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혐오' 불쾌한 단어다.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혐오의 대상이 된다는 것. 이게 말이 돼는 소린가? 역사 흐름을 피상적으로 살펴봐도 여성혐오가 극닥적으로 치달았던 시대는 극보수의 성향이 강력하게 드러날 때이다. 반대로 여성이 힘을 발휘하는 시대는 진보적 성향이 강한 시대였다. 놀라울 것도 없지만 조선시대 중기만 해도 우리나라는 강력한 여성상위시대였다. 고려시대나 삼국시대의 문헌들은 남자가 결혼을 하면 처가에 가서 살았다는 흔적이 많다. 그런데 유교가 강해지면서 여성혐오 사상이 은근히 자리잡기 시작한다. 우리나라는 근본적으로 여성 중심의 모계사회였다. 그런데 근래에 들어와 여성이 혐오의 대상이 된다는 게 왠말인가? 있을 수도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여성혐오의 근원을 잘 살펴보면, 여성이 가진 생물학적 특성이 사회적 약자로 인식되면서 시작된다. 즉 약한 사람은 괴롬힘을 당해도 되고, 약자는 죽어도 마땅하다는 은밀한 편견이 자리하고 있다. 이것은 다른 말로 이 사회가 여성을 힘의 논리로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일례로 단지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남성보다 월급이 평균적으로 적다. 최근에야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여성은 약자다. 여성이 약자라는 말. 사회가 무식하고 그릇된 편견에의해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한 달 전, 박이은실의 <월경의 정치학>을 구입해 읽고 있다. 표지에 '아주 평범한 몸의 일을 금기로 만든 인류의 역사'라고 적어 두었다. 책의 주제를 확연하게 드러내 주는 구절이다. 5장으로 구분해 여성의 월경이 가지는 문화인류학적 관점(1장), 비교종교학적 관점(2장), 지식사회학적 관점(3장), 문화경제학적 관점(4장), 일상에서의 월경의 의미(5장)를 다룬다.


"유교적 질서에 따르면, 여성은 음의 요소로서 남성에 의해 대표되는 양보다 열등하다. 그리고 이러한 위계를 따라, 여성은 남성에게 종속되어 있다. 이 관점은 여성에게 강제되는 세 가지 복종을 통해 재강화되는데 딸로서 아버지에게 복종하고, 아내로서 남편에게 복종하고, 어머니로서 맏아들에게 복종하는 것이다."(70쪽)


여성이 약자로 이해되는 것은 여성이 스스로 보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몹시 불행한 현상이다. 여성이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면 그것은 이미 바른 사회가 아니다. 타락한 사회고, 잘못된 사회다. 여성은 약자가 아닌 독립적인 존재로서 인식되어야 마땅하다. 


아름다워지고픈 성향은 여성에 본능이라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것도 힘이 지배하는 남성위주의 사회라는 증거다. 동물의 세계를 보면 화려하고 구애를 하는 쪽은 대부분 숫컷이다. 여성이 남성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것은 여성의 존재가 일그러져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출간된 윌리 톰슨의 <노동, 성, 권력>도 이러한 측면에서 여성을 살핀다. 세상을 다스리는 것은 남자지만, 남자를 지배하는 것은 여자라는 우슷개 소리는 여성이 독립적인 타자가 아닌 남자에게 종속되어 있다는 말이다. 유독 여성은 애교가 많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남성들은 가부장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상한 우연처럼 보이지만, 여성이 강조되는 되는 시대는 진보적 시대고, 여성혐오가 극대화되는 시대는 보수적 성향이 강한 시대다. 윌리 톰슨은 유물론적 관점에서 시대의 변화를 살핀다. 진보가 강하면 남성과 여성의 차별이 희미하고, 보수가 강하면 여성차별은 사회 곳곳에서 일어난다. 










버벌리 엔젤의 <자존감 없는 사랑에 대하여> 여성혐오의 근원지에 여성 자신이 존재함을 일깨운다.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 하지 않던가. 그렇다고 여성이 그것을 만든다는 말이 아니다. 여성이 스스로 남자에게 종속되려는 약함을 버려야 한다는 말이다. 당당하게 여성 스스로 무소의 뿔처럼 가라. 그렇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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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6-28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 권 책 모두 보관함에 담아갑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고는 있지만, 어휴, 도저히 이 많은 책들을 따라갈 수가 없네요.

2016-06-28 1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낭만인생 2016-07-26 22:54   좋아요 0 | URL
사용하셔도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