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르게 선택하라 - 크로스미디어 저널리스트 민본의 리더십
민경중 지음 / 샘솟는기쁨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다르게 선택하라
역사는 승자들의 기록일까? 그렇다. 역사는 승자들의 기록이다. 그러나 반만 옳다. 진실은 기록한 자만이 승자이다. 즉 기록하여 이기고, 이기고 다시 기록하는 것. 우리가 아는 승자와는 사뭇 다르다. 나도 기록한다. 그럼 승자가 될 것인가? 어쨌든 나는 오늘을 기록하고 승자는 내일 결정될 운명에 맡기리라. 기록하는 것은 나의 선택이다.
오늘까지 민경중의 <다르게 선택하라>를 모두 읽었다. 253쪽이란 적은 분량이지만 바쁜 일정으로 인해 이틀을 넘기고 말았다. 다른 책이었다면 족히 일주일은 걸렸을지도 모른다.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책이 도착했을 때, 아내가 먼저 읽고 싶다고 이틀을 미루었다. 아내도 재미있었다고 말한다. 아내가 다 읽을 때까지 기다리기가 힘들었다. 아내는 천성적으로 빨리 읽지 못한다. 이틀만 기다리면 되니 나에게 달라고 해서 읽었지만 결국 삼일이 걸렸다. 숨쉬기 힘들만큼의 팽팽한 긴장이 책을 놓지 못하게 한다. 그런 점에서 굉장히 특이한 책이 분명하다. 왜 일까? 생각해보니 문장력이다. 기자 출신인데다 평소 글을 쓰는 훈련이 된 탓인지 독자로서 읽기가 편하고 쉬었다. 독자가 읽기 쉬운 책은 짧은 문장과 군더더기 없는 간소한 문장이다. 이런 문장은 호흡이 빠르고, 눈의 흐름이 수월하여 쉽게 읽힌다. 책의 후반부에 갔을 때야 겨우 알아 차렸다.
저자의 글 실력을 알아낼 수 있는 이유는 그가 틈틈이 박아놓은 탁월한 문장을 보면 안다. 몇 개의 문장을 옮겨오면 이렇다.
-중국 특파원 시절을 회상하며
"앞서 걷는 자는 그만한 고단함이나 외로움을 각오해야 해서 더 많은 용기와 신념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할 때 그 자리가 더욱 빛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시간이었다."(23쪽)
-제주뮤직아일페스티벌을 성사 시킬 때
"때로는 용기 있는 도전이 필요하다. 도전은 자신뿐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94쪽)
-보도국장이 될 때
"작업 환경은 생산성과 효율성에 변화를 가져다준다. 감흥이 없는 사무실에서는 창의적인 생각이 나올 리 없다. 더욱이 언론사는 혁신으로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무한한 상상이나 창의적인 발상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140쪽)
-부모님의 식당일을 도우면서
"식당 일을 도우면서 우리 삼형제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중에 하나가 주인의식이다. 식당에서 일을 하다보면 주인의식을 가진 종업원과 그렇지 않은 종업원이 다르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주인의식을 가진 종업원은 소님의 상에 뭐가 부족한지를 먼저 알아차리고 채워 주지만 주인의식이 없는 종업원은 손님이 요구해야 빈 그릇을 채워준다."(167쪽)
삶이 녹아내린 문장들이다. 뻔해 보이는 문장이 저자의 삶의 맥락과 잇대는 순간 통찰이 되고, 도전으로 전환된다. 책을 통해 한 사람을 읽는 것이 이리도 재미있단 말인가? 문장력, 삶의 맥락 속에 담긴 통찰과 도전정신. 그것만으로 이 책을 다 읽었다고 말하는 것 어불성설이다.
그는 도전과 혁신의 사람이다. 첫 장, '첫 중국 특파원, 길을 만들다'에서부터 그의 행보는 만만치 않다. 한 번도 가보지 않는 길을 가야했던 그는 ‘안 된다’라고 쉽게 말하지 않았다. 북측 강석주 부부장과의 인터뷰 에피소드에서는 추리소설보다 더한 긴장이 느껴졌다. 저자도 이 사실을 알았다.
"아무리 기자라지만 허락 없이 북측 관계자를 만났으니 국가보안법상 비빌 회합, 통신, 고무 찬양 등으로 엮어 범법자 취급해도 어쩔 수 없었다."(28쪽)
<노컷뉴스>를 시작할 때 반대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라디오 뉴스 기자가 텍스트 기사를 쓴다는 건 말이 안 돼" 다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저자는 라디오 시대를 넘어 TV시대로, TV시대를 넘어 인터넷 시대로 흘러가고 있음을 간파한 저자는 무모하지만 밀어 붙였다. 결국 노컷뉴스는 '대박'이 났고, 유수한 포털사이트가 애걸할 정도로 성공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실패가 두려워서 시도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시도하지 않는 것이다."(71쪽)
얼리어댑터, 혁신적 사무실 재배치, 새로운 미디어 뉴스의 시작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만큼 저자는 도전하고 혁신시켰다. 촌지를 거절하고 불의이웃을 돕겠다는 제의는 용기를 넘어 담대함이 읽어 진다. 나도 저런 용기가 있을까. 아마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저자의 삶이 아직 젊은 나에게 '더 열심히 뛰어'라고 말하는 듯하다. 나는 선택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고 모험하기로. 이것이 나의 운명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