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야를 읽다

 

일단 제목이 도전적이다. <지구 밖으로 행군하라>는 이 제목. 현실은 가당치도 않지만 설렘을 주기에는 충분하다. 이성과 논리만으로 삶은 완성되지 않는다. 때론 비약이 있어야 하고, 사실 너머 이상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한비야는 비약이자 이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책을 읽고 또 읽고 있다. 평범한 삶을 뛰어넘어 비범한 삶을 살아가는 을 보여준 탓이다. 나 또한 그녀의 그런 삶을 동경한다. 인간이란 언제나 꿈을 먹고 살아야 하니까.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하더라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을 줄 아는 대범함이 필요하다.

 

그녀는 평범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교를 다니고, 미국으로 넘어가 유타대학교 언론대학원에서 국제 홍보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런대로 잘 나갔다. 국제홍보회사인 버슨-마스텔라에서 근무하던 중, 어린 시절 꿈을 기억한다. ‘걸어서 세계일주라는 황당한 꿈이 말이다. 세계 여행은 아직 낯설 때, 그것도 여성의 몸으로 걸어서 세계 일주는 황당함을 넘어 무모한 도전이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고, 실행에 옮겼다. 그 후 7연간에 걸친 세계 오지 여행의 경험담을 담아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을 펴냈다. 난 그 때도 말로만 수긍했다. 좋다고, 멋지다고.

 

그러다 작년 여름 한비야의 동영상 강의를 듣게 되었다. 월드비전에 들어가 구호봉사를 하는 그녀의 모습은 지금까지 보았던 그녀의 풍경이 아니었다. 세계를 여행하며 그녀가 보았던 것은 다름 아닌 가난전쟁고아들이었다. 그녀는 다시 안락한 한국을 떠나 다시 여행을 시작한다. 이번 여행은 이전까지의 여행과 전혀 달랐다. 이젠 회복과 치유를 위한 여행이다. 구호 현장을 누비며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한 몸부림친다. 그렇게 해서 써진 책이 <지구 밖으로 행군하라>이다. 들어가는 글의 첫 문장은 이렇다.

 

아직까지 나를 세계 일주 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면, 오지 여행가 한비야는 잊어주기 바란다. 이제 나는 긴급구호 요원으로 안전히 변신했기 때문이다.”

 

그랬다. 그는 변했다. 7년 동안 오지 여행을 하면서 여행이 끝나면 난민 돕는 일을 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랐던 그녀의 소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국토 종단을 마친 후 인터뷰에서도 그녀는 국제 구호 단체에서 난민을 돕고 싶다고 말한다. 난 그녀의 선택은 옳았다. 그녀는 보고 들었던 것을 몸으로 실천하고 싶었다. 여행의 절정은 나를 버리고 다시 나를 얻는 것이다. 타자 없이 없다. ‘를 넘기 위해서는 타자가 필요한데, ‘타자는 또 다른 이어야 한다. 타자는 나에게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 타자는 독립적 이어야하고, 자유로워야 한다. 타자를 위한 헌신은 나를 위한 것이다.

 

한비야를 읽고 있다. 참으로 행복한 여성이다. 이 분을 읽으니 나 또한 행복한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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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3-17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비야님이 어릴적 식탁이나 벽면이나 또 입고있던 티셔츠 조차 세계지도가 그려졌었다는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납니다

식사 시간에 입고있던 티셔츠에 밥풀이 떨어지면 아빠가 ㅇㅇ 나라에 밥풀 떨어졌다고 이야기해주시며 세계 여행을
함께 꿈꿔주셨다던 이야기에 깊은 감명을 받았던 기억두 나구요 저두 `바람의 딸`시리즈를 아껴 읽던 기억이 나네요^~^

낭만인생 2015-03-18 16:43   좋아요 0 | URL
그랬군요. 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읽을 수록 감칠맛이 나는 문장이 많습니다.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