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나무가 그토록 오래 산 이유가 있다면...


무위를 주장했던 장자, 어쩌면 노자보다 더욱 자연스러움을 주장했는지도 모른다. 그의 처세술 가운데 하나는 아무 것도 드러내지 않고, 아무 쓸모도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득도?하여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공자의 덕와 너무 다른 주장이다. 진정한 자유란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음이다. 장자 내편의 4편인 인간세의 13번째 이야기는 수천년 동안 잘리지 않고 신목으로 자리잡은 나무에 대한 이야기다. 오랫동안 아무 해를 받지 않고 살아 남기를 원한다면 누구에게도 눈에 띄어서는 안되고, 누구의 필요에 대해서도 무용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말해준다. 한 번 들어보자.


제 4편 인간세

 

13

장석(匠石)이 제(齊) 나라로 가다가 곡원이란 곳에 이르러 사당의 신목(神木)으로 심어져 있는 참나무를 보았다. 그 크기가 수천 마리의 소를 뒤덮을 만하였고, 그 둘레는 백 아름ㅁ이나 되었으며, 그 높이는 산을 내려다볼 정도이고, 열 길이나 되는 곳에서부터 가지가 나와있었다. 그것도 배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것이 수십 개나 되었다. 구경꾼들은 장터처럼 모여 있었다. 장석은 돌아다 보지도 않고 멈추는 일도 없이 지나쳐 버렸다. 제자들을 실컷 그것을 구경하고 나서 장석에게 달려가 말했다.

 

“제가 도끼를 손에 들고 선생님을 따라다닌 뒤로 이처럼 훌륭한 재목을 본 일이 없습니다. 선생님께선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대로 지나쳐 버리시니 어찌된 일입니까?”

“아서라, 그런 말 말아라. 쓸모 없는 나무다. 그것으로 배를 만들면 가라앉고, 관을 만들면 곧 썩어 버리며, 그릇을 만들면 곧 깨져 버리고, 문을 만들면 나무진이 흐르며, 기둥을 만들면 좀이 슬어 버린다. 쓸 만한 곳이 없어서 그처럼 오래 살 수 있는 것이다.”



원문

匠石之齊,至于曲轅,見櫟社樹。其大蔽牛,絜之百圍,其 高臨山十仞而后有枝,其可以舟者旁十數。觀者如市,匠伯不顧,遂行不輟。弟子厭觀之,走及匠石,
曰:‘自吾執斧斤以隨夫子,未嘗見材如此其美也。先生不肯 視,行不輟,何邪?”
曰:“已矣,勿言之矣!散木也。以為舟則沉,以為棺槨則速腐,以為器則速毀,以為門戶則液樠,以為柱則蠹,是不材之木也。無所可用,故能若是之壽。


경쟁적이고 적자생존의 피비린내나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아무 쓸모 없는 존재가 되어야 오래 살아남다는 역설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그러나 찬찬히 곱씹어 보면 진정한 승자는 아무 것도 가지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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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12-03-07 2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자를 교양철학으로 신청했다가 학점 망한적이 있습죠 ㅠ.ㅠ
당시에 도대체가 이해가 안가는거에요..

아니,
'봉황이 한 번 날개짖을 하면 9만리 상공을 오르고
다시 한 번 더 날개짖을 하면 9만리를 날아간다...'고 말씀하셨는데...
이게 어디 말이나 되는 말이어야지요 ㅠ.ㅠ

그래서 답지에 이렇게 썻죠.
장자선생님은 과장이 심하시다...

이렇게 섰는데 학점이 나올리가 있습니까요?
재수강 안한 것이 그나마 다행인 줄 알라는...
여하튼 대학 4년동안 최악의 학점을 장자선생님께서 주신거죠
그래서 조기 바로 위 왼쪽 장자를
사서 읽었지 멉니까요.
지금은 장자를 과장이 심하신 분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요 ㅠ.ㅠ

낭만인생 2012-03-08 18:24   좋아요 1 | URL
장자는 이해하기 힘든 분이죠. 요즘은 한자를 조금씩 공부하면서 원문도 함께 읽으니 재미도 더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다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구요. 아직 문법까지 나가려면 한 참 먼 것 같습니다. 장자에 비해 맹자는 훨씬 수월하게 다가오지 않는가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