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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짓 - 최악의 의사결정을 반복하는 한국의 관료들
최동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그들왜 바보가 되었는가?
무능한 조직, 일하고 싶은 마음이 뚝 떨어지는 조직의 특징이 몇 가지 있다. 그것은 사람이 배제된 결과 중심의 조직이다. 수단이 결여되고 목적만이 숭배 받는 조직이다. 그런 조직, 회사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곳에 머물 뿐이다. 효율적인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중심의 조직 되어야 한다. 그 다음이 효율이고 결과이다. 부하를 믿지 못하고, 상사를 존경하지 못하는 조직은 이미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다.
신뢰하지 못하는 조직의 가장 큰 특징의 중의 하나는, 사고가 일어나가 전까지는 아무도 관심을 쓰지 않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희생양을 찾아 모든 죄를 뒤집어 씌우는 것이다. 희생양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일을 잘하고 직원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직원인 경우가 많다. 부패하고 무능한 조직일수록 희생양 찾기와 마녀사냥에 집착한다. 그렇다면 최고의 조직을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참고할만한 책을 한 권 소개 한다. 저자인 최동석은 독일 기센대학교에서 경영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은행에서 20년간 일한 후 2001년부터는 여러 조직에서 경영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저자는 현장에서 경험하고 조직을 컨설팅하면서 배고 배운 것들을 통해 가장 효율적인 조직이 무엇인가를 고민해 왔다. 그는 책을 시작하면서 조직은 조직이 아닌 ‘사람’이라고 말한다.
“조직은 몇 가지 제도를 바꾼다고 해서 변화되지 않습니다. 구성원들의 정신적 토대가 바뀌었을 때 비로소 조직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중장기적으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구성원들의 인간과 조직에 대한 태도가 근본적으로 변화되어야 합니다.”(8쪽)
조직은 결국 사람이다. 사람이 변화야 조직도 변한다. 사람이 변한다는 말은 곧 인식이 변한다는 말이다.
그럼 저자가 말하는 사람의 변화는 무엇일까? 저자는 특이하게도 우리나라 관료등의 무능을 '일본식 군국주의 문화'에서 찾는다.(10쪽) 일본식 군국주의는 독재 정권과 군사 독재와 미국식 자본주의 영향으로 강화되어 무능한 관료주의를 낳게 되었다. 저자는 다음의 세 가지를 다룬다.
첫째, 착취의 패러다임을 벗어나 서로 협력과 상호 부조하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산업사회에서 통용되선 각종 제도적 장치를 버리고 새로운 시대적 제도를 만련해야 한다.
셋째, 미봉책이 아닌 '생각하는 힘'을 길러내야 한다.
결국 상명하달식의 군대식 조직이 아닌 서로 협력하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민주적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과연 맞는 말이다. 현대는 더이상 혼자만의 지식으로 살아갈 수 없는 복잡하고 다양한 시대가 되었다. 우리 민족만이 최고이니 다른 민족을 사라져야한다는 식의 '제노사이드'의 무서운 편견을 버려야 한다.
그럼 어떻게 바꿀까? 몇 가지 방법을 추려 보았다.
1.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
우리나라 속담이다. 자식은 부모를 보고 배운다.(43쪽) 부전자전(父傳子傳)이란 말은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다. 자식을 들을 부모가 하는 말, 행동, 사회성 등을 닮는다. 심지어 자존감까지도 닮는다고 한다. 조직에서 마찬가지다. 상관을 보고 부하가 따라 한다. 상관이 청렴하면 부하도 청렴하다. 상관이 부패하면 부하도 부패해 진다. 보이지 않는 리더의 영향력이 모든 팔로우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삼풍백화점이 일어났을 때 공사판마다 ‘부실공사 추방’ ‘혼을 담은 시공’ ‘성실 시공’이란 입 발린 구호가 난무했다.(47쪽) 그러나 이번 세월호 사건을 그것들이 쇼에 불과하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구호가 아닌 행동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결코 조직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 먼저 리더가 바꿔라.
2. 깨진 거울로 얼굴을 보지 마라.
문화는 거울이다. 조직의 문화가 어떻게 만들어 지느냐에 따라 조직원들은 그 안에서 자신을 보고 판단한다. 그러나 먼저 조직의 문화를 만드는 것은 그 조직의 리더와 조직원들이다. 저자는 이점을 주의하면서 ‘인간은 문화를 창조하지만 문화는 다시 인간을 주조 한다’(143쪽)고 말한다. 세월호를 통해 드러나 우리나라 관료들의 어리석음은 세월호의 책임을 청해진 해운과 유병언에게 떠넘긴다는 것이다. 세월호가 침몰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먼저 관료들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떠넘기기식의 무사안일의 행정이야말로 국민들을 참담하게 한다. 이것이 바로 무능한 관료들이 보는 거울이다.
3. 서로 합의하라.
일본식 군국주의는 한 사람이 명령하고 나머지 부하들이 따르는 방식이다. 그곳에는 합의도 토론도 창조적 아이디어 개진도 없다. 오직 복종만이 존재할 뿐이다. 저자는 우리나라는 부패하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를 ‘품의제도(稟議制度)’라고 한다.(197쪽) 품의제도는 혁신 적인 조건을 정면으로 배치하는 제도이다. 일본에서 시작된 품의제도는 이런 것이다.
장관이 부하에게 어떤 명령을 내리면 부하는 다시 자신의 직속부하에게 동일한 명령을 내린다. 마지막 말단 직원에게까지 그 명령이 내려간다. 말단 직원은 명령을 받고 실행문을 만든다. 이 기안을 품의서(稟議書)라고 한다. 그 기안을 가지고 상관에게 ‘어찌 하오리까’ 문의한다. 상관은 읽고 맘에 들지 않으면 되돌려 보낸다. 부하는 상관이 고쳐준 대로 다시 작성해 올린다. 이것을 결재(決裁)라고 한다.
품의서로 움직이는 조직은 합리적 의사결정이 불가능하고, 조직의 폐쇄성을 강화하고, 결과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게 된다. 또한 전문성을 키울 수도 없어 언제나 전전긍긍하기 마련이다. 올바른 조직은 서로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합의를 이루어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어째보면 간단하고 명료하다. 그러나 이렇게 바꾸기는 결코 쉽지 않다. 이 책은 우리나라가 가진 치명적인 실수들이 어디서 왔고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 것인지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나도 개인적으로 작은 조직의 한 리더로서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품의서가 가진 상징적인 의미를 통해 효율적인 조직의 특징은 일이 아닌 사람에게 있음을 다시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