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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부동산 시장 미래 - 부동산 패러다임 시프트
김광수경제연구소 지음 / 더팩트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한동안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결국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대로 온갖 비리가 드러나기는 했지만 주범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수사가 흐지부지되려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자식들 대학 보내고 시집장가 보내는데 한 푼이라도 더 보태려고 평생 동안 모은 몇 억 원이 모인 예금을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들과 그들과 연루된 정치인들은 자기 배를 불리고자 함부로 굴려댔다. 사람들은 극도로 분노하면서 관련자를 강력하게 처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항상 그랬듯이 처벌은 제대로 이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분노를 넘어선 허탈한 냉소만을 뿜어냈고, 정치권은 피눈물을 흘리며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부산저축은행 사태 피해자들을 위로한답시고, 5000만 원이 넘는 피해액도 모두 구제할 수 있게 하는 예금자보호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나섰다.
언제까지 이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현상이 우리나라에서 되풀이되어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웃을 수 없는 촌극은 실제로는 시장경제 질서를 유지할 생각은 전혀 없으면서 자기들에게 유리하거나 필요할 때만 시장경제 논리를 들이대는 기득권 집단과, 그들이 강변하는 온갖 논리를 반박하는데 필요한 올바른 지식과 상황 인식 능력을 갖추지 못한 국민들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수 십 년 동안 대한민국 사회를 지배한 개발연대 패러다임을 주도한 토건 세력은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 필요한 패러다임 전환과 사회 구조 개편을 철저하게 틀어막았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정치 민주화뿐만 아니라 경제 민주화도 쟁취해 건전한 시장경제를 구현할 필요가 있었던 국민들도 껍데기뿐인 정치 민주화에만 만족했을 뿐만 아니라, 그 너머를 보지 못한 채 탐욕에 눈이 멀어 기득권을 혁파하기는커녕 그에 편승하고자 발버둥 쳤다는 것이다. 그 잘못된 욕망이 가장 첨예하게 얽히고설킨 곳이 바로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이다. 그릇된 욕망이 폭주하면서 온 나라가 삭막하고 황량한 공사판으로 돌변했으며, 사람들은 땀 흘려 일해 버는 돈이 지닌 가치를 잊고 ‘재테크’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부동산 한탕주의에 빠져들었고, 한국경제는 헤어날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이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하면, 그 때부터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토건 세력과 그를 둘러싼 온갖 추악한 실체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며, 얼핏 보기에는 아무 연관도 없어 보이는 온갖 시사 문제가 퍼즐이 끼워 맞춰지는 것처럼 연결 고리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부산저축은행 사태도 결국 크게 보면 부동산PF 대출 부실이 가장 큰 원인으로서 2007년부터 시작된 수도권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서 이어진 연쇄 작용에 따른 당연한 결과이다. 시장 논리로 볼 때 수요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을 훨씬 더 뛰어넘는 부동산 가격에 낀 거품은 어떻게든지 빠질 수밖에 없으며, 그 거품이 불러일으킨 신기루에 눈이 뒤집혀 부동산 대출을 받아 시세차익을 실현하려고 한 수많은 사람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 그들이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이 움직이는 원리를 객관으로 공부하고 이해했다면 그런 비참한 현실을 맞이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예로 들자면 국민들은 역시나 썩어빠질 대로 썩어빠진 정치권을 언론이 신나게 자극성 보도를 쏟아내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질타하느라 항상 그랬듯이 목에 핏대를 세우면서도, 정작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벌어진 근본 원인인 부동산 문제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데는 이상할 정도로 무관심하기 짝이 없다. 이와 같은 모순된 태도는 결국 온 국민들에게 자기도 모르게 깊이 뿌리내린 뒤틀린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언론, 정치, 사법, 기업……그 어떤 이들도 기득권을 놓치지 않고자 ‘재테크’라는 미명으로 포장한 자기 정당화 논리를 철저하게 세뇌시켜 국민들이 진실을 알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언론은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매고, 정치인들은 부동산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건설업계가 바치는 정치자금에 목을 매고, 그에 질세라 국민들은 세뇌된 논리를 줄기차게 재생산하며 자기실현 예언을 열렬하게 신봉했다.
하지만 21세기 첫 10년 동안 휘몰아쳤던 부동산 광풍이 잦아들고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있다. 탐욕에 눈이 먼 모든 사람들은 여전히 부동산 불패신화를 부르짖으며 진실을 외면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시장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무도 없다는 진실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가계 부채 총액이 1000조 원을 넘어서고, 내수 시장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으며, 400만이 넘는 사람들이 ‘하우스 푸어’가 되어 죽지 못해 산다고 한탄하고 있다. 그 10년 동안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외부 입김에서 자유로운 민간 싱크탱크로서 김광수경제연구소는 이미 그와 같은 사태를 예견했고 줄기차게 한국경제를 좀먹고 있는 부동산 거품을 경고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경고를 귀담아듣지 않았고 결국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서 곳곳에서 파열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미 김광수경제연구소에서는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을 올바르게 바라보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2010년 10월에 ‘부동산 시장흐름 읽는 법’이라는 책을 출간한 적이 있다. 이번에 출간된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미래’라는 책은 그에 이은 두 번째 부동산 전문서적인 셈이다. 그런데 첫 번째 책과 다르게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다. 방법론이야 누구든지 체계를 갖춘 연구 방법과 그를 뒷받침하는 논리와 자료만 가지고 있으면 얼마든지 구축하고 설명할 수 있지만,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사회과학에서 다루는 주제인 사회 현상은 간단하게 풀 수 있는 선형 방정식이 아니며, 그에 따라 미래를 예측하는데 필요한 방정식을 세운다고 하더라도 어떤 해가 도출될 지 알 수 없다.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김광수경제연구소에서 발간하는 자료에 담겨 있는 뚜렷한 문제의식과 해박한 분석 논리를 그 불확실성과 어려움을 근거로 삼아 혹독하게 비난했다. 부동산 문제는 결코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둥, 연구소에 틀어박혀서 자료나 들여다보는 연구자들은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둥, 심지어 책 팔아먹으려고 부동산 덕분에 유지되고 있는 한국경제 성장세를 깎아내리려는 몹쓸 집단이라는 둥, 별별 해괴한 비난을 뒤집어써야 했지만 김광수경제연구소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경제학자는 경제 현상이 발생하는 시장을 움직이는 기본 원칙에만 충실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 정직한 지식은 결국 빛을 보게 된다는 오래 됐지만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었던 그런 평범한 진리를 남들과 다르게 굳건히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설사 그렇게 빛을 보게 된다고 한들 이미 모든 것이 돌이킬 수 없는 파탄에 이를 지경이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지난 몇 년 동안 김광수경제연구소에서 발간한 자료를 읽으면서 느꼈던 점은, 아무리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해도 사태가 정말 나빠지기만 하는데 합리성을 띤 경고가 먹혀들지 않는 현실을 개탄하는 문체나 구성이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더 자주 나타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부동산 광풍이 멈추지 않는다면 같이 헤어날 수 없는 늪으로 한국경제가 이미 너무나도 깊이 빠져들어 대안이나 해결책 또한 사라지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김광수경제연구소에서는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미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고 그 양상과 원인이 이 책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미래’에 명쾌하게 설명되어 있다.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 현주소, 총체 부실에 빠진 저축은행, 매매가 하락과 전세가 상승, 전국 주택 시장 동향 분석, 해외 부동산 거품 붕괴 사례……
그렇다고 해서 흔히 사람들이 비난하듯이 절대 현상 설명과 비판만으로 이 책 내용은 끝나지 않는다. 어떻게 행동하라는 대안 지침까지 내려놓지는 않았지만, 일단 지금과 같은 위기 속에서 상황을 냉철하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내용은 모든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아직까지도 부동산으로 떼돈을 벌 생각에 빠진 사람들은 올바른 현실을 파악할 수 있고, 실제로 살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여전히 판치고 있는 해괴한 부동산 구매와 투자 논리에 빠지지 않고, 더 나아가 모든 국민들이 대한민국이 지금 어떤 현실에 처해 있으며 21세기에 한국경제가 활로를 찾으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단초를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김광수경제연구소에서 생산하는 경제 분석 자료인 경제시평에서 부동산 특집으로 근래 한두 달 안에 발간된 자료를 많이 포함하고 있다. 지금까지 김광수경제연구소에서 출판한 경제시평 모음집은 자료가 구독자들에게 제공된 뒤 적어도 반년이 넘어서야 출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매우 뜻밖이라고 볼 수 있다. 김광수경제연구소를 책장수라고 깎아내리는 사람들이야 돈이 궁하니까 그럴 것이라는 치졸한 비난을 일삼기에만 급급하겠지만, 막상 책을 펼쳐서 김광수 소장이 직접 쓴 ‘펴내는 글’만 읽어보더라도 그런 비난이 얼마나 저급한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이 맞이할 미래를 한국경제도 함께 맞닥뜨릴 것이며, 혼란과 격변이 지배하는 미래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봐야 한다. 그리고 예전에 출간한 ‘부동산 시장흐름 읽는 법’과 이 책을 함께 읽으면 내용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더 나아가 이 책 내용이 나오는 경제시평을 구독하면서 한국경제, 더 나아가 세계경제를 이해하는 식견을 함양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