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읽는 습관

 

 

지난주부터 <하버드 인문학 서재>를 읽고 있다이 책을 골랐던 이유는 하버드생들에게 추천하는 고전목록과 그에 대한 간략한 평이 있다는 생각에서다있다그러나 일반적으로 말하는 그런 소개 글은 아니다특이하면서도 나름 저자의 개성이 충분히 배여 있다그 개성 때문에 약간 모가 난 듯 한 느낌을 주기도하고다른 면에서는 은근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 '그랜드슬램'이란 독자는 '대 실망이다'라고 평하면서 별 두개를 주었다이유는 개인의 독서일기 수준이라는 것충분히 공감이 가는 말이다지금 읽고 있는 나의 생각도 같기 때문이다그러나 '아주 수준이 떨어지는'이란 말에는 공감할 수 없다아주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문장이 많다물론 이것도 나의 개인적 의견이니 수준이 떨어진다는 말에도 수긍이 가는 점도 없지 않아 있다그런 면에서 이 책은 독자들의 의견이 분분하게 갈리는 책이라는 점은 분명해 졌다.

 

40년 동안 하버드 총장으로 있었던 엘리엇이 은퇴하면서 5피트 책꽂이란 프로제트를 통해 선별된 전집이다저자는 이것을 한 권씩 읽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바로 이 점이 개인의 독서 읽기 형식을 띄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고책을 깊이 있게 서평 하는 것이 아니라 읽는 자신의 과정을 다루고 있어서 독자들의 오해를 받게 된 것이다나 또한 그랜드슬램처럼 책 제목에 속아 샀으니 뭐라 하겠는가분명한 것은 이러한 과정 속에서 무엇을 얻어야 할 것인가는 순전히 독자 개인에게 주어진 과제가 된다.

 




 

하버드 클래식은 총 50권으로 이루어진 하드커버로된 장정이다. 콜리어 앤드 선이라는 출판사를 선정해 출판하여 20년 동안 약 50만 질을 판매 했다고 한다. 흡사 80년대 유행했던 계몽사 전집과 같은 것이라고 여기는 될 터이다. 이 전진은 지성사를 다루지 않는다. "정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없었던 대공황 시절에 문학에서부터 경제 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책 읽기를 토해서 노동계층이 세상을 살아가는 일반적인 지혜를 얻게 하자'는 것이다. 하루에 60쪽씩, 일주일에 450쪽을 읽고, 1년에 22천 쪽을 읽게 된다. 그러니 한주에 한 권, 한 달에 4, 1년에 꼭 50권을 읽음으로 전집을 몽땅 읽을 수 있게 된다. 조심스런 이야기지만 이 책 한 권은 요즘의 작은 사이즈도 아니고 얇은 책도 아니다. 근래에 나오는 300쪽 분량의 약 2.5배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면 요즘 책으로 계산하면 150권에 해당한다. 그럼 이틀에 한 권을 읽게 된다.

 

아마도 독자들이 가장 궁금한 점은 책 목록이 아닐 성 싶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책 목록은 목차에 모두 담겨있다. 저자의 말마따나 그런 책들을 왜 엘리엇이 추가했는가 궁금증을 자아내는 책도 많지만, 대부분 고전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추천할만하다. 아랫부분에 목차를 함께 담았다.

 

재미난 일화는 저자가 이 책을 읽게 된 계기가 할머니가 이 책을 통해 공부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다. 즉 정규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독서만으로도 뛰어난 통찰력과 인생의 지혜, 교양들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그럼 나도 읽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도전한다. 니나 상코비치의 <혼자 책 읽는 시간>과 느낌은 다르지만 환경은 비슷하다. 여성의 감미로움이 빠진 팍팍함이 느껴지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좋은 책 한 권 건졌다.


이 목록을 참고해 읽어야할 고전을 추려낼 작정이다. 존 울먼의 <일기> 같은 책은 당연히 뛰어 넘어야 할 것이고, 플라톤의 책은 <국가>만 소장하고 있는데, 파이톤과 변론도 구입해야겠다.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아직 책을 읽을 수 있는 건강이 있고, 책을 살 수 있는 재정적인 여력도 있고, 시간도 틈틈이 낼 수 있으니 말이다. 이게 행복이 아니고 무엇일까?





목차

1월, 나는 작은 수첩을 만들었다 ● 21

1권 벤저민 프랭클린『자서전』| 존 울먼『일기』| 윌리엄 펜『고독의 열매』

2권 플라톤『변론』˙『크리톤』˙『파이돈』| 에픽테토스『어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명상록』

3권 프랜시스 베이컨『수상록』˙『민간 도덕』˙『뉴아틀란티스』| 존 밀턴『아레오파기티카』˙『교육론』| 토마스 브라운『종교의학』

4권 존 밀턴『시 전집』


2월 들고 읽어라 ● 53

5권 랠프 월도 에머슨『에세이 선집』˙『영국인의 특성』

6권 로버트 번스『시와 시가』

7권 성 아우구스티누스『고백록』, 토마스 아 켐피스『그리스도를 본받아』

8권 아이스퀼로스『아가멤논』˙『제주를 바치는 여인들』˙『자비의 여신들』˙『결박된 프로메테우스』| 소포클레스『오이디푸스왕』˙『안티고네』| 에우리피데스『히폴리토스』˙『주신 바커스의 시녀들』| 아리스토파네스『개구리들』


3월 언어를 통해 알았던 것이 아니다 ● 79

9권 키케로『우정에 대하여』˙『노년에 대하여』˙『서한집』| 소(小)플리니우스『서한집』

10권 애덤 스미스『국부론』

11권 찰스 다윈『종의 기원』

12권 플루타르코스『영웅전』


4월 맘브리노의 투구를 써라 ● 103

13권 베르길리우스『아이네이스』

14권 미겔 데 세르반테스『돈키호테』

15권 존 버니언『천로역정』| 아이작 월튼『존 던과 조지 허버트의 생애』

16권『천일야화』


5월 공기의 아이들과 함께 올라가다 ● 131

17권 이솝『이솝 우화』| 그림 형제『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옛날 이야기』|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안데르센 동화』

18권 존 드라이든『지상의 사랑』| 리처드 셰리든『스캔들 학교』|올리버 골드스미스『지는 것이 이기는 것』| 퍼시 비시 셸리『첸치 일가』| 로버트 브라우닝『오명』| 바이런『맨프레드』


6월 이전과 다름없이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 151

19권 괴테『파우스트』1부˙『에그몬트』˙『헤르만과 도로테아』| 크리스토퍼 말로『포스터스 박사의 비극』

20권 단테『신곡』

21권 알레산드로 만초니『 약혼자』


7월 삶이 충분히 즐거운가 ● 169

22권 호메로스『오디세이아』

23권 리처드 헨리 데이너『2년 동안의 선원 생활』

24권 에드먼드 버크『취향에 대하여』˙『숭고와 미에 대하여』˙『프랑스 혁명론』˙『어느 귀족에게 보내는 편지』

25권 존 스튜어트 밀『자서전』˙『자유론』| 토마스 칼라일『성격에 대하여』˙『에든버러 대학 학장 취임사』˙『월터 스콧 경』

26권 페드라 칼데론 데 라 바르카『인생은 꿈』| 피에르 코르네유『바르왹트』| 장 라신『페드르』| 몰리에르『타르튀프』| 레싱『미나 폰 바른헬름』| 프리드리히 폰 실러『빌헬름 텔』


8월 풀밭으로 나가라 ● 199

27권『영국 에세이 편: 시드니에서 매콜리까지』

28권『영미 에세이 선집』


9월 우리는 아테네인이 아니라 세계 시민이다 ● 211

29권 찰스 다윈『비글호 항해기』

30권『과학 논문 선집』

31권 벤베누토 첼리니『자서전』

32권『문학 및 철학 에세이 선집』

33권『항해기와 여행기』

34권 르네 데카르트『방법 서설』| 볼테르『영국인에 관한 편지』| 장 자크 루소『인간 불평등 기원론』˙『사부아 지방 보좌신부의 신앙 고백』| 토마스 홉스『리바이어선』1부 인간론


10월 내 아들과 스승의 아들에게만 전한다 ● 237

35권 장 프루아사르『연대기』| 토마스 맬러리『성배』| 윌리엄 해리슨『엘리자베스 시대 영국에 대하여』

36권 니콜로 마키아벨리『군주론』| 윌리엄 로퍼『토마스 모어 전기』| 토마스 모어『유토피아』| 마르틴 루터「95개조 반박문」˙「기독교인 귀족에게 보내는 글」˙「기독교인의 자유에 대하여」

37권 존 로크『교육론』| 조지 버클리『힐라스와 필로누스가 회의론자와 무신론자에 반대하여 나누는 세 대화』| 데이비드 흄『인간 이해력 탐구』

38권「히포크라테스 선서」| 앙브루아즈 파레『다양한 곳으로의 여행』| 윌리엄 하비『동물의 심장과 혈액 운동에 대하여』| 에드워드 제너『천연두 예방 접종에 관한 세 원전』| 올리버 웬들 홈스『산

욕열의 전염성』| 조지 프리스터『외과 수술시 소독법에 대하여』| 루이 파스퇴르의 과학 논문| 찰스 라이엘의 과학 논문

39권 서문집

40권『영국 시1: 초서에서 그레이까지』


11월 지금 이 순간에 미래의 양식이 있다 ● 263

41권『영국 시2: 콜린스에서 피츠제럴드까지』

42권『영국 시3: 테니슨에서 휘트먼까지』

43권『미국 역사 문헌 1000~1904년』

44권『논어』|「욥」˙「시편」˙「전도서」˙「누가복음」˙「사도행전」

45권「고린도 전서˙고린도 후서」| 『불교 법전』| 『바가바드기타』|『코란』


12월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 ● 291

46권 크리스토퍼 말로『에드워드 2세』| 윌리엄 셰익스피어『햄릿』˙『리어왕』˙『맥베스』˙『템페스트』

47권 토마스 데커『구두장이의 휴일』| 벤 존슨『연금술사』| 보몬트와 플레처『필래스터』| 필립 매신저『묵은 빚을 갚는 새로운 방법』

48권 블레즈 파스칼『팡세』˙『서한집』

49권『베오울프』|『 롤랑의 노래』|『 다 데르가 호스텔에서의 죽음』|『 볼숭과 니벨룽 이야기』

51권『하버드 클래식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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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2-25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버드 인문학 서재>와 같은 고전목록을 소개하는 책을 읽으면 일단 목록을 확인하고 난 뒤에 관심 있는 고전을 언급한 내용 위주만 골라서 읽습니다. 굳이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하게 정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읽고 싶은 고전을 소개한 내용만 발췌해서 읽는다면 다른 독자가 <하버드 인문학 서재>에 평점 1점을 줘도 전 이 책을 좋게 보고 싶어요. 단, 저자가 고전을 이해하는 생각에 균형적인 시각이 결여되어 있다거나 왜곡되어 있으면 비판적인 시선을 보낼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낭만인생 2015-02-25 18:58   좋아요 0 | URL
독자마다 생각이 달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필독서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책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