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의 30년 베스트셀러 영업기밀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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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시민/생각의길

 

결국 사고 말았다. 당분간 책을 사지 않으려는 단호한 결심은 '유시민'이란 이름 앞에서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처음부터 사려고 마음먹은 책은 아니지만 철이 자석이 끌리듯 하고 말았으니 영혼이 매수당한 것이 분명하다. 그만큼 유시민은 나에게 강력한 존재이다. 정치인에서 작가 유시민으로 각인된 시간이 고작 5개월 정도인데 벌써 세권의 책을 소장했으니 대단한 존재임이 맞다.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시간을 내어 부모님을 찾아뵙고 귀가하는 중이었다. 집 근처에 다다랐을 때 아내에게 책을 사주면 안 되냐고 물었다. 아내는 묵묵부답이다. 이러한 태도는 강한 부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긍정까지는 할 수 없는 모호한 상황일 때 취한다. 조금만 밀어 붙이면 살 수 있겠다는 짐작으로 '딱 한 권만'을 외쳤다. 드디어 아내가 입을 열었다. '안돼요!' 의외의 대답에 '?'라고 물었다. '방금 부모님께 용돈 드리고 왔잖아요.' 그랬다. 오랜만에 뵙고 오느라 용돈을 챙겨 드렸다. 이제야 그것을 깨닫고 나는 입을 다물었다. 한 가닥의 희망의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다. 더 이상 밀어 붙였다가는 반격이 시작될 조짐이란 조용히 침묵하는 편이 나으리라. 나는 이렇게 착하다ㅋㅋ

 

2분정도의 억만년이 흘렀다. 아무런 말도 없이 2분의 억만년이 흐르니 어색한 분위기를 깨치고 싶었던지 아내가 입을 열었다. 그럼 딱 한 권 만이에요. 역시 아내는 살아있다. 복음 중의 복음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심장 박동수는 벌써 140을 넘어가고 있었다. 회색빛 가득한 우울한 얼굴이 화색이 돌았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난 아내의 허락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차를 서점으로 돌렸다. 5분만……. 난 그렇게 자신 있게 서점 문을 열었다. 5! 결코 짧지 않는 시간이지만 막상 서점 안으로 들어가면 5분은 10분이 되고, 10분은 100분을 넘기기가 일쑤다. 아내는 책 앞에서 하염없이 무너지는 나를 알기에 5분을 못 박았던 것이다. 아참. 이건 아내가 한 말이 아니고, 내가 아내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한 말이다. 만약 5분이 넘으면 나를 서점에서 끄집어내라고 했더니 피식 웃는다. 못 지킬 약속 하지나 마라는 뉘앙스다. 그러나 오늘은 지킬 자신이 있다. 왜냐고? 사고 싶은 책이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암스트롱의 <단단한 공부>를 먼저 찾았다. 유유출판사의 신간으로 꼭 읽고 싶었던 책이다. 찾아도 보이지 않자 주인에게 물으니 없단다. 이럴 수가. 다시 자지로 돌아가 읽을 만한 책을 찾으려니 쉽게 보이지 않았다. 5분을 지켜야 한다는 긴장감이 책을 쉽게 고르지 못하게 했다. 종종 겪는 거지만 급하게 책을 고르면 집에 돌아가 후회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사지 않은 것이 좋을 것이다. 포기하려는 마음에 서점에서 나오려는 순간 입구에 진열한 베스트셀러와 신간 코너가 눈에 들어왔다. 들여다보니 과연 신간들이 즐비하다. 서점 신간들이야 대개 몇 달 정도 지난 책이 많다. 인터넷 서점에서 신간선정을 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한 달만 지나도 구간이니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다. 순간 눈에 확띠는 한 권이 보인다. 유시민의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이다. 그동안 구입하려고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에 담아 놓았지만 아직 출간되지 않아 구입하지 않은 책인데 일반 서점에 놓여 있으니 상당히 놀랐다. 일반적으로 책이 나오면 대형서점에 가장 먼저 들어가고 그 다음이 대형 온라인 서점이다. 그런데 출간 된지 불과 며칠된 책이 작은 서점에 있다니. 이건 기적이다. 난 그렇게 유시민의 책을 집어 들었고 흡족하고 마음으로 서점을 나올 수 있었다.

 

책을 계산할 때 주인이 한마디 한다. “유유출판사 책은 부산에서 취급하는 곳이 없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명확한 뜻을 몰라 물었다. “그럼 부산의 서점에서 유유출판사의 책은 살 수 없다는 말입니까?” 주인은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 다시 유유출판사의 책을 취급하는 판매처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이런 답답한 사람이 있나. 나에게 취급하고 안하는 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살수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이지. 처음 찾았던 <단단한 독서>는 유유출판사의 책이다. 더 이상 대화를 계속했다가는 속이 상할 것 같아 기분을 망치지 않으려고 성의 없이 네 그렇군요라고 대답하고 차 속으로 밀고 들어갔다. 차에서 내린지 불과 358초 정도가 흐른 뒤였다. 나는 아내에게 약속을 지켰다는 표시로 씨익 웃었다. 아내도 멋쩍은 표정은 잘했다는 표정을 짓는다.

 

급한 마음에 집에 돌아오자마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유시민의 30년 베스트셀러 영업기밀!”


아직 집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아내가 곁에서 읽어 준다.


멋진 문장을 구사한다고 해서 글을 잘 쓰는 게 아니다. 읽는 사람이 글쓴이의 마음과 생각을 느끼고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써야 잘 쓰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표현할 가치가 있는 그 무엇을 내면에 쌓아야 하고, 그것을 실감 나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아내는 계속해서 읽어 준다. 마지막에 한 마디, ‘유시미의 글쓰기 특강 끝!’ 맞다. 이 책의 제목은 특강이다. 아내는 이제 다 읽었으니 반품하라고 우격다짐이다. 그건 농담이란 걸아는 나로서는 그럴까로 가볍게 대꾸 한다.

 

먼저 목차를 살폈다. 모두 8장으로 이루어져있고, 각 장마다 3개에서 많게는 7개의 작은 글로 이루어져 있다. 큰 목차만 옮겨 보자.


1.논증의 미학

2.글쓰기의 철직

3.책 읽기와 글쓰기

4.전략적 독서

5.못난 글을 피하는 법

6.아날로그 방식 글쓰기

7.글쓰기는 축복이다.

8.시험 글쓰기

 

1-4장까지는 글쓰기와는 직접적인 상관은 없어 보인다. 일종의 개요나 여는 글이 될 것이다. 5-8장까지는 글쓰기의 실제라고 분류하면 되겠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글쓰기 책을 두 권 쓰게 되었다(11)고 밝힌다. 이 책은 논리적 글쓰기 일반론에 속하는 것이고, 다음에 나올 책은 논술 시험편이가고 가제를 잡아 두었다. 아마도 두 번째 책은 편집 중이거나 첫 권을 사서 읽을 틈을 주려는 의도에서 아직 펴내지 않은지도 모른다. 책이란 어느 정도 틈을 주고 펴내야 읽기 때문이다. 한꺼번에 많은 분량이 다가오면 주저한다.

 

1장 논증의 미학에서 뮌헨함부르크의 이야기에서는 저자의 글쓰기의 세 가지 규칙인 첫 번째 규칙 취향 고백과 주장을 구별하는 법을 다룬다. ‘좋다’ ‘나쁘다의 가치판단을 할 경우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근거가 없다면 논쟁에서 진다. ‘말이나 글로 타인과 소통하려면 사실과 주장을 구별’(26)해야 한다. 태양이 하루에 한번 뜨는 것은 사실이다. 그대로 받아들이면 끝이다. 그러나 장동건은 대한민국의 최고의 미남이다는 근거가 필요하다. 먼저 미남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고, 다음으로 장동건이 미남이 조건에 얼마나 부합하느냐라는 논증이 필요하다. 논증이 왜 필요할까?

 

논증 없는 주장으로는 타인의 생각과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설득과 공감은 고사하고 기본적으로 소통과 교감도 하기 어렵다.”(31)

 

제가 제일 싫어하는 말 중의 하나가 덮어 놓고 믿어라는 말이다. 특히 학교나 교회에 가면 자주 듣는다. 궁금해서 선생님께 물으면, 쓸데없는 질문이라며 그냥 외워라고 한다. 교회는 어떤가? 이성적으로 설득이 되지 않아 질문하면 그냥 덮어 놓고 믿으세요. 그게 믿음이에요.’라고 한다. 논증이 없는 신앙은 미신이다. 질문 없는 학습은 거짓이다. 우리는 논증해야하고, 설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근거가 있어야 한다. 글쓰기의 첫 번째 규칙은 이것을 잘 이해하는 것이다.

 

두 번째 규칙은 글쓰기는 써야 는다는 것이다. 운전을 배우는 것도 동일하다. 강의로 아무리 잘 배워도 직접 운전해 보지 않으면 차를 끌고 거리로 나갈 수 없다. 글쓰기도 글쓰기 방법만으로는 절대 배울 수 없다. 직접 써야 한다.

 

3.4장은 독서와 관련된 글이라 유독 관심 있게 읽었다. 3장의 서두를 이렇게 열었다.


텍스트를 요약하는 것은 논리 글쓰기의 첫걸음이다.”(97)


글쓰기를 배웠다는 사람은 첫 문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안다. 첫 문장은 송곳의 끝과 같아서 날카롭고 예리해야 다음 문장들을 끌고 갈 수 있다. 다음 글에서 독해력을 기르는 방법은 독서뿐’(100)이라고 밝히는데, 독서는 글쓰기의 시작이자, 지속적인 글쓰기를 가능하게해주는 힘이다. 지방대 출신이었던 저자는 독서 말고 즐길 만한 레저가 없었다.(123)고 한다. 20대에 즐겼던 저자들을 보니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오정희, 박완서, 조세희 등이 있다. 필자도 앞의 저자들을 즐겨 읽었다. 책을 읽으면 독해력과 언어 구사 능력을 기를 수 있고, ‘지식을 얻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일상생활의 범위에서 벗어나 추상적 논리적 사유를 하는데 필요한 개념을 읽히며, 여러 개념을 연결하는 논리적 상관관계를 배울 수 있다고 조언한다.(123)

 

5장 이후부터는 글쓰기에 실제적 지침을 알려 준다. 글쓰기 책을 많이 읽은 독자라면 비슷한 이야기들이 반복될 것이다. 유시민은 글쓰기의 유용한 법칙을 알려주면서 논리적 글쓰기에 초점을 맞추어 있어서 색다르게 읽힌다는 점이 다르다. 특히 일정한 분량을 정해 글쓰기 훈련을 하라는 말은 다른 책에서도 쉽게 발견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저자는 처음부터 작가로서의 문장력을 위한 글쓰기가 아니라고 밝힌다. 자신의 강점은 논리적 글쓰기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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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3-30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시민 씨가 나오는 동영상은 짤방(사진)처럼 만들어져서 `유시민의 글 잘 쓰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페이스북에서 많이 공유될 정도로 유명해요. 서점 주인장의 말씀이 무책임하군요. 무슨 연유로 특정 출판사의 책을 팔지 않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서점에 재고가 없는 책은 어떻게든 마련해서 다음에 오라고 약속이라도 해주면 손님은 기분 상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다음에 서점을 또 찾게 됩니다. 서점이 불경기라서 서점 주인장님의 고단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냉정하게 대하면 오히려 서점 찾는 귀한 손님의 발길마저 끊어집니다.

낭만인생 2015-03-31 09:39   좋아요 0 | URL
일반 서점에서 발길이 닿지 않는 이유가 불친절함 때문일때가 많죠. 서점을 살리려고 주차비까지 물어가며 찾은 곳에서 무책임한 말을 들으면 화도나고 서운해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 갑니다.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