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추천하는 책



분명 서평이다. 그런데 아주 특이하다. 서정적이고 낭만이 있다. 때론 흠칫 놀라게 한다. 길어야 서너 쪽에 불과한 한 책의 이야기가 단편극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서평 처음이다. 그리고 여성, 아니 엄마라는 단 하나의 주제로 50권의 책을 엮었다는 점도 참신하다. 부제는 이 책의 전체를 조망한다.

 

"대한민국에서 엄마로 살아가는 고단하고 외로운 당신을 위한 독서 처방전"

 

결국 힐링독서가 된다. 책을 통해 쉼을 얻고, 길을 찾고, 인생을 밝힌다. 프롤로그의 제목을 '엄마의 신화를 기다리며'로 정했는데 의외다. '엄마의 신화를 벗기며'가 아닐까. 역행하는 듯한 제목의 목적이 마지막 문장에서 드러난다.


"대한민국의 엄마들이여, 이 책을 읽으면 그대들만의 신화를 만들어가기를"


그랬다. 엄마의 반란이거나, 그들만의 도전의 신화를 만들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제목이 정당하다.

 

엄마는 외롭고, 엄마는 힘들고, 엄마는 화가 난다. 엄마는 자유를 원한다. 엄마는 사람이다. 그래서 엄마는 행복할 권리도 있다. 남편과 가족에게 종속된 엄마가 아닌 한 인격체로서의 엄마를 바라보아야 한다. 이 책을 그렇게 되기를 원한다. 엄마를 벗어나지 말라는 당부도 있지만, 엄마로만 남기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엄마가 행복해지는 지도를 만들고 싶었다. 나침반이 방향을 알려주는 지도보다 마음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공감하는 길, 두 팔을 활짝 벌리면 살짝 스쳐지나가는 바람이 있는 길을 알려주는 지도를 만들고 싶었다. 이 책은 그 길을 먼저 걸어간 여성들이 만든 지도다."(10)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12쇄 본으로 20121010일 판이다. 그런데 알라딘에 들어가니 세일즈 포인트가 고작 196이다. 세일즈 포인트만으로 그 책을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만큼 관심이 적다는 뜻이기도 하다. 엄격한 의미에서 이 책은 서평이면서 일반 비평적 서평이 아니다. 공저자의 주장대로 '공감'을 위한 서평이다. 필자와 책의 내용이 모호한 경계를 이루고 있다. 책의 내용인지 서평자의 이야기인지 구분하기가 힘든 곳이 여러 곳이다.

 

"주님등록증 발급 신청을 위해 주민등록등본을 떼었을 때, 낯선 단어들이 그 안에 있는 것을 알았다. 지금까지 알지 못했지만, 결혼 이후부터 존재했던 단어들이다. 바로, 내 남편의 본적이었다. 그곳에는 나의 지난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는 도대체 어디 있는 것인가? 언제부터 내 이름 석 자는 작디작은 주민등록증 안에만 있고, 나는 누구의 엄마로, 누구의 아내로만 살고 있는 것일까?"(17)

 

이 글은 김형경의 [사람풍경] 김성리의 서평의 일부분이다. 김형경이 궁금해진다. 찾아보니 책이 여럿이다. 에세이를 유난히 좋아하는 나에게 멋진 읽을 거리를 줄 것 같다. 
















2부에서는 '인생이라는 강을 건너는 법'이란 거창한 제목을 달았다. 이곳에서는 에릭 와이너의 [행복의 지도]와 앤 타일어의 [우연한 여행자] 최호철의 [을지로 순환선] 등이 소개된다. 다시 김성리의 글로 돌아가 보자. 에릭 와이너의 [행복의지도]를 풀어내면서 이렇게 적고 있다.

 

"태생적으로 역마살을 타고난 남자가 행복 탐색을 위해 열개의 나라를 여행한 후 책을 냈다. 그 책, [행복의 지도]에서 이 남자는 말한다.


행복을 찾는 것이 불행의 중요 원인 중 하나이긴 하지만, 그건 괜찮다. 난 이미 불행하니까.

그래서 행복을 찾지 못한다 하더라도 밑져야 본전인 셈이다. 이 남자가 행복을 찾아가기 위해 보는 지도의 이름은 '남들 따라 하지 않기'. 그 지도대로 행복 탐험을 떠났고, 그의 지도에는 다음과 같은 지명이 첨가 되어 있다."

여행은 언제나 제자리다. 왜냐고? 돌아갈 집이 없다면 여행은 배회가 되고 저주이다. 결국 [행복의 지도]의 주인공은 집으로 돌아오고 아내와 아이들에게서 행복을 발견한다. 김성리는 이렇게 말한다.

 

"불행하게도 다수의 따라쟁이들은 오늘도 행복을 옆에 두고 먼 곳을 배회하고 있다."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행복을 곁에 두고 늘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나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행복의 원천인 아내, 즉 이 책의 주제인 엄마들이 아니던가. 그러니 엄마들이여 용기를 내시라. 그대들이 있기에 대한민국은 행복한 법이니!

 

이 책에서 알려주는 엄마들이 읽으면 좋은 책 몇 권을 담아 본다.

 

사람풍경, 엄마의 마흔 번째 생일, 행복의 지도, 아내와 함께한 마지막 열흘, 말더듬이 선생님, 책 읽는 뇌, 내 이름은 호프, 불량한 엄마, 가족의 재탄생, 그리고다른 세상의 아이과 빼앗긴 미래 들을 추천한다.

 

































제리미 시브록의 [다른 세상의 아이들]에 대한 구정은의 첫 문장이다.

"지금 이 순간, 지구촌 어디인가에서는 수천만 명의 어린이들이 농장과 탄광, 공장 등에서 착취적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다. 노예제가 폐지된 후 가장 빠르게 노예로 흡수된 계층이 바로 어린이였다."


그럼 즐라타 필리포빅. 멜라니 챌린저의 [빼앗긴 내일]은 어떤가. 이 책 역시 전쟁으로 인해 내일을 빼앗긴 어린이들의 이야기다. 아니 저자가 어린이들이다. 이스라엘, 팔레스틴 등 전쟁의 포화 속에서 내일을 잃은 어린아이들이 쓴 일기를 모은 것이다. 눈물이 나오고 짠한 마음을 거둘 수 없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물선 2014-12-07 09: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일즈포인트가 그런척도로 보는거네요.

낭만인생 2014-12-07 13:12   좋아요 2 | URL
정확하지는 않지만 참고는 할 수 있는 지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