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프레데터 2 - Predator 2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프레데터를 본 뒤 그 감동은 완전히 내 안에 틀어박혀 좀처럼 나올 줄 몰랐다. 그 감동을 간직한 채 '프레데터 2'를 봤다. 그 감동이 영향을 줘서 그런지, 아니면 내가 영화를 제대로 볼 줄 몰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다지 좋지 않은 평점과 상관없이 매우 재미있게 봤다. 아놀드 슈왈츠 제네거 대신 대니 글로버가 정글이 아닌 도시에서 더욱 강력해진 프레데터와 맞선다.
그러나 확실히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프레데터가 1편에서는 정글에 나타났다가 2편에서는 왜 도시에 나타났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훗날 '에이리언 대 프레데터'에서 얻은 지식으로 얼개를 끼워맞춰 봤다. 일단 어린 프레데터가 전사 자격이 있는지 시험하려고, 프레데터 무리가 지구에 와서 어린 프레데터에게 인류를 사냥도록 시켰다는 가정이 나왔다. 그러나 여전히 뭔가 맞지 않았다. 프레데터에 관해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동원해도 마찬가지였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이런 엉성한 구성은 이 영화가 평점을 제대로 못 받는 한 가지 원인이었다.
하긴 그런 지식이 '프레데터 2'가 개봉한 1990년에서 14년이나 지난 2004년에야 '에이리언 대 프레데터'가 나왔으니, 억지로 이것저것 끼워맞춰 보려고 해도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프레데터 3'가 나온다니 어쩐다니 하면서 말만 많고 소문만 무성했지, 정작 '프레데터 2'를 찍은 스티븐 홉킨스 감독은 속편을 만들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 같다. 14년 뒤에 그런 영화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이나 하고 있었을까. 영화를 만든 감독들 사이에 정보와 지식을 나눠서 협력했더라면, 아주 그럴듯한 공상 소설 한 편이 나올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에이리언과 프레데터라는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외계인을 소재로 한 공상 소설 말이다.
어쨌든 1편에서는 처음에 더치(아놀드 슈왈츠 제네거)가 이끄는 특수부대원들이 게릴라와 전투를 벌였듯이, 2편에서는 처음에 해리건(대니 글로버)이 이끄는 강력계 형사들이 무기와 마약을 불법으로 사고 파는 범죄 집단과 심한 총격전을 벌인다. 매일 같이 총격전에 시달리는 해리건은 용감하게 싸우지만 그들을 소탕하지는 못한다.
그런데 범죄 집단 근거지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조용한 것을 이상하게 여기고 건물 안에 들어간 해리건과 경찰들은 몰살당한 범인들을 보고 경악한다. 프레데터가 도시에 나타나 사람들을 사냥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그들은 마약 집단이 왜 몰살당했는지도 모른다.
이상하다고 느끼고 현장 조사를 시작한 해리건은 얼마 뒤 FBI 특수 요원 피터 키즈가 지휘하는 연방기동대에 수사권을 넘기라는 지시를 받는다. 이를 더욱 수상하게 여긴 해리건은 방해를 무릅쓰고 계속 수사한다. 그러면서 피터와 해리건은 심한 갈등을 빚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현장을 조사하던 대니가 이상한 물체를 발견하는데, 그 순간 이상한 괴물이 대니를 공격해 무참히 죽인다. 그 때문에 피터는 해리건을 강하게 윽박지르고, 해리건은 상부 지시를 무시했다가 인명 피해를 잃었다고 경고를 받는다. 그러나 15년 동안 같이 일한 동료를 잃은 해리건은, 반드시 자기 손으로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다짐하고 계속 그 사건에 매달린다.
해리건은 대니가 주웠던 물체를 과학수사대에 넘겨 조사를 부탁한다. 얼마 뒤 그 물체는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원소로만 이루어진 외계에서 온 물체라는 놀라운 소식을 듣는다. 해리건은 FBI에서 나온 피터를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부하 제리에게 피터가 어떤 일을 하는지 감시하라고 지시한다. 제리는 부하들과 어디론가 이동하는 피터를 뒤쫓지만 도살장 근처에서 그들을 놓치고 만다.
한편 해리건은 뭔가 단서를 얻으려고 마약왕이며 부두교 교주인 킹 월리를 만난다. 월리는 그가 왔으며 아주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나 아무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해리건은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경찰서로 돌아온 뒤, 월리가 그를 만난 뒤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사건은 갈수록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총격전은 사라졌지만 연일 보도되는 처참한 살인 사건 소식에 시달리기 시작한 해리건은, 범인이 외계인일수도 있다는 결론을 믿을 수 없어서 주저했다. 그러다가 괴물이 얼마 전에 도살장에 갔다는 것을 안 해리건은 제리를 도살장으로 보낸다. 그런데 도살장으로 가려고 전동차에 타고 있던 제리가 괴물에게 습격당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해리건은 현장으로 달려가지만 한 발 늦었다. 제리는 머리뼈와 척추가 뽑힌 끔찍한 시체로 변해 있었고, 괴물은 어디론가 도망쳐 버린다.
괴물이 어디로 갔을지 고심하다가 문득 피터 일행이 사라졌고 괴물이 갔다는 도살장을 떠올린 해리건은 주저하지 않고 그곳으로 간다. 거기에서 그는 첨단 장치를 갖춘 차량 안에 피터 일행이 타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는 해리건에 피터는 놀라운 사실을 밝힌다. FBI는 이미 그 괴물이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으며, 그 존재를 생포하려고 작전을 세웠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지구에 나타난 프레데터는 모두 세 마리이다. 일단 한 놈은 1편에서 더치가 죽였고, 2편에서는 결국 피터가 아닌 해리건이 죽인다. 세 마리라는 말 때문에 나머지 한 마리가 '프레데터 3'로 나타나야 한다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어쨌든 도대체 FBI는 어떻게 프레데터를 알아내고 그놈을 생포할 작전을 세웠는지 밝히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피터는 그것은 밝히지 않고, 도살장 안에 있는 대원들에게 자신만만하게 이것저것 지시를 내린다. 크게 놀란 해리건은 일단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도대체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모르지만, 피터는 프레데터가 적외선를 감지하며 스텔스 기능을 가지고 있따는 것을 알고 있다. 1편에서는 더치가 정글에 무진장 널려 있는 진흙을 온몸에 바르고 프레데터를 속이지만, 2편에서는 최첨단 장비를 갖춘 특수부대다운 방법을 쓴다. 여기에서는 1편과 다르게 프레데터가 몸을 숨기는 장치가 고장나지 않아서 보이지 않는 적을 감지해야 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물론 결국 대원들을 도살할 때는 모습을 드러내기는 하지만 말이다.
적외선이 산란하도록 방사능 먼지를 뿌리는 장치를 도살장 안에 분무기와 함께 설치한다. 이것이 진흙과 같은 효과를 낸다. 그리고 비와 같이 물을 뿌리는 분무기 덕분에 대원들은 흐물거리는 투명한 프레데터를 알아볼 수 있다. 물론 특수부대원들은 방사능 분진과 물을 맞으면 안 되니까, 우주복과 생김새가 비슷한 장비를 입고 어두운 도살장 안에서 볼 수 있게 머리에 전등을 달고 있다. 물론 빛에서 나오는 열을 차단하는 특수한 전등이다. 그리고 프레데터를 덮칠 대단히 질긴 그물도 설치해 놓았다. 어쨌든 나름대로 치밀하게 준비한 그들은, 프레데터 생포 작전을 실시한다.
그러나 그들은 프레데터가 오로지 적외선만 감지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1편에서 더치가 돌아가서 얻어낸 정보를 피터에게 말했다면, 그들은 프레데터에 관하여 몇 가지를 모르고 있는 셈이다. 방사능 분진 때문에 특수부대원들을 제대로 알아볼 수 없게 된 프레데터는, 적외선 모드를 어떤 이상한 모드로 바꾼다. 분명히 모드를 바꾼답시고 팔에 있는 단추를 두들기자 화면이 조금씩 바뀌기는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열을 감지하는 시야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은 엑스레이 스캔 모드라고 하던데, 병원에 가서 볼 수 있는 허연 뼈 사진과 같은 광경이 전혀 없으니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자외선 모드라고 하기에도 뭔가 석연찮고, 가시광선 모드는 분명히 아니다.
어쨌든 그렇게 프레데터는 흩날리는 방사능 분진과 빗방울(?) 속에서 움직이는 대원들을 발견하고, 창(Spear)과 단검으로 하나 둘 처리해 버린다. 부하들이 죽어나가자 피터는 분노하여 프레데터와 싸우러 도살장으로 직접 들어간다. 여기에서 내게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장면이 나온다. 프레데터가 그때까지 선보이지 않았던 칼날이 달린 스마트 디스크(Smart Disc)를 발사한다. 디스크는 한 줄로 매달려 있는 고기를 썰면서 그 줄에 있는 피터를 두 동강낸다.
피터마저 죽고 연방기동대가 전멸하자 해리건은 괴물을 뒤쫓아가며 치열한 접전을 벌인다. 스마트 디스크를 얻은 해리건은 엄청난 완력을 자랑하는 프레데터와도 대등한 싸움을 벌인다. 더치와 같은 우람한 근육을 자랑하는 것도 아닌데, 어쩌면 그렇게 강한 근육을 지닌 프레데터와 힘에서 밀리지 않는지 의심스럽다. 나 같았으면 무기가 정면으로 부딪치는 순간 팔에 심한 충격이 오고 저려서, 다음 공격에 바로 당했을 것이다.
어쨌든 해리건은 프레데터를 괴롭히면서 끝까지 추적한 끝에, LA 시가지 아래에 숨어 있는 프레데터 우주선에 들어간다. 거기에는 프레데터가 우주를 돌아다니면서 사냥한 생명체들이 전리품으로 전시되어 있다. 경악한 해리건을 프레데터가 덮치고 둘은 목숨을 건 마지막 싸움을 벌인다. 결국 해리건이 작정하고 스마트 디스크로 프레데터 배를 후벼파 치명타를 입힌다.
프레데터에게 치명상을 입힌 해리건이 헐떡대고 있는데, 갑자기 주변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프레데터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마 몸을 투명하게 한 뒤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잠시 서로 의논하더니 쓰러진 프레데터를 안으로 데리고 간다. 그리고 프레데터 대장으로 보이는 놈이 놀랍게도 사람 말을 쓴다.
"가져라."
그러면서 무언가 던져준다. 해리건이 봤더니 1800년대에 만들어진 권총이다. 이것은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가? 프레데터가 오래 전부터 이미 지구에서 사람을 사냥했다는 것인가? 피터는 해리건에게 예전에 미국 해병대 특수부대원들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적에게 몰살당했다는 말을 했다. 뭐가 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해리건이 이런 생각을 했을지 어쨌을지는 전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갑자기 우주선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그는 우주선이 지구를 떠나려 한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재빨리 우주선에서 탈출한다. 우주선이 지구를 떠나면서 긴장에서 오는 쾌감과 재미뿐만 아니라 수많은 의문도 함께 남긴 '프레데터 2'는 막을 내린다.
설정을 잘 해 놓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면, 영화에 관하여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굳이 의문을 가질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이런 어설픈 설정과 충분하지 않은 정보 때문에, 인터넷에서 아주 재미있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내 관점에서는 그다지 쓸모가 많지 않은 지식이지만, 그런 논쟁을 지켜보면서 나한테 쓸모 있는 지식을 가려내는 것은 아주 재미있는 일이다. 뭐 이 영화야 평점은 낮더라도 그럭저럭 볼만하니, 그저 괴물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은 이 영화로 시간 죽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마지막으로 아주 재미있는 사실을 한 가지 알아보자. 해리건이 프레데터를 쫓다가 발견한 프레데터 우주선 안에 에이리언 머리가 전시되어 있다. 프레데터는 전리품을 모은다는 지식은 이미 이 때 확립되어 있었던 듯 하다. 그리고 이 장면을 둘러싸고 수많은 사람들이 에이리언과 프레데터가 붙으면 누가 이길지 입씨름을 벌였다. 그 덕분에 14년 뒤에 '에이리언 대 프레데터'라는 영화가 나왔다. 물론 '프레데터'와 견주어 볼 때 '프레데터 2'나 '에이리언 대 프레데터'는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