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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 이어령 바이블시학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11년 12월
구판절판
이어령, 빵만으로 살 수 없다? 정말이다.
이어령씨가 기독교인이 되면서 많은 변화들이 일어났다. 한국 지성인의 대변가로 알려진 이어령씨의 회심은 많은 이들로 하여금 기독교에 대한 생각을 조금이나마 정리하도록 만들어 주었다. 기독교 안에서도 이어령씨의 회심을 통해 성장에 대한 어설픈 조바심에서 벗이나 좀더 깊이있고 묵상적인 삶으로 선회하도록 도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완성된 문장이 아니다. '그럼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요구한다. 미완성의 글인 것이다. 그런데 왜 한글성경처럼 '떡'이라고 하지 않고 '빵'이라고 했을까? 자뭇 궁금해진다. 저자는 바로 이것이 이책을 쓰게 된 이유라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떡이나 밥이 아닌 빵이어야 하는 이유는 빵이야 말로 우리 삶에 가까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즉 2천년의 기나긴 장벽을 넘어 지금 우리의 이야기로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기야 옛날 사람들이야 떡이나 밥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현대의 젊은이들은 밥보다는 빵이 더욱 친근하다.
이 책은 모두 21한개의 주제로 나눠져있다. 한 장 한 장마다 시적유희가 가득하고 언어의 매력을 품어내고 있다. 신학에서 ㄴ을 빼고나면 시학이 되는 것처럼 한끗의 차이는 작으면서도 크다. 신학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신학자를 능가하는 그의 통찰력과 지적 능력은 읽는 이들로 하여금 기독교의 지적 욕망을 불러 일으킨다. 실제로 구약의 2/3가 시로 되어 있다는 것을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은 알고 있다. 그러나 시로된 설교는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이것 또한 아이러니다. 그러니 시적 의미를 알지 못하는 성경이해는 앙코없는 찐방처럼 답답하기까지 하다. 이어령씨의 능력을 바로 이곳에서 출발한다. 히브리어와 헬라어로 기록된 분별력있는 시어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풍경화로 그려준다.
포도밭에서 일할 때
포도는 잡초도 자라지 않는 척박한 땅에서
자란다고 하더라
그 목마음이 얼마나 타올랐기에
물을 찾는 뿌리가 수십 척 땅속
암반수에 이른다고 하더라
...
그분이 목말라할 때 신 포도주가 되지 않도록
사람들은 새벽에 일언 포도를 딴다 하더라
알알이 소망의 빛이 배인 포도송이를 따다 술을 빚고
말한다고 하더라
...
시인은 자신을 죽이지 않고는 글을 쓸 수 없다.
목사도 자신을 죽이지 않고는 살릴 수 없다.
한국교회가 왜 욕을 먹는가? 자신을 죽이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희생을 요구하기 때문은 아니겠는가, 자신의 배는 채우면서 남의 배를 채워주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이제 한국교회는 시인이 되어야 한다. 목사도, 교인들도 고통과 광야의 목마름 속에서 실존적 의미들을 찾아야 한다. 자신을 죽이지 않고 어떻게 남을 살린다는 말인가! 예수의 십자가는 자기를 죽이고 남을 살리는 모범이 아니던가, 그 덕에 살아난 죄인들이 남을 죽이고 자기만을 살리니 이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닌가!
아! 목사들이여 시인 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