이까지 키워 주겠는가,

 

또 하나의 사랑은 '여문' '향이'에 대한 사랑이다.

여문의 근원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기술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아서는 아마도 향이와 같은 

동네에 살면서 마음 속으로 향이를 흠모하던 청년이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 뿐이다

향이는 최 약국 전처의 자식인데 출산하는 과정에서 잘못되어 한 쪽다리가 불구로 태어난다.

이를 동네 청년인 여문이 흠모하기 시작하는데 여문이 향이를 어느 정도 흠모했는지 

'자신도 향이와 같이 불구가 되기를 간절히 비는' 대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여문의 향이에 대한 사랑은 일반적 사랑의 도를 넘는 순진 무구한 일방적인 사랑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최 약국의 '후인'과 그 약국에서 일하는 '후평'의 사랑이 일어난 이유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후인이 자신보다 나이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가족과 형제의 정에 굶주려 있던 후평은 가부장적 

권위주의에 싸여 있던 최 약국에게 더 이상의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거기다 자신이 낳은 자식마저도 아들이 아닌 불구의 딸이었기에 아내로서, 여인으로서 가장으로

부터 인간다운 대접이나 오롯한 사랑을 받지 못했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할 것이다

그 순간에 그 모든 과정을 알고 있던 나이 어린 후평은 주인집 처자인 후인을 지극 정성으로 

보필했을 것이고 어느 순간 한 사내로 다가 갔을 것이다. 그런 후평을 후인이 굳이 마다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작품 속에서 그들의 후반부 사랑이 어찌 되었는지에 대한 결말은 보이지 않고 있으나 자신이 

낳은 향이에 대한 이야기(자살)와 남편의 죽음(여문이 살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아마도 

자책감에 빠져 뻔한 결말로 흐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마지막으로 '희우'에 대한 '난이'의 사랑은 전형적인 젊은이들의 사랑을 보여 주고 있다고 보여 

진다. 서로가 흠모하고 사랑으로 발전해 가는 모습에 대한 이야기는 접어 두자.

난이는 희우를 떠나려 한다. 그런 희우도 난이에게 굳이 다가서려 하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의 

위치를 잘 알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 그녀는 자기가 사랑했던 남자의 주변에 몸을 

숨기다 우연한 기회에 이 소식을 희우가 듣게된다.

하지만 또다시 헤어지고 만다. 단기 바람 결에 그녀가 어디쯤 있을 것이라는 소식만을 들은 채 

서로가 헤어지게 된다.

 

'사랑'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작품에서는 상처 받은 사랑, 일방적인 사랑, 표현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랑, 해서는 안 되는 

사랑 등이 전개되고 있다.

살면서 사랑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 사랑으로 인해 열병과도 같은 속앓이를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 역시 없을 것이다.

그런 그들이 공통적으로 찾았을 것이 괴로움에 사무쳐 밤길을 거닐다 마주한 ""이었을 것으로 

나는 생각해 본다.

, 사랑으로 인해 상처 받고, 힘들어서 또 자신의 뜨거운 사랑을 상대는 왜 몰라주는 지를 

괴로워하면서, 애끓는 사랑이기에 또 넘을 수 없는 사랑이기에 이 모든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존재는 야심한 밤, 중천에 떠 있을 '' 밖에는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또 왜 하필이면 하고 많은 단어 중에 ''의 옆에 '먹다'라는 단어를 붙였을까?

먹는다는 것은 사물이나 그 어떤 형상의 존재가 없어진다는 것이 아닌가.

내가 위에서 언급한 작품 속에 나타난 4가지의 사랑은 하나도 이루어진 것이 없는 

, 모든 것이 사라지고 만 그런 사랑이었다.

따라서 작품을 나름대로 해석하면서 '달이 스러지다', '달이 슬픔에 젖다' , '내 마음 달과 같이'

등의 제목으로 변경해서 2~3일 붙여 보고 작품의 의미를 재 해석하며 제목 연구를 해 보았는데 '달을 먹다'라는 제목 이외에는 적당한 제목이 떠오르지를 않았다.

그럴 정도로 작품의 제목은 함축성 있는 의미를 지녔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작품 제목을 초기에 어찌 지으려 했던지 간에 "달을 먹다"라고 지은 것은 아주 

현명한 작명이었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나 역시 한 때 혈기 방장하고, 사랑의 열병으로 인해 달을 보며 볼 수 없었던 상대 여인을

그리워하며 눈물짓는 그런 하소연을 한 적이 있었기에 처음 작품을 고를 때 작품의 제목이 하도 

요상해서 그저 그러려니 했었는데 이 작품을 다 읽고 난 뒤에 작품 제목을 다시 한 번되새겨 

아주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누구도 그냥 스쳐지나 가는 바람처럼 다가왔다 사라져 간 사랑이 있다면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도 첫사랑이라면..................

 

 

읽고, 느끼고, 생각하며 나를 돌아보자

 

- 吉人醉 善心露 躁人醉 悍氣布(길인취 선심로 조인취 한기포)

  : 좋은 사람은 술에 취하면 착한 마음이 나타나고 조급한 사람은 술에 취하면 사나운 기운이 다.


- 우리 가락 중에 계면조(界面調)라는 것이 있는데, 슬프고 슬픈 가락인데 이는 임진왜란 이후 

  유행하였는데, 계면조란 ‘눈물이 흘러 얼굴을 둘로 가른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 의영고(義盈庫)란 ‘종 팔품직’으로 왕실과 종묘, 왕릉 제사에 소비되는 기름이며 꿀, 황랍, 채소

  후추 등의 물품을 관리하는 곳 


- 미선나무의 열매는 선녀들이 들고 다닌다는 전설이 있다. 미선나무는 아름다울 미와 착할 

  선의 나무로 오해를 받는데 실은 미선(尾扇)이고 둥근 부채를 의미한다.


- 정유절목(丁酉節目)이란 임금이 즉위한 후 재주 있는 사람은 서얼을 따지지 않고 들여 

  쓰겠다는 공식적으로 천명한 규정.


- 패랭이 꽃을 '천국화'라고도 불렀으며, '산자고'는 앉은뱅이 꽃이다.


- 견우와 직녀가 만나 나누는 비를 [쇄루우]라는 운격 있는 이름으로 불렀다 


- 해마다 조정에서는 여름이면 반빙()이라는 얼음을 나누어 주었는데 배포선은 여러 관사와 

  종친 및 문무관의 당상관, 내시부의 당상관, 칠 십 세 이상의 퇴직 당상관이 그 대상이고 

  할인서의 병자들과 의금부 그리고 감옥의 죄수들도 혜택을 받았다고 한다.

 

- 솔숲에 이는 바람을 솔잎을 스치고 지날 때 그 세기에 따라 구분해 놓았는데,

  솔솔 불기만 하는 바람은 거문고 소리 같다고 하여 [슬성(瑟聲)] 잔잔한 바람은 울림 ()자를 

  써서 [송운(松韻)], 약한 바람이 스치면서 내는 '쉬이익' 소리는 퉁소 소리 같다고 퉁소 뢰()

  를 써서 송뢰()]로 표기했고, [송도(松濤)]는 큰 물결과 같이 '솨아'하는 소리가 파도 소리 

  같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 승정원의 정칠품 주서(注書)는 왕과 신하들이 만나는 자리에 동석해 거기서 나오는 말과 

  행동을 일일이 기록하는 직책으로 당하관이기는 하나 임금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한다는 

  의미에서 요직이다.


- 초계문신(抄啓文臣)이란 임금이 지대한 관심으로 직접 관리하겠다고 나선 재능 있는 젊은 

  인재들을 일컫는 말이다.


- 사람은 누구나 타인이 알아채지 못하는 자기만의 암호로 자신의 상처를 꾸준히 드러내게 

  마련이다.


- 어리석은 침묵은 보이지 않는 금 긋기에 불과하고 그 금 위에서 숱한 마음이 다치거나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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