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도서관에서 절대 빌려서는 안 되는 책들
어제부터 위기철의 <이야기가 노는 법>을 읽고 있다. 부제가 [동화를 쓰려는 분들께]로 달려 있는데, 동화 작가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선배의 조언쯤 될 것이다. 아내와 함께 마트에 들렀다가 아내가 장보는 사이 나는 마트 옆에 있는 서점에서 찾아낸 책이다. 이 책을 사고 싶은 생각이 없었지만 '위기철'이란 저자의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나의 손에 어느 새 책이 들려 있었다. 위기철이란 이름은 아이들을 위해 샀던 <아홉 살 인생>을 읽으면서 알게 된 작가이다. 이 책 말고도 많은 어린이 동화와 위인전을 집필했는데 글이 재미있다. 톡톡 튀는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문장이 결코 가볍지 않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이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무난한, 아니 감동이 되는 그런 책이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가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하지 않던가. <아홉 살 인생>은 어른을 위한 책은 아니지만 어른이 읽어도 동일한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위기철 키워드로 검색하니 정말 많은 책이 검색된다.
<이야기가 노는 법>은 저자인 위기철이 계간지인 [창비 어린이]에 '동화를 쓰려는 분들께'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 책으로 펴낸 것이다. 지금까지 읽은 많은 책들 중에서 상당히 솔직하고 호소력이 있다.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작가의 환상도 버리라고 말하고, 글쓰기로 돈 벌기도 역시 힘들다고 말한다. 또한 폐인처럼 보이는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일려 준다. 이런 말까지 한다.
"문예진흥원에 동냥 오는 3대 거지가 글쟁이, 환쟁이, 극쟁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떠돌 정도니까요. 그러나 작가가 되겠다고 작심한 순간부터 생활고는 각오하셔야 합니다." 24쪽
뭐 이런 정도다. 아마도 작가라는 멋진? 꿈을 꾸는 분들이 있다면 이 정도는 알고 덤벼야 하지 않을 성 싶다. 그렇다고 비관적인 이야기만 늘어놓는 것이 아니다. 글쓰기 방법도 솔직 담백하게 알려 주니 꽤쓸만한 책이다. 첫 부분에서 언급한 무조건 '많이 읽고 많이 써라'는 어디서나 통하는 말이 아니던가. 또한 야구 선수가 야구 선수의 몸을 만들듯 작가는 '작가의 몸'을 만들어야 한다고 일러 준다. 작가의 몸은 다른 것이 아니라 꾸준한 글쓰기 연습과 훈련이다.
이런 좋은 책은 도서관에서 절대 빌리면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다. 나는 책을 빌려서 읽지 않는다. 한 때 호주머니 사정도 어렵고 넘쳐나는 책 때문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읽은 적이 있다. 어떻게 한 달에 열 권이 상을 매달 산단 말인가. 이런저런 이유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니 몇 가지의 문제가 발생했다.
하나는 줄을 칠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책을 읽으면 줄을 치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중고 책은 절대 팔지 못한다. 좋은 문장, 중요한 문장, 공감이 되는 문장 등이 보이면 어김없이 줄을 친다. 이러니 도서관에서 빌려오면 얼마나 답답한지 이루 말할 수 없다. 책을 읽고 대개 서평을 쓰거나 정리하는 습관이 있는 데 줄을 긋지 않으면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이 어찌 답답하지 않겠는가.
둘째는 대출 기간이다.
대개 도서관에서 빌리면 10일부터 14일 정도다. 한 번 가면 3.4권을 빌려 오는데 맘 잡고 읽으면 일어 낼 수 있지만 바쁜 일이 겹치면 한 권도 읽지 못하고 반납하기 일쑤다. 돌려줄 때는 맘이 얼만 쓰린지…….
셋째는 반납과 동시에 책 속에 깃든 영혼이 사라진다.
예전에 도서관에 빌려서 큰 감동을 받은 책이 몇 권 있다. <종이책 읽기를 권함>과 <천천히 읽기를 권함> <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이란 책은 도서관에서 빌린 것을 후회한 책이다. 읽을 때 줄도 치지 못했지만, 그 때 받은 감흥을 반납하면서 빼앗겼기 때문이다. 아직도 <천천히 읽기를 권함>을 사지 못하고 있는데, 한 번 기회를 놓치고 나니 서글픈 마음만 들지 손에 책이 잡히지 않는다. 특히 니나 상코비치의 <혼자 책 읽는 시간>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도서관에 반납하고 그 즉시 새 책을 구입했다. 아직도 이 책은 깨끗하게 책꽂이에 있다. 그러나 처음 읽었던 책이 아니다. 그 책에는 나의 손때가 없다. 다시 읽는다면 다르겠지만 이상하게 새 책을 다시 집으니 읽혀지지 않는다. 그 후로 나는 생각했다. 다시는 도서관에서 빌려 읽지 않으리라고.
그저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