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교수를 읽다


제목만 거창하다. 나는 아직까지 신영복교수를 잘 모른다. 다만 성공회대학 교수며,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20년 20일을 복역하다 출소했다는 것 밖에는. 그러니 신영복 교수를 읽다는 표현은 과장된 것임에 틀림 없다. 다만 그를 읽고 싶은 마음에서 제목을 그리 정해본 것이다. 현실보다 꿈에 가깝다.


지금까지 읽는 책은 단 세권. 동양 고전을 소개한 [강의], 감옥에서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 묶음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어행에세이라고 하기에는 뭐한 [나무야나무야]다. 그중에서 단연코 최고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다. 고뇌로 가득찬 삶이었음에도 들풀처럼 싱싱하기 그지없는 그의 내면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저자 자신은 검열로 인해 더이상 사적인 이야기로 풀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절제와 상징들이 가득하다. 감추지 않았지만 은익되었고, 공개했지만 아직 쓰이지 않는 생각의 여백이 가득하다. 한 편의 산수화를 보는 듯 하다.















[강의]는 중국 고전에 잔뜩 심취해 있을 때 사서 읽었다. 논어, 맹자, 도덕경, 묵자, 순자, 손자병법, 등등... 깊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었던 책들이다. 6개월을 지나면서 수 십권의 중국 고전과 고전을 소개한 책들을 집어 삼키면서 나름대로 가닥을 잡았다. 중국 고전에도 보수가 있고, 진보가 엄연히 존재하다는 것도 알았다. 논어나 맹자는 보수고, 묵자는 진보에 해당된다. 외에는 동양의 마키아벨리로 불리는 [한비자]도 재미있었다. 한비자를 읽었으나 거슬러 올라가 그의 스승은 [순자]도 읽어야 했다. 중국 사상도 얽히고 설혀있다. 모든 문화와 사상에는 보수와 진보는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러다 읽게 된 것이다. 신영복교수의 [강의]다. 지금까지 어설프게 알고 지내던 것들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다. 















[나무야나무야]는 뭔가 어설프고 부족한 느낌이다. 다른 분들의 글에 비하면 탁월하지만, 신영복을 갖다 붙이기엔 왠지 어색했다. 스스로 밝혔지만 덜 발효된 느낌의 글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좋았다. 마음껏 사유하고 상상할 수 있게 했으니 그만하면 되지 않는가.


아직 신영복 교수는 낯설다. 몇 권의 책으로 그분의 삶과 사상을 감 잡기에는 이르다. 검색해 보니 신영복 교수의 책이 아직 많다. 제목을 보니 [변방을 찾아서]가 가장 읽고 싶다. [처음처럼]도 깊은 맛이 날 듯하다.  신영복 교수의 글은 여백이 많다. 꽉찬 여백! 아이러니한 비움이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건져올린 문장 몇 개를 적어 본다.


"8호 총원들은 대개 세면시간까지 다시 취침을 하시는 것이 보통이다. 나는 이 시간에 책을 읽는다. 요즈음은 충무공의 [난중일기]를 읽는다. 읽을 만한 책이 귀하여 읽는다기보다 거의 외우다시피 읽고 또 읽는다."(51쪽)


"수인들은 늘 벽을 만납니다. 통근길의 시민이 STOP를 만나듯, 사슴이 엽사를 만나듯, 수인들은 징역의 도청에서 늘 벽을 만나고 있습니다. 가련한 자유의 시간인 꿈속에서마저 벽을 만나고 마는 것입니다. 무수한 벽과 벽 사이, 운신도 어려운 각진 공간에서 우리는 부단히 사고의 벽을 헐고자 합니다. 생각의 지붕을 벗고자 합니다. 흉회쇄락, 광풍제월. 그리하여 이윽고, '광야의 목소리'를, 달처럼 둥근 마음을 기르고 싶은 것입니다."(91쪽)


"사랑은 분별이기 때문에 맹목적이지 않으며, 사랑은 희생이기 때문에 무한할 수도 없습니다."(256쪽)


아직 건져 올릴 문장이 많다. 한정된 이 곳에 담아 내기에 역부족이다. 이 글은 읽는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감옥으로부터의사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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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3-11-07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선가 엽서라는 책을 강추한것을 보았어요. 절판된 책인줄 알았는데 여전히 나오는군요^^

낭만인생 2013-11-07 16:12   좋아요 0 | URL
댓글 감사합니다. 신영복 교수님은 책도 그림도 서예도 전문가라 사도 후회하지 않을 책만 출간하시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